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노인 4명 중 1명꼴 발병...과다한 햇볕노출 삼가하고 외출 시 선글라스 써야
A씨처럼 황반변성은 초기에는 글자나 직선이 흔들려 보이거나 휘어져 보이다가 점점 시력이 저하되면서 실명에 이를 수 있는 무서운 안질환이다.
11월 4일은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의 날’. 우리나라 노인 4명 중 1명이 앓고 있다는 황반변성은 75세가 넘어서면 급격히 늘어난다.
각막이 카메라 렌즈 역할을 한다면 망막은, 카메라로 치자면 상(이미지)이 맺히는 필름이라고 할 수 있다. 필름(망막)의 가장 중심부위에 해당하는 지름 약 1.5㎜의 누르스름한 부위가 있는데, 이곳이 황반(黃斑)이다. 황반에서 빛을 감지하고 사물의 시각 정보를 처리 통합해 시신경을 통해 뇌에 전달함으로 시각화한다.
질병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황반에 변성이 생기면, 구겨진 필름처럼 상을 정확히 맺을 수 없어 사물을 제대로 볼 수 없게 된다. 황반변성의 주 원인은 노화이다. 나이가 들면 햇볕에 노출되고 피부 영양소가 떨어지면서 팽팽한 피부가 주름 잡히고 변색이 되듯이, 망막의 중심 황반에도 주름이 잡히고 변성이 생기는데, 이를 노인성 황반변성이라 한다.
정근안과병원 정근 원장은 “황반변성이 생기면 사물이 완전히 안 보이는 게 아니라, 눈의 중심에 변성이 생김으로써 초기에는 물체의 상이 휘거나 구부러져 보이거나 왜곡돼 보이다가 점차 심해지면 시력이 급격히 떨어져 결국 실명에 이르게 된다”고 경고했다.
황변변성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노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인구의 고령화로 인해 우리나라 노인 4명 중 1명이 황반변성 환자라고 한다. 심혈관계 질환, 흡연, 고 콜레스테롤혈증, 당뇨 등도 황변변성의 원인에 해당한다. 과도한 광선(자외선) 노출, 낮은 혈중항산화제 농도 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외부활동이 많아 햇볕에 쉽게 노출되는 사람들에게서 황반변성이 흔하다.
황반변성은 초기엔 글자나 직선이 흔들려 보이거나 휘어져 보이다가, 결국에는 시력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황반변성 진단은 안저(망막) 검사, 형광 안저촬영, 빛간섭 단층촬영 등을 통해 이뤄진다. 일단 직선이 구부러져 보이거나 눈이 불편하면 적극적인 망막 검사를 통해 조기진단을 받는 게 중요하다.
정근 원장은 “최근에는 수명이 증가하면서 대부분 백내장수술을 받게 되는데, 수술 후 시력이 잘 회복되지 않는 환자들에게서 노인성 황반변성의 기저질환을 확인할 수 있다”며 백내장 수술 전 황반변성 정밀검사를 꼭 받아볼 것을 권했다.
황반변성은 건성과 습성으로 구분되는데, 건성 황반변성의 경우 특별한 치료 방법이 없다. 습성 황반변성의 치료 방법으로는 안구 내 주사, 광역학 요법, 레이저광 응고술 등이 있다. 황반병성의 진행 위험을 낮추기 위해 항산화제를 섭취하거나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황반변성의 예후는 대체로 나쁜 편이다.
정근 원장은 “최근 들어 새로운 황반변성 치료법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황반변성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햇볕의 과다노출을 피해야 한다. 야외활동 시엔 선글라스나 챙이 있는 모자를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루틴성분이 있는 영양제를 복용하는 것도 좋다. 안토시아닌이 풍부한 블루베리와, 비타민 A가 많이 함유된 당근 섭취도 황반변성 예방에 도움이 된다.
문해열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