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맞짱’ 루머…남매 간 분위기 싸~
▲ 2008년 신동빈 회장과 신영자 사장이 서울 건대입구역 스타시티에서 개점한 롯데백화점 25번째 점포인 ‘스타시티점’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
이런 신 사장의 입장에서는 롯데쇼핑은 자신의 피와 땀이 어린 회사인 셈이다. 문제는 롯데쇼핑을 자신의 회사라 하기에는 보유하고 있는 지분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신 사장은 롯데후레시델리카(9.31%), 롯데정보통신(3.5%), 시네마통상(28%) 등 주로 비상장 계열사의 지분을 두루 가지고 있다. 반면 롯데쇼핑의 보유지분은 0.79%에 불과하다.
현재 롯데쇼핑의 최대주주는 신동빈 회장으로 14.59%를 가지고 있다. 2대 주주인 신동주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지분은 14.58%. 두 사람을 제외하고 5%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는 모두 롯데 계열사들이다. 한국 롯데그룹의 공식적인 ‘후계자’인 데다, 지분 관계로도 신동빈 회장의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롯데쇼핑의 사실상 소유권이 신 회장에게 있으나 실질적인 운영은 신 사장이 주도해왔다는 점은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 때문에 향후 계열분리 과정에서 롯데쇼핑이 누구 손에 들어가게 될지는 롯데 내부뿐만 아니라 재계 전체의 관심사다.
신 사장 입장에서는 평생 공을 들여온 롯데쇼핑을 순순히 내놓기 어려워 보인다. 반면 신 회장 역시 롯데그룹의 핵심이자 유통부문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롯데쇼핑을 계열분리 리스트에 올려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신 회장은 중국과 러시아 등에 롯데백화점을 오픈하며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적이다.
두 사람이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지금껏 재계 ‘형제경영’의 끝은 좋지 않았다. 게다가 둘은 어머니부터 다르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세 번에 걸쳐 결혼을 했는데 신영자 사장은 첫 번째 부인인 노순화 씨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다. 신 총괄회장은 두 번째 부인인 일본인 시게미쓰 하츠코 씨 사이에서 신동주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을 낳았다.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은 신 총괄회장이 미스롯데 출신 서미경 씨와 사이에서 낳았다.
이런 점 때문에 자녀들 간에 갈등설이 불거질 법도 했지만 그간 신 총괄회장이 ‘교통정리’를 잘한 덕인지 이렇다 할 문제가 외부에 알려진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신 총괄회장의 나이가 점점 들어가고 후계구도에 관심이 모아지면서 그간 수면 밑에 있던 문제들이 하나둘 부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최근 롯데쇼핑 경영권을 둘러싸고 신 회장과 신 사장 간 다툼이 있었다는 얘기가 증권가에 회자됐다. 소문의 요지는 이렇다. ‘신 회장이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신 사장에게 롯데쇼핑 사장직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했고 이에 신 사장이 강하게 반발하며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졌다’는 것이다.
이런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기자가 접촉했던 여러 롯데그룹 내부 관계자들은 대부분 ‘잘 모른다’거나 ‘설마 (공개적인) 회의석상에서 그런 일이 있었겠느냐’며 부인했다. 다만 신 회장과 신 사장 사이에서 최근 들어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최근 두 사람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소문은 들어봤다. 그러나 사적인 자리에선 어떤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공개석상에서는 항상 신 회장이 누나 신 사장을 상당히 깍듯하게 존중했다”고 밝혔다. 내부에서는 추후 남매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감지되고 있었다. 그룹의 다른 관계자는 “언제가 될지 모르는 신 총괄회장 유고시에는 이(남매간) 문제가 그룹 내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그룹을 통해 간접적으로 “일본 롯데는 신동주 부회장이, 한국 롯데는 신동빈 회장이 물려받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지만 두 딸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힌 바 없다. 그룹 내 지분 보유 현황들을 종합해보면 막내 딸 신유미 고문이 비상장 계열사의 지분을 늘려가며 독립할 것이라는 정도만 예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살펴봤듯 신 사장은 신 고문과는 달리 그간 롯데쇼핑 등 회사 경영에 적극적이었던 만큼, 지분 이상의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극단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신 총괄회장이 직접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수밖에 없다. 그는 현재 90세가 넘는 고령이지만 주요 사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직접 관여할 만큼 그룹 경영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진다. 롯데쇼핑 경영권 문제 결론도 이미 그의 머릿속에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신 총괄회장은 최근 자신의 고향인 울산광역시 울주군 둔기리에서 열린 마을잔치에 참여했다. 항간에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상설이 떠돌기도 했으나 그는 이를 반박하듯 잔치에 참여해 건강하고 밝은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신 총괄회장은 1970년 댐 건설로 마을이 수몰되고 주민들은 뿔뿔이 흩어지자 ‘둔기회’란 이름의 모임을 만들어 해마다 마을 잔치를 열고 있다.
이날 잔치에는 신영자 사장이 아버지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신 회장은 해외출장으로 인해 잔치에 불참했다. 롯데쇼핑을 둘러싼 남매간 갈등을 막기 위한 신격호 총괄회장의 묘수가 무엇일지, 재계의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