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료’ 자존심 세웠다
하지만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전남은 에이스의 해외 진출을 성사시켰음에도 많은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선수-구단 간 약속된 일정 금액 이상 이적료가 제시될 경우, 소속 팀 동의 없이 이적 권한이 선수에게 주어지는 ‘바이아웃’을 지나치게 헐값에 책정해 여론으로부터 ‘유망주 헐값 이적의 대표작’이란 질타에 시달렸다.
지동원은 전남이 자랑해온 유소년 축구 시스템의 표본. 그에게 책정됐던 바이아웃 금액은 75만 달러(8억 2000만 원) 선이었다. 한국 최고 유망주가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떠나는 것에 대한 따가운 시선이 대단했다.
여론 분위기를 조금은 늦게 알게 된 전남이지만 주변 정황도 큰 도움을 줬다. 선덜랜드 이외에 여러 구단들이 지동원에게 러브 콜을 던지고 나선 것이다. EPL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 PSV 에인트호번,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엘 레버쿠젠과 샬케04 등이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했다. 이 중 뉴캐슬과 에인트호번, 레버쿠젠은 스카우트 담당자가 직접 방한해 지동원의 경기를 관전했고, 거스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과 허정무 인천 감독과 깊은 연줄이 있는 에인트호번은 100만 달러를 이적료로 제시했다.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선덜랜드는 6월 17일 구단 관계자를 직접 파견했고, 전남과 지동원 측 에이전트, 선덜랜드 스카우트 담당자가 3자 회동을 가졌다. 여기서 에인트호번이 제시한 금액을 전해들은 선덜랜드는 결국 전남이 요구한 수준의 이적료를 지불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바이아웃 조항도 휴지 조각이 됐다.
지동원의 이적 루머는 1월부터 불거져 나왔다. 카타르 아시안컵에 출전했을 때, 레버쿠젠 스카우트가 직접 지동원의 대표팀 경기를 체크한 것으로 확인돼 독일 진출설이 나돌았으나 전남은 올해 말이나 내년 이적을 선언했다. 바이아웃은 이때 지동원을 눌러 앉히기 위해 전남이 선택한 조항이었다. 그러나 지동원은 기다림 대신 약속을 깨고 해외 진출을 시도했고, 이에 따라 전남도 바이아웃에 연연할 필요가 없었다. 더욱이 500만 달러 이하의 금액은 EPL 자산 규모로 볼 때 크게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었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