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핀댄스 언급에 “팝핀 아니고 팝핑” 120여 명 단체 저격…정작 본인들도 ‘팝핀’으로 홍보
댄서들이 촉발시킨 논란은 지난 11월 20일 JTBC 예능프로그램 '아는형님'에서 불거졌다. 스우파에 출연한 크루 리더들 가운데 모니카가 MC들에게 댄스의 종류를 알려주는 '모니카 쌤의 댄스학개론' 코너에서 팝핑 장르를 설명하며 '팝핀'이라고 언급했다는 게 그들이 지적한 문제였다. 장르의 정식 명칭은 '팝핑'이고 '팝핀'은 댄서의 닉네임 등에만 쓸 수 있기 때문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저격 댄서들의 주장이다.
가장 먼저 이 같은 지적을 한 댄서는 팝핑 장르에서 유명한 남성 댄서로 알려졌다. 이어 그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라온 저격 글을 본 스트릿 댄서들이 비슷한 글을 앞다퉈 올리기 시작했다. 팝핑 외에도 모니카가 하우스 장르를 "일렉트로닉 음악에서 발전한 장르"라고 설명한 것, 락킹 댄스의 역사가 100년이 됐으며 웃으면서 추는 춤이라고 언급한 것, 크럼프 댄스는 분노 등의 감정을 표출하면서 추는 춤이라고 한 것, 하우스 장르의 댄스는 나이 든 댄서들이 선택하는 장르라고 한 것 등이 잘못됐다며 120여 명의 댄서들이 모니카를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남성 댄서들이었다.
문제는 이들이 지적한 내용 중에 다수가 사실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먼저 모니카는 방송에서 정확하게 "팝을 하는 모든 동작들을 '팝핑'이라고 하는데, ing에서 g를 빼서 '팝핀'이라고도 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해외 팝핑 댄서들은 팝핑과 팝핀 두 가지를 모두 장르명으로 인정하며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팝핀현준 등 유명 댄서들로 인해 '팝핀'이란 명칭이 좀 더 익숙하기도 하다. 댄스 영화 '스텝업 3D'에 출연한 헐리우드 배우 채드 스미스도 팝핑과 팝핀의 차이점을 묻는 국내 네티즌의 질문에 "둘 다 맞다"는 대답을 보냈다.
팝핀은 보통 댄서 닉네임에 쓰는 말이기 때문에 장르에선 사용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유튜브 등 해외 댄스 크루 배틀이나 대회 영상을 보더라도 장르를 설명할 때 '팝핀'을 자주 쓰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심지어 모니카를 저격한 댄서가 출연했던 국내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도 이들을 '팝핀 댄서'로 영문으로도 소개하고 있으며, 해당 댄서는 자신의 과거 홍보 영상 제목에 '팝핀'을 썼다가 네티즌들이 지적하자 부랴부랴 '팝핑'으로 다시 수정하기도 했다.
무용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서울공연예술고등학교도 학과 설명을 '팝핀'으로 하고 있으며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는 팝핀과 팝핑을 혼용하고 있는 만큼 이들이 실제로 장르명의 정확한 전달을 원했다면 교육과정에 먼저 이의를 제기했어야 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처럼 댄서들조차 팝핑과 팝핀의 차이점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홍보 영상에도 '팝핀'을 주로 사용한 사실까지 종합한다면 애초에 이 논란은 불거질 이유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팝핀 외에 이들이 지적한 모니카의 '잘못된 정보 전달' 역시 대부분 영상 전체가 아닌 캡처와 자막 화면만 보고 지적한 것이었으며, 이들이 주장한 일부의 '정확한 정보' 또한 댄스계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할 정도로 제대로 정립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대중들이 이 같은 댄서들의 집단 저격에 큰 반감을 갖는 것은 단순히 모니카에 대한 애정과 그로 인한 인기 때문 만이 아니다. 모니카의 댄스 크루인 프라우드먼이 스우파 방영 당시 6위에 머물렀고 모니카의 호불호 갈리는 태도 등이 이슈가 돼 왔다는 점을 본다면 이 사태에 참전한 대중들 가운데 모니카의 '광팬'이 많지 않다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
댄서들이 '팝핑'과 '팝핀'의 차이에 목을 매기 전 댄서 판에서는 이미 두 차례의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첫 번째는 댄서의 개인적인 문제였지만 두 번째는 도제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댄스 업계의 특성에서 말미암은 갑질 논란이었다. 이 두 번째 논란을 두고 '팝핑 대법관'을 자처한 어느 누구도 사실을 폭로한 피해자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거나 가해자를 성토하거나, 그마저도 아니라면 업계의 좋지 않은 관행을 지적한 바가 전혀 없다. 대중들이 받아들이는 사태의 심각성은 두 번째 사례가 더 큼에도 불구하고 침묵을 지키다 고작 장르명 하나에 매달리는 행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논란이 지속되자 국내 대중들에게 팝핑 댄스를 각인시켰던 댄서 팝핀현준이 직접 나서기도 했다. 그는 "'팝핑'(Popping)을 '팝핀'(Poppin')으로 표기할 순 있다. 하지만 설명을 하거나 객관적으로 춤 장르를 얘기할 때는 '팝핑'이라고 말해야 한다. 표기할 때는, 읽을 때는 '팝핀'으로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팝핑'이라고 설명하면서 '팝핀'이라고도 불린다고 말한 모니카의 설명은 어느 하나 잘못된 것이 없는 셈이다.
팝핀현준은 이어 자신의 유튜브에 직접 댓글을 달아 "(모니카를) 사이버 불링 했던 댄서들은 사과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게 단순한 씬을 위한 생각이었다 하더라도 그 행동은 잘못된 행동이기에" 라며 "후배 댄서분들 사이버 불링으로 한 명을 저격하신 분들은 속히 정중히 사과해 주시기를 선배로서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