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10일 방송되는 KBS '시사 직격' 89회는 '9.11 테러 20년, 영원한 전쟁의 끝에서 아프간의 목소리를 듣다' 편으로 꾸며진다.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등을 통해 친 탈레반 인사들을 비롯해 탈레반 정권에 저항하는 여성들을 포함한 현지 상황의 취재에 성공했다. 9.11 테러로 인해 발발한 아프가니스탄 전쟁. 개전 이후 탈레반 정권이 무너지고 친미 정권이 세워지며 미국의 승리로 끝나는 듯했지만 결국 미군의 철수와 탈레반의 복귀로 20년 만에 마무리되었다.
다시금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은 전세계에 자신들의 변화를 천명했으나 카불 공항에는 수많은 난민들이 모여 탈출을 시도했다. 일명 '영원한 전쟁'이 끝났음에도 IS의 폭탄 테러가 일어나고 자유를 지키려는 여성들의 시위에 대한 탈레반의 탄압 등 연일 새로운 희생자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이 모든 비극의 원인은 무엇일까. 그리고 아프간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앵커, 미용실 주인, 박물관장, 저항군 대변인 등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원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아프간의 현실을 살펴보았다.
8월 15일,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에 입성했다. 그로부터 3주가 지난 지금 카불은 어떤 모습인지 현지 저널리스트와 함께 살펴봤다. 거리 곳곳에총기를 든 탈레반이 배회하는 가운데 문 닫힌 은행 앞에 늘어선 사람들과 때아닌 호황을 맞은 부르카 상점이 대조를 이뤘다.
그리고 탈레반 치하에서 반드시 부르카를 입고 온몸을 가려야 하는 여성들. 탈레반은 자신들이 바뀌었다고 했지만 정작 새로운 내각의 구성원들은 그들의 주장과 달랐다. 또 카불 공항에 운집한 수많은 사람들과 제작진이 만난 여성들은 어떻게든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 했다.
하루아침에 생업과 학업을 포기해야 했던 여성들, 그리고 어린 딸들을 보호하고자 고향을 떠난 난민 가족의 목소리를 통해 탈레반 장악 이후 지금까지의 상황을 되짚어본다.
탈레반 병사는 "사람들은 당연히 편안하게 살 것이며 우리나라가 번영해질 것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리고 타락한 자, 부역자, 나라를 떠난 이들 모두를 단죄하길 원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카불의 여대생은 "예전에는 친구들끼리 앉아서 미래에 대한 얘기를 나눴어요. 그런데 지금은 살아남을 생각밖에 안 해요"라고 말했다.
9.11테러와 이어진 전쟁이 끝나기까지 20년이 흘렀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아픔은 40년 넘게 계속되는 중이다. 소련의 침략과 내전, 미국-아프가니스탄 전쟁 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아프간 사람들이 고통받았다.
특히 하미르 카르자이와 아슈라프 가니 등 친미 정권의 부패와 미군의 오폭은 탈레반 승리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분석도 있다. 이른바 '영원한 전쟁'의 흐름에 따라 그 교훈을 정리해봤다.
유달승 한국외대 페르시아어, 이란학과 교수는 "미국의 아프간 전쟁은 시작도, 과정도 그리고 마무리도 잘못됐고 실패한 전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테러와의 전쟁은 테러리스트들을 양산하는 전쟁으로 변질했어요. 그런 측면 속에서 강대국이 다른 민족과 국가를 점령하고 통치하는 것은 21세기에 더 이상 맞지 않는 모델이라고 봅니다"라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은 '제국의 무덤'으로 불린다. 영국, 소련, 그리고 미국에 이르기까지 한 시대를 풍미한 강대국들의 침략을 받았으나 최후의 승자가 된 아프간. 하지만 연이은 전쟁 속 대다수의 아프간 사람들은 승리자가 아닌 희생자였다.
그러나 그들은 꿈, 이상, 인권과 평등 등의 보편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제작진과 인터뷰를 한 지 일주일 만에 전사한 북부동맹의 대변인 파힘 다슈티, 바미안 석불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카불에 남아 박물관을 지키는 관장 파힘 라히미, 그리고 탈레반의 압제에 맞서 지금도 거리에 나서는 수많은 여성들이 그 예이다. 그들이 그리는 아프간의 미래상은 무엇인지, 또한 이를 이룰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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