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실격’ 어두운 전개로 시청자 이탈…‘갯마을 차차차’는 하반기 핫이슈, ‘홍천기’ 홍보물 논란 전화위복
#전도연도 못 살린 류준열의 ‘인간실격’
JTBC 10주년 특별기획으로 마련된 토일드라마 ‘인간실격’은 류준열이 전직 호스트로 나온다는 점에서 먼저 시청자들의 호불호가 갈린 바 있다. 일부 시청자들이 호스트라는 용어에서 제일 먼저 떠올리는 ‘보편적인 잘생김’과 류준열이 다소 거리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고,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 점이 논란으로 불거지면서 방영 전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크게 들려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탄탄한 팬덤을 가지고 있는 류준열의 오랜만에 로맨스 복귀라는 점에서 이슈 선점은 확실해 보였다. 직전 작품인 ‘알고있지만,’이 굴욕적인 0%대 시청률을 기록한 반면 ‘인간실격’은 4.2%라는,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되는 시청률로 첫 스타트를 끊었다. 류준열과 전도연, 그리고 박병은이 모여 ‘어른의 삼각관계’를 그린 무거운 ‘성인용 로맨스’라는 점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먼저 끌어낸 셈이다.
그러나 뚜껑을 열고 난 뒤 거둔 성적은 초라했다. 종영까지 6화를 남겨놓고 1%대까지 떨어진 시청률은 반등할 기회도 보이지 않고 있다. 첫 화 시청률 4.2%가 현재까지 최고 시청률이었고 이후로는 2~3%에 머물렀다. 지난 10월 2일 방영한 9화에서는 1.2%라는 자체 최저 시청률을 찍으면서 ‘알고 있지만,’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알고있지만,’의 경우는 TV와 거리가 먼 젊은 세대를 겨냥했기 때문에 시청률이 부진했다는 분석이 있었던 반면, ‘인간실격’은 그보다 높은 연령대를 주 시청자로 삼고 있음에도 영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캐릭터 설명과 따로 노는 배우도 문제점으로 지적됐지만 다소 어두운 전개와 늘어지는 연출이 시청자들의 빠른 이탈에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영화로는 블랙코미디, 스릴러, 액션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면서도 유독 드라마에서는 자신을 일약 스타덤에 올렸던 ‘응답하라 1988’의 김정환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류준열이다. 그런 만큼 ‘인간실격’이 그에게 있어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져 왔지만 부진한 성적이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김선호 인생작 될까 ‘갯마을 차차차’
반면 김선호에게 있어 tvN 토일드라마 ‘갯마을 차차차’는 그야말로 인생의 완벽한 터닝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는 물론, 넷플릭스를 통해 해외로도 동시 공개되면서 해외 시청자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는 이 드라마는 명실상부 2021년 하반기 ‘핫 이슈’로 꼽히고 있다. 현재 전 세계 관심의 중심에 선 ‘오징어 게임’과 시청률 1, 2위를 다투고 있을 정도인 ‘갯마을 차차차’는 자극적인 장면 없이도 해외 시청자들까지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 냈다.
이미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터줏대감을 맡고 있는 신민아와 첫 호흡을 맞춘 김선호는, 신민아의 사랑스러움에 결코 밀리지 않는 존재감으로 시청자들에게 자신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2009년 연극 ‘보잉보잉’으로 데뷔해 주로 연극 무대에서 활동해 왔던 그는 2017년 KBS ‘김과장’을 시작으로 TV로 활동 영역을 넓혀 왔다. 이후 tvN ‘백일의 낭군님’ ‘유령을 잡아라’ 등을 통해 꾸준히 얼굴을 알려왔고, 같은 방송사의 ‘스타트업’에서 서브남주 한지평 역을 맡으며 해외의 탄탄한 K-드라마 팬층까지 쌓아올렸던 차였다. 여기에 ‘갯마을 차차차’의 대박으로 김선호는 단순한 ‘라이징 스타’에서 스타 그 자체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김선호의 성장은 드라마 무대로 뛰어든 지 고작 4년 만에 이룩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모은다. 방송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김선호 모시기’에 주목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 한 관계자는 “2020년 ‘스타트업’ 이후에도 예능이나 CF 등에서 러브콜이 들어왔는데, 이번 ‘갯마을 차차차’로는 본격적인 해외 시장 출격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선호는 현재 임윤아와 함께 ‘엑시트’ 이상근 감독의 차기작으로 주목 받는 ‘2시의 데이트’ 출연을 결정지은 상태다.
#잡음이 득됐다? 안효섭의 ‘홍천기’
판타지 로맨스 사극을 표방한 SBS 월화드라마 ‘홍천기’는 남녀 주인공의 ‘롤’ 문제로 방영 전이 다소 소란스러웠다. 아역부터 시작해 데뷔 19년차인 김유정을 밀어내고 6년차인 안효섭의 이름이 ‘홍천기’의 홍보 게시물마다 첫 번째로 적혀 있다는 것을 대중들이 지적한 탓이었다. SBS 측이 당초 김유정의 이름이 먼저 적혀 있는 게시물도 별다른 이유 없이 안효섭의 이름이 먼저 나오도록 고쳤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주인공을 의도적으로 축소시키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작품이 공개된 뒤부터는 오히려 이런 지적이 노이즈 마케팅이 되면서 역으로 시청자들을 유입시키는 모양새다. 비판으로 시작됐던 첫 방송이 시청률 6.6%를 기록한 뒤 10회에 이른 현재 8~9%의 비교적 안정적인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9월 14일 공개된 6회는 안효섭과 김유정의 키스신으로 시청률 10%의 벽을 넘어서기도 했다. 판타지 드라마 특성상 아직 국내 대중에겐 익숙하지 않은 CG의 폐해(?)를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그를 두고 “(홍보 게시물에) 1롤로 나오는 이유를 알겠다”는 시청자들의 평도 이어졌다.
안효섭에게 있어 ‘홍천기’는 2020년 2월 종영한 ‘낭만닥터 김사부2’ 이후 1년 반만의 안방 복귀작이다. 이미 전작에서 탄탄한 연기력을 입증해 내며 업계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았던 만큼, 판타지 사극이라는 장르물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앞으로의 활동 영역이 더욱 넓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기세를 타고 안효섭은 내년 상반기 웹툰 원작의 SBS 드라마 ‘사내맞선’으로 ‘로코 킹’의 자리에 또 다시 도전할 계획이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