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 김승유’ 인사들 선임…벌써 ‘하나’?
▲ 외환은행 사외이사진에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과 인연이 깊은 인사들이 대거 포함돼 눈길을 끈다. 임영무 기자 namoo@ilyo.co.kr |
이번 주총에서 선임된 8명의 사외이사 중 재선임 이사는 김진호 전 한국수출입은행 수석부행장과 래리 오웬(Larry S. Owen) 전 스탠포드매니지먼트컴퍼니 이사 등 2명이다. 하용이 전 한국은행 홍콩사무소장, 오세종 전 국민은행 이사회의장, 천진석 전 하나증권 대표이사, 정광선 중앙대 명예교수, 라비 쿠마(Ravi Kumar) 카이스트 경영대학장, 홍은주 전 iMBC 대표이사 등 6명은 신규 선임됐다.
새롭게 사외이사진에 합류한 인사들은 대부분 금융권에서의 다양한 경력을 갖고 있다. 하용이 전 한국은행 홍콩사무소장은 1977년 한국은행에 입행한 이후 금융기획과장 대외협력팀장 연수원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오세종 전 국민은행 이사회의장은 장은신용카드 사장, 한국장기신용은행장, SC제일은행 사외이사 등을 지낸 금융권 저명인사다. 오 전 의장은 하나금융과 사업 파트너인 SK그룹 계열사들의 사외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그런데 하 전 소장과 오 전 의장에겐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과 경기고 동문이란 공통점이 있다. 오 전 의장은 김 회장과 1961년 경기고 졸업 동기이며 하 전 소장은 이들보다 10년 후배다. 오 전 의장과 하 전 소장은 서울대 선후배지간이기도 하다.
천진석 전 하나증권 대표는 김 회장의 고려대 상대 후배다. 1972년 하나은행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 입사해 여러 부서를 거쳐 하나증권 대표, 하나금융공익재단 상임이사 등을 역임했다. 1971년 한국투자금융 창립 멤버인 김 회장과는 40년간 한솥밥을 먹은 셈이다.
정광선 중앙대 명예교수는 기업지배구조개선지원센터 초대 원장,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매각소위원회 위원장, 한국증권선물거래소 감사위원장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우리금융 기업은행 등의 사외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하나금융에서의 경력이다.
정 교수는 1999년부터 1년간 하나은행 사외이사로, 2005년부터 4년간 한국투자금용 사외이사로 재직했으며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하나금융 사외이사 직함을 갖고 있었다. 지난 3월 14일자로 하나금융 사외이사에서 물러난 정 교수는 이번 주총을 통해 외환은행에서 사외이사로 선출돼 김 회장과의 인연을 이어가게 됐다.
이번 주총에서 선임된 8명의 외환은행 사외이사들 중 6명이 신규 선임된 이사들인데 이 가운데 4명이 김 회장과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는 셈이다.
현재 외환은행 대주주 론스타 측 인사인 오웬 이사는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지분 인수가 마무리되는 대로 이사직을 사임할 예정이다. 결국 7명 체제가 될 사외이사진에서 절반 이상인 4명이 김 회장과 돈독한 관계인 만큼 향후 외환은행 사외이사진이 ‘거수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가 사실상 결정된 상태라지만 정부 당국의 최종 허가와 지분 거래 등 공식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 게다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외환은행지부(위원장 김기철)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를 반대하며 강경 투쟁을 벌이는 터라 ‘친 김승유’ 인맥의 외환은행 사외이사진 장악에 대한 외환은행 안팎의 시선이 그다지 곱지만은 않을 듯하다.
한편 외환은행의 새 주인이 될 하나금융에서도 김 회장과 인연이 깊은 사외이사 포진은 낯선 일이 아니다. 지난 2008년부터 하나금융 사외이사를 맡아온 이구택 전 포스코 회장은 김 회장의 경기고 3년 후배다. 김 회장과 고려대 상대 동문인 유병택 전 두산 부회장 역시 지난 2008년부터 하나금융 사외이사를 맡아왔다. 유 전 부회장은 고려대 경영대학교우회 부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이구택 전 회장과 유병택 전 부회장은 지난 3월 25일 주총을 통해 하나금융 사외이사로 재선임됐다. 두 전직 CEO(최고경영자)가 하나금융 사외이사로 장수하는 배경을 김 회장과의 학연에서 찾으려는 시선이 많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