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밭에서도 ‘황금’ 캐는 회장님
▲ 1982년 이건희 회장이 직접 사들인 것으로 알려진 용인시 전대리 1××-1번지 일대 전경. 용인시에 수용되지 않은 자투리땅은 에버랜드 측에서 임대해 조경사업을 벌이고 있다. 전영기 기자 yk000@ilyo.co.kr |
전대리에는 삼성그룹뿐만 아니라 이건회 회장 개인이 소유한 부동산도 많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현재 에버랜드에 인접해 있는 자동차경주장인 ‘스피드웨이’나 ‘호암미술관’이 모두 이 회장 소유 부동산 위에 지어진 것들이다.
이 회장 소유 부동산은 고 이병철 창업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대부분이지만 그가 직접 ‘발품’을 팔면서 매입한 것도 적지 않다. 이 회장의 비서 출신 인사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1973년 에버랜드 건설을 계획한 이건희 회장은 비서실 직원들과 함께 땅을 보러 다녔다. 이 회장은 용인 및 분당 지역을 둘러보면서 20~30년 안에 용인과 서울이 하나로 붙어 용인 땅의 가치가 치솟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에버랜드 진입로에 위치한 전대리 부동산 역시 당시 구입한 것으로 보인다.
<일요신문>이 부동산등기부를 확인한 결과 이 회장은 용인시 전대리 1××-1을 중심으로 50필지, 1만 4000㎡(약 4242평)의 땅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회장 부동산은 에버랜드 부지와 개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기 때문에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곳이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이곳에 용인경전철이 들어서면서 이 부동산이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이 부동산은 모두 1982년에 이 회장이 직접 사들인 것이었다. 당시 부동산 소유주는 정 아무개 씨로 에버랜드 직원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자들의 말에 따르면 이 회장이 사들일 때만 해도 해당 토지 가격은 3.3㎡(1평)당 2만 원 정도였다고 한다. 이 일대는 인근에 군사시설이 있기 때문에 고도제한 등 갖가지 규제로 인해 개발이 어려운 곳이다. 경전철이 들어선다는 계획이 알려졌지만 규제로 인해 땅값 상승률이 높지도 않았다. 즉 거래 자체가 활발하지 않았다.
인근 주민들 설명에 따르면 이 회장의 부동산은 용인시에 수용되기 이전에는 사실상 개발하기 어려운 나대지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곳은 에버랜드(주차장 부지 포함)와는 개천으로 인해 분리되어 있고, 주변은 일반 가옥과 고물상 등에 둘러싸여 고립된 상태다. 때문에 1982년 이후 이 땅은 별다른 용도 없이 방치되어 있었다.
그동안 용도를 찾지 못했던 부동산이 마침 용인경전철이 들어오면서 용인시에 수용됐다. 특히 인접한 곳에 전대·에버랜드역이 세워진 데다 부동산 위로 철로가 놓였기 때문에 용인시 측에서 땅을 수용하게 됐고 이 과정에서 시세가 올라갔다. 용인시는 지난 2005년부터 이 일대 부동산을 수용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용인시는 이 땅을 얼마에 수용했을까. 이 회장 소유 부동산 중 수용되지 않은 인근 땅 한 필지의 당시 공시지가를 확인해보면 2005년 3.3㎡당 18만 6000원 하던 것이 2006년 39만 원으로 두 배가량 뛰었다. 정확한 매매가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근처 다른 사람 소유의 부동산은 평당 250만 원 정도에서 수용됐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전대리 인근 부동산중개업자들은 “이 회장 소유의 땅도 (위치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3.3㎡당 200만 원 내외에서 수용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7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용인시에 수용된 이 회장 부동산은 총 4500㎡(약 1364평) 규모다. 3.3㎡당 200만 원이라고 가정한다면 총 27억 원 정도에 수용됐다고 추산할 수 있다.
