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25일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 1277회는 강윤성의 '살인 연극' 담장 안의 속죄, 담장 밖의 범죄 편으로 꾸며진다.
지난 8월 29일 오전 8시경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달아난 강윤성이 이틀 만에 경찰서를 찾아와 자수했다. 강 씨가 타고 온 차량 트렁크에는 피해 여성의 시신이 실려 있었다. 경찰은 그를 긴급 체포했고 신상 공개를 결정한다.
만 17세부터 8차례에 걸쳐 4년의 보호감호 기간을 포함 약 27년을 교도소 안에서 생활했던 그는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과 함께 지난 5월에 가출소했다. 그러나 불과 3개월 만에 두 명을 살해한 살인마가 되었다.
강윤성 사건 제보자는 "일반 뉴스에서 나왔던 거랑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을 해서"라고 말했다.
수사기관의 감독 하에 있던 강윤성의 범죄는 자수 후에야 세상에 드러났고 언론은 연일 강윤성에 대한 보도를 쏟아냈다. 제작진과 만난 한 제보자는 보도되는 내용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CCTV 영상이 담긴 하드디스크를 건넸다.
강윤성이 살던 건물 1층을 비추는 CCTV 영상 속에는 강윤성과 두 명의 피해자가 모두 등장한다. 사건 발생 전, 두 피해자 모두 강 씨의 집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어쩌면 이 영상이 강윤성의 계속되는 범행을 막을 수 있는 단서가 되진 않았을까.
전자발찌를 훼손하기 전 강 씨의 수상한 움직임도 포착되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CCTV 영상을 통해 사건 전후 시간들을 재구성해본다.
강윤성의 오랜 지인 이정희 씨(가명)는 "(강윤성이) 누구를 만났는데, 돈을 10억 원 준다고 했어요"라고 말했다.
강윤성의 주변을 수소문하던 제작진은 강윤성과 20년 넘게 알고 지냈다는 이정희 씨(가명)를 만났다. 긴 시간 대화를 통해 정희(가명) 씨에게서 강 씨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돈 문제로 범죄를 저질렀다고 진술한 강윤성, 정희 씨(가명)는 강윤성의 출소 후 살인 직전까지 상황이 담긴 통화 내용을 들려줬다. 강 씨와 나눈 70여 건의 통화 녹취 파일에는 막 출소한 강윤성에게 거액을 언급하며 접근한 사람들이 있었다.
한 전문가는 이런 일들이 비교적 흔하게 일어난다고 말한다. 이들은 누구였으며 결국 살인까지 저지를 만큼 긴박했던 상황은 무엇이었을까.
강윤성과 함께 수감생활을 했다는 지인 박 아무개 씨(가명)는 "아마 어디서든 독방을 썼을 거예요. 그 형은 굉장히 유명한 '코걸이'였거든"라고 말했다.
한때 재소자였던 박 씨(가명)가 기억하는 강윤성은 사소한 것 하나까지 교도관들에게 항의를 하거나 부조리하다고 생각되는 일이 있으면 법무부 장관에게까지 편지를 썼다고 한다.
일명 코걸이. 다른 재소자들에겐 불가한 일도 강 씨에게는 모두 가능한 일이었다. 제작진이 만난 여러 명의 교도소 지인들에게서도 이와 같은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또 강윤성은 지난 시절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자랑하며 출소하면 본인이 어떻게 살고 있을지 잘 지켜보라며 매우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고 말한다.
이런 강윤성의 모습은 출소 후에도 이어진다. 모두가 그 앞에서 쩔쩔맸던, 강윤성이 누리던 '교도소 왕국' 안에서의 생활은 담장 밖에서도 이어질 수 있었을까.
박지선 교수는 "재판 과정에서 본인이 보여야 할 모습에 대해서 이 사람은 항상 계산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 보여요"라고 말했다.
강윤성은 법무부 교정지에 자신이 쓴 글을 기고하며 지난날을 참회하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에서도 범죄예방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기자들이 건넨 마이크를 발로 차며 폭력적인 모습을 보였다가도 금세 차분하게 변한다. 강 씨의 이런 이중적인 행동 이면의 본심은 무엇일까.
취재 과정에서 입수한 강윤성이 쓴 편지, 강윤성이 기고한 글 그리고 제작진이 만난 강윤성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증언 그리고 그들이 강윤성과 나눴던 통화 내용까지 종합해 강윤성이라는 인격을 다방면으로 분석해 본다. 그리고 강윤성의 범행 가능성을 예측하고 방지할 수는 없었는지 살펴본다.
법무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1년 7월 기준 보호관찰소 전담직원 1인당 관리하고 있는 전자감독대상자는 약 17명. 강윤성도 단 한 명의 보호관찰관이 지켜보던 17명 중 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과연 전자감독 대상자의 재범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해결책은 무엇일까.
제작진이 단독으로 입수한 자료들을 통해 지난 8월 발생한 강윤성 전자발찌 훼손·살인 사건을 재구성하는 한편 점차 늘어나는 전자감독 대상자와 이에 따른 관리 감독 체계의 맹점을 살펴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냉부해’도 되살린 ‘흑백요리사’…다시 시작된 셰프테이너 전성시대
온라인 기사 ( 2024.11.20 14: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