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몇 해 전인가 피아지오 메들리를 처음 봤을 때가 생각난다. 첫인상이 크게 와닿는 느낌은 없었다. 유럽형 라지휠 스쿠터 설정은 흥미로웠지만, 사실 디자인적으로는 꽤 고전적인 느낌이라 특별한 어필이 없었던 같다.
2022년 뉴모델인 메들리125S도 그랬다. 역시 디자인적으로 뭔가 확 와닿는 느낌은 없었다. 이 정도면 그냥 스쿠터 류를 좋아하지 않는 취향의 문제인가 싶었다. 뭐가 달라진 거야? 휴대폰을 꺼내서 전 세대 모델과 비교를 해가면서 봤다. 그제야 변경된 부분이 확 눈에 들어온다. 전체적으로 디자인이 선명해지고 고급스러워 졌달까. 면에 선이 살아있어 라인이 우아하다. LED 헤드라이트는 눈매를 또렷하게 만들어 얼굴에도 캐릭터가 잘 살아났다.
계기반도 변했다. 아날로그에서 모노톤 LCD 타입으로 변했는데 화면이 크고 많은 정보를 전달했다. 어떤 정보들은 좀 작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 주행과 크게 무관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시승 중에 잠시 정차해 놨을 때인데, 어떤 라이더가 계기반을 유심히 쳐다보며 생긴 게 엄청 크다면서 슬쩍 쳐다보고 가는 일도 있었다. 크기로 보면 쿼터급인 메들리400S의 것과 유사해 크고 보기 좋다. 휴대폰 앱을 통해 블루투스로 페어링 하여 바이크 정보를 체크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메들리125S를 타면서 느낀 점 중에 가장 좋았던 점은 출력이다. 출발이 시원하고 속도를 붙이는 것이 여유롭다. 메들리의 최대 출력은 14.9마력(@8,750rpm)이다. 동일 선상에서 동급의 스쿠터와 비교 시승 겸 출발 가속 테스트를 반복하기도 했는데 혼다 PCX와 야마하 NMAX 보다도 반박자 빠르게 앞선다.
출력이 여유롭다 보니 엔진을 쥐어짜는 스트레스가 적었다. 한 박자 여유롭게 출발해도 도로 흐름에 앞서 달릴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것 중에 하나는 탠덤이었다. 125cc 급 치고는 출력이 딸리지 않은 느낌이어서 둘이 타더라도 라이더나 탠더머 모두 안정감이 있었다.
휠 사이즈가 큰 것은 역시 좋았다. 메들리는 16인치 라지 휠을 사용하기 때문에 휠 사이즈가 작은 경쟁 모델에 비해서 직진 성능과 장애물을 넘어서는 능력치 자체가 달랐다. 물론 휠 사이즈가 작은 모델에 비해 요리조리 달리는 느낌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되려 스쿠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메들리 쪽의 주행 경험을 더 편하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달리는 느낌이 더 시원하고 호쾌하다.
서스펜션은 스트로크가 움직이는 폭이 어느 정도 느껴졌는데 뭔가를 튕겨대는 느낌보다는 적절하게 무게와 움직임을 잡아주는 피드백이 강했다. 아무래도 스쿠터는 리어 쇽이 구동계와 휠의 무게를 받아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큰 편인데 스쿠터 특유의 리액션이 있는 편이였지만 크게 이질적이거나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휠 사이즈가 받아주는 것도 영향이 있을 듯하다.
브레이크는 ABS가 기본이고 답력은 125 스쿠터 클래스를 생각해 보면 적당하고 안정감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라지 휠이 적용되었기 때문에 작은 휠 사이즈의 바이크보다는 이점이 있을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편의 사항 덕분에 커뮤터로의 역할에서 십분 능력치를 발휘할 수 있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봉지 걸이다. 사실 이게 뭐 대단한 장치인가 싶긴 한데, 이것만큼 사용 빈도가 높은 것도 없다. 동네 시장에서 떡볶이를 사 올 때도 여기에 걸고, 편의점에서 4캔 만원 맥주를 사도 여기에 건다. 트렁크에 넣는 것보다 안정적이게 물건을 나를 수 있어 좋다.
이런 게 가능한 것은 메들리의 차체 구조 때문이다. 센터돔이 없는 형태여서 발 사이에 물건을 걸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있었다. 물론 이런 구조 때문에 발을 쭉 펴는 자세는 할 수 없지만, 바이크에 타고 내리기는 메들리가 훨씬 편하고 봉지에 걸어 물건을 옮기기도 좋다. 글로브 박스는 큰 뚜껑이 열리고 닫히는 구조인데 바이크 운행 이후에 글러브를 넣고 보관하는 용도 정도로는 좋았고, 편하게 넣었다 꺼냈다 하는 것을 수납하기에는 불편했다. USB 포트는 안쪽에 내장되어 있었다.
트렁크 공간은 충분히 넓었다. 시승하는 동안 제트 헬멧 2개를 수납하고 다녔는데, 동급 스쿠터와 비교했을 때 하나는 들어가지 않았고 하나는 겨우 끼워 맞추는 정도였는데, 메들리는 2개가 편하게 들어갔고, 바람막이도 함께 수납할 수 있었다. 특히 트렁크 공간에 매력을 느꼈다. 이 정도면 일상생활에서 커뮤터로 쓰기 딱 좋은 구성을 대체로 갖고 있구나 싶었다.
최근 경쟁 모델에서 기본으로 탑재하고 있는 스마트키가 채택되지 않은 점은 다소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가격 향상을 피할 수 없겠지만 아무래도 최근 국내 스쿠터 시장에서 이를 기본으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다음 버전에서는 기대 해봄직 하다.
피아지오 메들리125S는 혼다 PCX와 야마하 엔맥스125로 대변되는 프리미엄 스쿠터 시장에 등장한 새로운 선택지다. 125cc 급을 웃도는 출력과 라지휠 구성 넉넉한 트렁크 공간 타고 내리기 쉬운 차체 구조 등이 경쟁 모델 대비 장점이다. 무엇보다 최근 PCX가 거의 대부분 배달 수요를 담당하고 있는 만큼, 커뮤터 목적의 스쿠터를 찾고 있는 사람에게 꽤 매력적인 선택지인 듯하다.
이민우 모토이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