주지 선출 앞두고 티격태격 ‘부처님 등 돌릴 판’
▲ 전영기 기자 yk000@ilyo.co.kr |
불교 관계자들은 최근 공방전을 사찰 내 헤게모니 암투로 해석하고 있다. 종단 내에서도 요직으로 꼽히는 해인사 주지직 선출이 내년으로 다가오면서 계파 간 충돌이 가열됐다는 것이다. <일요신문>은 해인사 주지 선각스님과 선각스님의 각종 수익사업 및 비리의혹을 제기한 조계종 전 총무부장 원학스님을 직접 접촉해 갈등의 진상을 자세히 알아봤다.
경남 합천에 위치한 해인사는 국내 3대 사찰 중 하나로 꼽히는 조계종단의 대표적 사찰이다. 특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팔만대장경이 소장돼 있는 사찰로 유명하다. 또한 해인사는 국내 5대 총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총림이란 승려들의 참선수행 전문도량인 선원과 경전 교육기관인 강원, 계율 전문교육기관인 율원 등을 모두 갖춘 교육 사찰을 말한다. 해인사는 이러한 총림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승려들을 배출하는 교육 사찰로 알려졌다. 그만큼 종단 내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가 대단히 높다는 얘기다.
하지만 형편 좋은 집일수록 밥 그릇 싸움은 더욱 치열한 법이다. 최근 해인사에서 내년 주지직 선출을 앞두고 계파 간 치열한 공방전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종단 내 일부 세력이 해인사 주지 선각스님의 각종 수익사업과 법당 건축 예산과 관련한 여러 가지 의혹들을 제기하면서 단순한 공방전을 넘어 폭로전으로 비화되고 있다.
<일요신문>은 최근 한 불자로부터 해인사 주지 선각스님의 납골당 사업과 관련한 의혹을 제보받았다. 납골당 사업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는 대구 팔공산 시설지구에서 살고 있는 조 아무개 씨였다. 조 씨는 지난해 선각스님의 수익사업 개입과 사익행위에 반기를 들고 ‘해인사정상화추진위원회’(정추위)를 발기한 전 조계종 총무부장 원학스님의 최측근이었다.
조 씨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지난 2004년 조계종 종정 법전스님이 선각스님과 함께 대구 팔공산 인근에 신흥사찰 ‘도림사’를 불사했다. 이 사찰은 해인사 말사지만 공찰이 아니다. 창건주 선각스님의 권한이 보장되는 사설사찰이다. 더군다나 일반 사업자로부터 210억 원을 끌어들여 납골당을 지어놓고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공인이라 할 수 있는 주지스님이 납골사업을 벌이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도림사는 지난 1995년 한 불자로부터 기증받은 땅에 종정스님이 선각스님과 함께 불사한 신흥사찰이다. 현재도 도림사는 종정스님이 기거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종정스님이 직접 나섰다기보다는 많은 연세 탓에 실질적으로 창건을 도맡아 납골사업을 유치한 당사자는 선각스님으로 알려졌다. 조계종 총무원에 확인한 결과 도림사는 현재 선각스님이 창건주로 되어있는 사설사찰로 등록되어 있었다.
조 씨는 이어 “또 다른 의문은 정부의 지원 측면이다. 아무리 종정스님께서 머무는 사찰이라고 해도 도림사는 일개 신흥사찰에 불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로부터 도로 개설을 지원받았다. 마을사람들이 꼭 필요한 도로개설은 흐지부지되는데 유독 도림사 도로개설은 쉽게 풀렸다”며 정부의 선심성 예산지원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치켜세웠다.
기자가 도림사에 직접 찾아가보니 신흥사찰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의 규모가 컸다. 실제 사찰 한가운데는 납골사업장이 자리 잡고 있었고 아직 대웅전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좀 더 깊은 속사정을 알아보기 위해 기자는 제보자 조 씨 뒤에 있는 원학스님과 직접 접촉해봤다. 원학스님은 이미 지난해 10월 여연, 적광, 정산스님 등 해인사승가대학총동문회로 구성된 정추위를 발기해 선각스님의 납골사업, 장의용품 사업 등 수익 사업과 임의적인 사찰 토지 매각 행위에 대한 진상규명, 선각스님의 개인재산 공개를 요구한 바 있다.
