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정보’ 출신 새 여단장, 문상호 측근으로 알려져…휴민트 복구 위해 공작통 임명 목소리

대북공작 등 비밀임무를 총괄하는 휴민트 총책임자는 정보사 여단장이다. 류경식당 종업원 탈북을 일선에서 진두지휘했던 공작통 A 준장은 정보사 여단장으로 임무를 수행하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과 갈등을 빚었다. 새로운 개념의 공작 인프라 구축을 위한 ‘광개토 사업’에 민간단체가 참여하는 것을 두고 수뇌부 간 갈등이 격화했다.
문 전 사령관과 A 준장은 서로를 맞고소했다. 문 전 사령관은 A 준장이 하극상을 했다고 주장했고, A 준장은 문 전 사령관이 폭행을 했다고 맞섰다. 6월 말경 국방부는 A 준장 직무배제를 결정했다. 11월엔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유임을 결정했다. 사실상 문 전 사령관 손을 들어줬다(관련기사 [단독] 충암파에 목줄 잡힌 사령관? 정보사 ‘선관위 상륙작전’ 동원의 비밀).
이 사건 여파로 6월 말부터 군 ‘휴민트’는 지휘관이 공석인 상태로 방치됐다. A 준장은 12월 초 야전으로 전출됐다. 문 전 사령관 유임이 결정된 11월 이후 차기 정보사 여단장 선임 절차가 급물살을 탄 것으로 전해진다. 신임 여단장 인사엔 문 전 사령관 의사 반영 비중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요신문 취재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 이전 정보사 내부에서 문 전 사령관 측근으로 분류되는 정 아무개 준장이 차기 여단장으로 낙점된 것으로 전해진다. 낙점 당시 정 준장 취임 시기는 12월 3일로 결정됐다. 그러다 정 준장 취임시기는 12월 말로 돌연 연기됐다. 군 안팎에선 비상계엄 사태 때문이란 해석이 주를 이룬다.

이런 상황과는 별개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재임 당시 내정된 정보사 여단장은 12월 26일 취임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신임 여단장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이 내세운 인물이란 평가다. 신임 여단장은 별도 취임식을 열지 않고, 신고식을 거쳐 공식 취임했다고 한다. 군 내부 상황이 어수선한 가운데, 군내 핵심 비밀부대 지휘관이 ‘그림자 취임’을 한 정황이 포착된 셈이다.
정 준장의 여단장 취임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비상계엄 책임론 중심에 있는 핵심 인물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이 뿌린 씨앗 중 하나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신임 여단장인 정 준장은 12월 3일 취임일정이 미뤄지면서, 비상계엄 사태 책임론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대북공작 등 핵심 실무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인사라는 평가다.
한 전직 휴민트 관계자는 “비상계엄 사태를 앞두고 정보사 내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 결론은 ‘휴민트 붕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휴민트를 재건하려면 공작 이해도가 높은 지휘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일반정보 출신이 공작파트를 다시 한번 진두지휘한다면, 이미 붕괴 9부능선을 넘은 휴민트 체계에 대한 복구 가능성이 사실상 요원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군의 장성 인사는 유연한 측면이 있다. 필요한 자리가 있을 때마다 새로운 인물을 채워넣는 방식으로 기용한다. 그러나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으로 군은 상당히 어수선한 분위기다. 국방부 장관 자리마저 공석인 상태다. 신임 국방부 장관이 임명되기 전까지 장군 인사는 ‘올스톱’ 국면을 맞이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 전직 정보사 관계자는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과 갈등을 빚다가 야전으로 전출된 전임 여단장 A 준장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문 전 사령관이 잿밥에 관심이 더 컸다는 정황이 속속 포착되고 있는 가운데, 정보사 밖으로 쫓겨난 ‘공작통’ A 준장이 어떤 방식으로든 돌아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휴민트 파트는 통상 군 수뇌부가 아니라, 국정원과 협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군 내부에서도 서자 취급을 받기 일쑤였다”고 했다. 아울러 “일선에서 공작을 뛰던 요원들은 정치적 이유로 토사구팽 당하거나, 진급에서 불이익을 받아 왔다”고 했다.
또 다른 전직 정보사 관계자는 “이번 비상시국을 전화위복 삼아 휴민트 재건 초석을 놓아야 한다”면서 “군 내부 정치에 능한 사람보다 임무 이해도가 높은 인사들로 정보사를 쇄신할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군 내부에서 일반정보와 휴민트 사이 보이지 않는 ‘신분 격차’가 존재해 왔다”면서 “특기가 무엇인지와 상관없이 능력을 기준으로 정보사 내부 교통정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일요신문은 국방부에 12월 26일 정보사 신임 여단장 취임 여부를 확인하고자 전화와 이메일 등을 통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국방부 측은 “일부 정보부대 등의 인사는 공개가 제한된다”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