기자가 지난 3월 23일 현장을 확인한 결과 용인시 수용에서 제외된 인근 이 회장 소유 9500㎡의 땅에는 현재 200~300그루의 소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소나무 묘목부터 조경용으로 어느 정도 자란 소나무까지 크기가 다양했다. 인근 주민들은 경전철이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나대지로 있었던 이 땅에 삼성 측에서 소나무를 가져다 심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그루당 1000만 원을 호가하는 고급 소나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인근에서 자영업을 하는 한 주민은 “철로가 놓이기 전만 해도 나대지로 있었는데 다른 땅이 수용된 후 에버랜드에서 덤프트럭으로 흙을 가져다 1m 정도 높이로 쌓았고, 여기다가 소나무를 가져다 심고 이를 다시 내다 파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에버랜드 측도 이 회장의 땅을 활용해 조경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삼성에버랜드 관계자는 “소나무를 팔기 전 안정화시키기 위해 잠시 가져다 심는 것일 뿐”이라며 “(이건희 회장과) 임대료 등은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지불했기 때문에 문제될 것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별히 문제될 것 없는 거래인데 왜 관심을 가지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삼성에버랜드는 지난해 조경사업이 포함된 E&A사업부가 9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리적 여건으로 인해 30년 가까이 방치되어 있던 부동산이 경전철 개발이라는 호재를 만나 활용도가 높아진 상황. 이 회장이 앞으로 이 땅을 어떤 모습으로 탈바꿈시킬지 궁금해진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
용인경전철은 지금
땅값은 치렀는데… 개통 불투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경전철 개발이라는 호재로 보유 중인 땅 일부가 수용되고 나머지 부동산의 활용도를 높였지만 정작 용인경전철은 개통이 불투명한 상태다. 경전철은 지난해 6월 말 시범운행을 마친 뒤 7월 정식 개통할 예정이었으나 용인시가 부실공사를 이유로 준공을 거부했다. 본질적인 이유는 승객 수요 예측을 잘못해 개통되면 연간 550억 원씩 적자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용인시는 시민의 세금으로 30년간 1조 6500억 원에 달하는 적자를 메워 줘야 한다.
결국 이 문제는 국제 중재 기관까지 넘어갔다. 경전철 운영업체인 ㈜용인경전철이 지난 2월 21일 국제중재법원에 사업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 중재를 신청한 것이다. 용인경전철 측은 “용인시가 경전철 운영개시를 허용하지 않으면서도 실시협약 해지에 따른 시설물 인수 등의 의무도 이행하지 않아 회사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실시협약에 따른 7600억 원 상당의 협약 해지시 지급금과 기타 손해배상 등의 지급을 요구하기 위한 국제중재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국내가 아닌 국제중재법원에 중재를 신청한 이유에 대해서 용인경전철 측은 “2004년 7월 실시협약 당시 각종 문제가 발생할 경우 국제중재를 신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협약에 국제중재를 명문화한 것은 용인경전철을 위한 민간자본 투자액 7000억여 원 가운데 해외자본인 캐나다 봄바디어사의 자금이 400억~500억 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용인경전철 개통 문제는 3개월~1년 넘게 걸리는 국제중재법원의 중재 절차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게 됐다.
땅값은 치렀는데… 개통 불투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경전철 개발이라는 호재로 보유 중인 땅 일부가 수용되고 나머지 부동산의 활용도를 높였지만 정작 용인경전철은 개통이 불투명한 상태다. 경전철은 지난해 6월 말 시범운행을 마친 뒤 7월 정식 개통할 예정이었으나 용인시가 부실공사를 이유로 준공을 거부했다. 본질적인 이유는 승객 수요 예측을 잘못해 개통되면 연간 550억 원씩 적자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용인시는 시민의 세금으로 30년간 1조 6500억 원에 달하는 적자를 메워 줘야 한다.
결국 이 문제는 국제 중재 기관까지 넘어갔다. 경전철 운영업체인 ㈜용인경전철이 지난 2월 21일 국제중재법원에 사업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 중재를 신청한 것이다. 용인경전철 측은 “용인시가 경전철 운영개시를 허용하지 않으면서도 실시협약 해지에 따른 시설물 인수 등의 의무도 이행하지 않아 회사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실시협약에 따른 7600억 원 상당의 협약 해지시 지급금과 기타 손해배상 등의 지급을 요구하기 위한 국제중재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국내가 아닌 국제중재법원에 중재를 신청한 이유에 대해서 용인경전철 측은 “2004년 7월 실시협약 당시 각종 문제가 발생할 경우 국제중재를 신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협약에 국제중재를 명문화한 것은 용인경전철을 위한 민간자본 투자액 7000억여 원 가운데 해외자본인 캐나다 봄바디어사의 자금이 400억~500억 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용인경전철 개통 문제는 3개월~1년 넘게 걸리는 국제중재법원의 중재 절차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