5월 25일과 26일 두 차례 기자와 통화한 원학스님은 “이미 해인사는 ‘대구 도림사’뿐 아니라 ‘벽제 미타원’ ‘합천 고불암’ 등 총 세 곳에서 납골당 사익사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합천 고불암은 선각스님이 세운 사찰인데 ‘능인실업’이라는 사업체를 만들어 납골당 운영은 물론 장의용품 장사까지 하고 있다. 이는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고불암은 지난해 무리한 사업추진으로 건설업체로부터 불상을 압류당한 일까지 있었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선각스님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웠다.
실제로 <일요신문>이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고불암의 실질적인 운영주인 ‘능인실업’은 선각스님에 의해 2003년 만들어진 사업체로 밝혀졌다.
원학스님 등 일각의 비판에 대해 해인사 주지 선각스님은 적극 해명에 나섰다. 5월 29일 기자와 만난 선각스님은 “정말 터무니없는 모함이다. 나를 음해하려는 시도다. 난 사적인 이익을 위해 수익사업을 한 게 아니다. 오히려 난 그들에 의해 명예가 훼손된 피해자다. 그들이 제기한 일말의 가치도 없는 의혹들에 대해 하나하나 해명하겠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불교계 관계자들은 최근 해인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잇따른 공방전을 사찰 내 헤게모니 암투로 해석하고 있다. 기자와 통화한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는 “해인사가 종단 내에 차지하고 있는 위치는 매우 높다. 당연히 해인사 주지직은 요직으로 꼽힌다. 현재 종정스님인 법전스님은 물론 성철, 혜암스님 등 역대 종정스님 중에서도 해인사 출신이 꽤 많다. 32대 총무원장이었던 지관스님 역시 해인사 출신이다”고 말했다.
기자와 통화한 해인사 내부 관계자 역시 “내년은 주지직 선출이 있는 해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주지와 반주지파의 싸움은 주지 선출을 앞두고 4년마다 한 번씩 반복되는 일이다. 사실 그다지 특별하지도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천년 고찰인 조용한 해인사 내부에서 정치권의 주도권 싸움과 다를 바 없는 지리한 권력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대비로전’ 단청불사 공사비 의혹
“정부에서 7억 받고도 시주받아”
기자와 통화한 원학스님은 납골당 수익사업 이외에도 선각스님의 신축법당 건축비와 관련한 비리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원학스님은 이미 조계종 호법부에 선각스님을 상대로 고발장을 제출한 상태다.
문제의 신축법당은 2007년 완공된 ‘대비로전’이다. 대비로전은 해인사와 각별한 인연이 있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낙성법회에 참석할 정도로 건축 당시 큰 관심을 모았던 법당이다.
기자가 입수한 고발장에는 선각스님은 2009년에 있었던 대비로전 단청불사 공사비를 정부 지원금으로 정산했지만 불자들로부터 별도의 시주를 모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단청불사란 불당건축의 마무리 작업으로 완공된 불당에 색을 입히고 장식을 하는 작업을 말한다. 원학스님은 고발장을 통해 정부로부터 교부금 7억 원을 받았음에도 추가적인 시주를 받은 것은 의심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선각스님은 실질적인 정부지원 금액을 모르는 데서 나온 오해라고 반박했다. 선각스님은 “2007년 단청불사 예산과 관련해 교부금을 결정했을 때만 해도 실제 7억 원이 맞았다. 하지만 2008년 11월경 실제 내려온 교부금은 2억 1000만 원이 삭감된 4억 9000만 원이었다. 정부가 단청공사 목록 중 벽화작업 대금을 제외한 것이다. 벽화작업 대금을 채우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시주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선각스님은 전 집행부 측에 비리가 있다며 충격적인 발언을 내놓았다. 그는 “나는 2008년 8월께 주지직에 임명됐다. 내가 인수인계를 받기 전에도 이미 대비로전 건축비와 단청불사 공사비와 관련해 불자들의 시주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러한 시주금이 경상비 등 다른 비용으로 유용됐다는 사실이다. 빼돌려진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는 나도 모른다. 당시 집행부 예산담당 스님은 원학스님의 최측근이며 정추위의 주축 멤버다. 진상규명이 필요한 것은 그쪽이다. 자기 허물은 생각 안하고 남의 것만 트집 잡는 격이다”라고 주장했다.
