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관 코앞 뜀틀 밑에 땅굴 팠다
▲ 독일 나치 포로수용소에서 벌어진 집단 탈출 사건을 영화화한 <대탈주>(왼쪽). 1943년에는 뜀틀을 이용한 기막힌 탈옥 사건이 벌어졌다. 이는 후에 <목마>로 영화화됐다. |
2차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4년, 독일 나치의 포로수용소 ‘슈탈락 루프트 3’에서 벌어진 집단 탈출 사건.
이곳은 포로들의 탈옥을 막기 위해 나치가 특수 설계했기 때문에 ‘탈옥 불가능한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가령 땅굴을 파는 것을 감지하기 위해서 땅 속에 지진계를 설치했는가 하면, 그것도 모자라 수용소 막사를 일부러 담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단단한 지반 위에 설치해 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옥에 성공한 무리가 있었으니, 바로 영국왕립공군 소속의 로저 부쉘 중대장이 이끄는 연합군 포로들이었다. 당시 탈옥 작전을 진두지휘했던 그는 총 세 개의 땅굴을 파기로 작정하고 각각의 땅굴에는 톰, 딕, 해리라는 이름까지 붙여 놓았다.
흙을 파는 데에는 빈 깡통을 잘라 만든 철 조각을 사용했고, 갱도가 무너지지 않도록 받치는 기둥은 침대에서 뜯어낸 나무 조각을 사용했다. 또한 파낸 흙은 바지 주머니 속에 넣어 바깥에 나갈 때마다 몰래 채소밭이나 운동장 위에 조금씩 뿌리고 들어왔다.
그리고 마침내 3월 24일, 9m 깊이의 땅굴인 ‘해리 땅굴’을 통해 총 76명의 수감자들이 탈출을 시도했다. 하지만 자유를 얻은 사람들은 단 세 명에 불과했다. 50명은 다시 붙잡혀 히틀러의 지시에 따라 사살됐고, 다른 나머지는 모두 강제수용소로 이송됐다.
이 사건은 역사상 가장 극적이고 놀라운 탈출 사건으로 기억되어 있으며, 1963년 스티브 맥퀸 주연의 영화 <대탈주>로 만들어졌다.
<목마 탈출 사건>
1943년 ‘슈탈락 루프트 3’ 수용소에서 벌어진 기막힌 탈옥 사건.
영국왕립공군 소속으로 참전하던 중 비행기 추락으로 체포된 에릭 윌리엄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돋보였던 작전이었다.
당시 수용소 막사가 철조망으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땅굴을 파기가 힘들 것이라고 판단했던 그는 대신 아예 과감하게 교도관들의 코앞에서 땅굴을 파기로 작정했다.
‘트로이의 목마’에서 영감을 얻은 그의 작전은 우선 철조망 근처 운동장에 나무로 만든 뜀틀 기구를 설치하는 것부터 시작됐다. 그리고 아침 운동 시간 때마다 다른 수감자들이 뜀틀을 뛰는 동안 한 명은 몰래 뜀틀 안으로 들어가 땅굴을 팠다. 매일 아침 이런 은밀한 굴착 작업은 반복됐고, 나치군은 이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날이 지나면서 점점 땅굴은 깊어져 갔고, 마침내 윌리엄스를 포함한 세 명은 땅굴을 통해서 교도소 바깥으로 나가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얼마 후 스웨덴으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 사건 역시 1950년 <목마>라는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졌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