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신이시어…그는 ‘딴살림의 왕’
▲ 지난 2일 결혼식을 마친 샤를렌 모나코 왕비가 알베르 2세 대공과 함께 성당을 나서면서 눈물을 닦고 있다. AP/연합뉴스 |
얼마 전 55년 만에 치러진 왕실 결혼식으로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던 모나코 왕국이 결혼식 직전 신부가 도망가는 황당한 사건이 벌어져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주인공은 알베르 2세 대공(53)과의 결혼을 통해 모나코 왕비로 등극한 남아공 출신의 국가대표 수영선수 샤를렌 위트스톡(33)이다. 비록 결혼식은 예정대로 치러졌지만 벌써부터 한바탕 소동을 치른 이들 부부를 지켜보는 모나코 시민들은 불안한 마음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다름 아닌 알베르 2세 대공의 주체할 수 없는 바람기다. 위트스톡 역시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었고, 이런 까닭에 왕비 자리를 포기하고 고향인 남아공으로 도주하려 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가 바람둥이라는 사실보다 그녀를 더욱 비참하게 했던 것은 다른 데 있었다. 이미 사생아를 둘이나 두고 있는 알베르 2세 대공에게 최근 세 번째, 혹은 네 번째 사생아가 더 있다는 소문이 새롭게 제기됐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알베르 2세 대공은 그녀와 약혼을 한 상태에서도 끊임없이 정부와 바람을 피웠으며, 심지어 아이까지 낳으면서 ‘다른 살림’을 차려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 ‘신부 도주설’을 보도했던 프랑스 주간 <렉스프레스>에 따르면, 위트스톡은 지난달 21일 니스공항을 통해 남아공으로 출국하려던 중 모나코왕실 경찰에 의해 제지를 당했다. 당시 위트스톡은 편도 항공권을 소지하고 있었으며, 경찰은 정중하게 위트스톡의 여권을 빼앗으면서 모나코를 떠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모나코 전체가 발칵 뒤집혔던 것은 물론이었다. 그동안 행복하게만 보였던 신부가 결혼식을 불과 10여 일 앞두고 도망치려 했다니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왕실 측은 즉각 이 사실을 부인했으며, 오히려 허위 보도를 낸 매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았다. 며칠 후 프랑스 일간 <르 주르날 뒤 디망쉬>가 또 다른 의혹을 제기하면서 도주 의혹에 불을 붙였기 때문이다. 이 신문에 따르면 위트스톡의 모나코 탈출(?)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벌써 세 번째였다.
첫 번째 시도는 지난 5월에 벌어졌다. 당시 웨딩드레스를 입어보기 위해서 파리에 들렀던 위트스톡이 그곳에서 바로 모나코로 돌아오지 않고 남아공 대사관으로 도주한 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두 번째 시도는 5월 말 ‘모나코 포뮬라원 그랑프리 대회’에서 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그녀는 왜 이토록 모나코에서 도망치려 했던 걸까. 이에 항간에서는 무엇보다도 알베르 2세 대공의 여성 편력 때문이 아니겠냐며 수군대고 있다. 결혼식 직전 이미 사생아가 둘이나 있는 알베르 2세 대공에게 세 번째 혹은 네 번째 사생아가 있다는 소문에 절망했던 그녀가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것도 자신과 만나고 있는 와중에 태어난 사생아란 점, 그리고 심지어 네 번째 사생아는 현재 정부의 뱃속에 있다는 소문은 그녀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와 관련, 프랑스 주간지 <푸블릭>은 “알베르 2세 대공에게는 사생아가 둘이 더 있다. 하나는 이탈리아 여성이 낳은 18개월 된 아들이다. 이 여성은 곧 모든 사실을 폭로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다른 하나는 8년 전 사생아를 낳았던 여성이 현재 임신하고 있는 둘째”라고 폭로했다.
이 여성은 지난 2003년 알베르 2세 대공과 혼외정사로 아들을 낳은 토고 출신의 전직 승무원인 니콜 코스테(39)다. 이 아들의 이름은 알렉산드레이며, 올해 여섯 살이다.
2005년 <파리마치>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생아의 존재를 밝혔던 코스테는 “알베르 2세 대공과 나는 이미 수년 전부터 연인 사이를 유지해왔다”고 밝혔다. 둘이 처음 만난 것은 1997년 파리발 니스행 비행기 안에서였으며, 그 후 주기적으로 만나 성관계를 맺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이 태어난 후에도 둘은 종종 만나 다정한 시간을 보냈으며, 알베르 2세 대공이 아들을 품에 안고 있는 사진이 <파리마치>에 공개되면서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사정이 이러니 이 여성이 최근 또 다시 둘째를 임신했다는 소문은 위트스톡으로선 참기 어려웠을 터.
또 다른 사생아는 미국 여성인 타마라 로톨로가 낳은 딸인 야즈민(19)이다. 캘리포니아 출신의 부동산 중개인인 로톨로는 지난 1991년 친구들과 함께 모나코로 여행을 왔다가 알베르 2세 대공을 만나 2주간 데이트를 즐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로톨로는 알베르 2세 대공의 아이를 임신했고, 결국 2006년 친자확인을 통해 이 사실을 입증했다. 현재 미국에서 살고 있는 야즈민은 알베르 2세 대공의 후원으로 미국 내 최고의 사립학교를 다녔으며, 조모인 그레이스 켈리를 쏙 빼닮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알베르 2세 대공의 바람기는 모나코 왕실의 오랜 골칫거리였다. 쉰이 넘도록 도통 결혼을 하려 하지 않으니 애간장이 탔던 것. 유럽에서 가장 오래 된 왕실 가문 중 하나인 모나코 왕실의 후손이 끊길 것을 염려했던 부친인 레니에 대공은 “혼외정사로 낳은 후손은 절대로 왕위를 물려받을 수 없다”는 말로 법을 개정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럼에도 통 결혼 생각이 없었던 알베르 2세 대공은 패션모델, 여배우들과 염문을 퍼뜨리기에 바빴다. 결국 동성애자 아니냐는 소문까지 퍼지자 직접 나서서 자신에게 사생아가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는 웃지 못할 일까지 벌어졌다. 이런 까닭에 위트스톡과의 결혼 역시 혹시 왕실 가문의 후손을 생산하기 위한 정략적인 결혼이 아니냐며 의심하는 사람들도 많다. 때문에 애정 없는 결혼식에 실망한 위트스톡이 결국 줄행랑을 치려했다는 것이다.
그녀가 알베르 2세 대공을 처음 만난 것은 지난 2000년 모나코 수영대회에서였다. 당시 남아공 국가대표 선수로 출전해서 50m 배영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던 그녀에게 알베르 2세 대공이 메달을 수여하면서 처음 안면을 텄던 것. 그리고 이듬해 같은 대회에서 다시 만난 둘은 첫 데이트를 했고, 2005년 본격적으로 사귀기 시작했다.
5년간의 열애 끝에 결혼에 골인하긴 했지만 사람들은 과연 이들 부부가 행복한 결혼생활을 꾸려 나갈 수 있을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