“정부에서 7억 받고도 시주받아”
기자와 통화한 원학스님은 납골당 수익사업 이외에도 선각스님의 신축법당 건축비와 관련한 비리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원학스님은 이미 조계종 호법부에 선각스님을 상대로 고발장을 제출한 상태다.
문제의 신축법당은 2007년 완공된 ‘대비로전’이다. 대비로전은 해인사와 각별한 인연이 있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낙성법회에 참석할 정도로 건축 당시 큰 관심을 모았던 법당이다.
기자가 입수한 고발장에는 선각스님은 2009년에 있었던 대비로전 단청불사 공사비를 정부 지원금으로 정산했지만 불자들로부터 별도의 시주를 모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단청불사란 불당건축의 마무리 작업으로 완공된 불당에 색을 입히고 장식을 하는 작업을 말한다. 원학스님은 고발장을 통해 정부로부터 교부금 7억 원을 받았음에도 추가적인 시주를 받은 것은 의심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선각스님은 실질적인 정부지원 금액을 모르는 데서 나온 오해라고 반박했다. 선각스님은 “2007년 단청불사 예산과 관련해 교부금을 결정했을 때만 해도 실제 7억 원이 맞았다. 하지만 2008년 11월경 실제 내려온 교부금은 2억 1000만 원이 삭감된 4억 9000만 원이었다. 정부가 단청공사 목록 중 벽화작업 대금을 제외한 것이다. 벽화작업 대금을 채우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시주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선각스님은 전 집행부 측에 비리가 있다며 충격적인 발언을 내놓았다. 그는 “나는 2008년 8월께 주지직에 임명됐다. 내가 인수인계를 받기 전에도 이미 대비로전 건축비와 단청불사 공사비와 관련해 불자들의 시주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러한 시주금이 경상비 등 다른 비용으로 유용됐다는 사실이다. 빼돌려진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는 나도 모른다. 당시 집행부 예산담당 스님은 원학스님의 최측근이며 정추위의 주축 멤버다. 진상규명이 필요한 것은 그쪽이다. 자기 허물은 생각 안하고 남의 것만 트집 잡는 격이다”라고 주장했다.
해인사 주지 선각스님 해명 인터뷰
“내 주머니로는 단 한푼도 안 가”
5월 29일 해인사에서 만난 선각스님은 제기된 의혹에 대해 자신을 음해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며 조목조목 따져나갔다. 또한 그는 지난해 말 원학스님을 상대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한 사실도 털어놨다.
― 대구 도림사 납골당 수익사업을 두고 말이 많다. 특히 도림사는 주지가 창건주로 되어 있는 사설사찰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 대구 도림사는 1995년께 한 불자로부터 기증받은 땅에 건축된 신흥사찰이다. 그곳에 원래는 ‘서광사’라는 작은 암자를 지었다. 하지만 땅을 기증하신 불자님의 소중한 뜻을 받들기 위해 제대로 된 불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004년 도림사를 짓게 된 것이다. 하지만 당시 자금이 충분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낸 게 납골사업이었다. 사업자를 끌어들여 납골사업권을 주는 대신 불사를 해주는 조건으로 도림사가 건축됐다. 납골사업권은 전부 사업주에게 있고 우리는 사업을 진행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만 줄 뿐이다. 우리가 하는 것은 단순한 제와 안치 의식밖에 없다. 더군다나 납골사업 자체가 예상보다 수익이 안 나고 있다. 내 주머니에 들어갈 돈도 없다. 또 사설사찰이라고 해도 내게는 별다른 권한이 없다. 해인사 말사 150여 개 중 100여 개가 사설사찰이다. 사설사찰이라고 해도 재산처분에 관한 승인은 조계종으로부터 받아야 한다. 난 향후 주지선임권 외에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
― 합천 고불암에도 납골당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곳은 주지가 설립한 ‘능인실업’이라는 업체가 직접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고불암은 지난 2004년 나를 따르는 불자님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 만든 사찰이다. 애초 10억 원대의 공사비를 들여 작은 암자를 지을 생각이었는데 일이 자꾸 커졌다. 이왕 지을 거 제대로 짓자는 심산으로 무리를 하다 공사대금이 300억 원이 넘었다. 예상을 넘어선 공사대금은 물론 돈을 모아준 불자님들의 채무 상환문제도 있고 해서 불가피하게 수익사업을 벌이게 됐다. 내가 세운 ‘능인실업’은 회계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만든 법인이다. 애초 돈을 벌기 위해 나온 사업체는 아니다. 어찌됐건 무리한 건축대금을 충당하기 위해 2005년부터 납골당을 만들어 사업을 시작했다.
― 납골사업뿐 아니라 장례용품을 파는 사업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 2005년께 고불암 납골당이 완공되고 사업을 시작했지만 도무지 분양이 안됐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생각한 게 ‘불교홍보관’ 사업이다. 대중으로 다가가 사업을 해보자는 심산이었다. 대구, 부산, 대전 등 도시에 불교 홍보관을 설립하고 위패, 수의, 천도제, 인등 등 장례용품과 불교구를 팔았다. 또 이곳을 통해 고불암을 홍보했다. 반응이 좋았다.
― 굳이 수익사업에 열을 쏟는 이유는 무엇인가.
▲ 현대 사찰은 수익사업을 안 하면 이제 더 이상 운영을 할 수 없다. 시주로 버틸 수 있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보시의 개념도 옅어졌다. 조계종이 각종 수익사업을 하는 이유가 그거다. 불교계가 사찰을 수호하고 대중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비즈니스가 함께 가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사업들이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한 것이라는 소리는 정말 말도 안 된다. 내 주머니로 들어가는 돈은 단 한 푼도 없다.
― 그렇다면 여러 의혹들은 주지스님의 대항세력들에 의한 음모라고 생각하는가.
▲완전히 나를 음해하려는 시도다. 지난해 12월에는 불특정다수에게 나를 음해하려는 문자가 발송됐다. 해인사 주차장 토지가 총무원의 허락 없이 강매된다는 말도 안 되는 내용이었다. 나는 문자 발송자를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 조사결과 발송자는 해인동문회 간사였다. 경찰이 용의자를 추궁하니 배후에는 원학스님이 있었다. 아무래도 종단 내 일이기 때문에 조계종 호법부 측과 논의한 후 소를 취하했다.
― 최근 갈등에 대해 사찰 내 헤게모니 싸움이라는 시각도 있다.
▲거기에 대해서는 뭐라 할 말이 없다. 내가 그렇게 얘기해봤자 결국 내 얼굴에 침 뱉는 꼴이다.
“내 주머니로는 단 한푼도 안 가”
5월 29일 해인사에서 만난 선각스님은 제기된 의혹에 대해 자신을 음해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며 조목조목 따져나갔다. 또한 그는 지난해 말 원학스님을 상대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한 사실도 털어놨다.
― 대구 도림사 납골당 수익사업을 두고 말이 많다. 특히 도림사는 주지가 창건주로 되어 있는 사설사찰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 대구 도림사는 1995년께 한 불자로부터 기증받은 땅에 건축된 신흥사찰이다. 그곳에 원래는 ‘서광사’라는 작은 암자를 지었다. 하지만 땅을 기증하신 불자님의 소중한 뜻을 받들기 위해 제대로 된 불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004년 도림사를 짓게 된 것이다. 하지만 당시 자금이 충분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낸 게 납골사업이었다. 사업자를 끌어들여 납골사업권을 주는 대신 불사를 해주는 조건으로 도림사가 건축됐다. 납골사업권은 전부 사업주에게 있고 우리는 사업을 진행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만 줄 뿐이다. 우리가 하는 것은 단순한 제와 안치 의식밖에 없다. 더군다나 납골사업 자체가 예상보다 수익이 안 나고 있다. 내 주머니에 들어갈 돈도 없다. 또 사설사찰이라고 해도 내게는 별다른 권한이 없다. 해인사 말사 150여 개 중 100여 개가 사설사찰이다. 사설사찰이라고 해도 재산처분에 관한 승인은 조계종으로부터 받아야 한다. 난 향후 주지선임권 외에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
― 합천 고불암에도 납골당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곳은 주지가 설립한 ‘능인실업’이라는 업체가 직접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고불암은 지난 2004년 나를 따르는 불자님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 만든 사찰이다. 애초 10억 원대의 공사비를 들여 작은 암자를 지을 생각이었는데 일이 자꾸 커졌다. 이왕 지을 거 제대로 짓자는 심산으로 무리를 하다 공사대금이 300억 원이 넘었다. 예상을 넘어선 공사대금은 물론 돈을 모아준 불자님들의 채무 상환문제도 있고 해서 불가피하게 수익사업을 벌이게 됐다. 내가 세운 ‘능인실업’은 회계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만든 법인이다. 애초 돈을 벌기 위해 나온 사업체는 아니다. 어찌됐건 무리한 건축대금을 충당하기 위해 2005년부터 납골당을 만들어 사업을 시작했다.
― 납골사업뿐 아니라 장례용품을 파는 사업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 2005년께 고불암 납골당이 완공되고 사업을 시작했지만 도무지 분양이 안됐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생각한 게 ‘불교홍보관’ 사업이다. 대중으로 다가가 사업을 해보자는 심산이었다. 대구, 부산, 대전 등 도시에 불교 홍보관을 설립하고 위패, 수의, 천도제, 인등 등 장례용품과 불교구를 팔았다. 또 이곳을 통해 고불암을 홍보했다. 반응이 좋았다.
― 굳이 수익사업에 열을 쏟는 이유는 무엇인가.
▲ 현대 사찰은 수익사업을 안 하면 이제 더 이상 운영을 할 수 없다. 시주로 버틸 수 있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보시의 개념도 옅어졌다. 조계종이 각종 수익사업을 하는 이유가 그거다. 불교계가 사찰을 수호하고 대중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비즈니스가 함께 가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사업들이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한 것이라는 소리는 정말 말도 안 된다. 내 주머니로 들어가는 돈은 단 한 푼도 없다.
― 그렇다면 여러 의혹들은 주지스님의 대항세력들에 의한 음모라고 생각하는가.
▲완전히 나를 음해하려는 시도다. 지난해 12월에는 불특정다수에게 나를 음해하려는 문자가 발송됐다. 해인사 주차장 토지가 총무원의 허락 없이 강매된다는 말도 안 되는 내용이었다. 나는 문자 발송자를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 조사결과 발송자는 해인동문회 간사였다. 경찰이 용의자를 추궁하니 배후에는 원학스님이 있었다. 아무래도 종단 내 일이기 때문에 조계종 호법부 측과 논의한 후 소를 취하했다.
― 최근 갈등에 대해 사찰 내 헤게모니 싸움이라는 시각도 있다.
▲거기에 대해서는 뭐라 할 말이 없다. 내가 그렇게 얘기해봤자 결국 내 얼굴에 침 뱉는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