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말리는 학구열… “미국 진출도 미룰래요”
▲ 유소연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에서 열린 US여자오픈 골프대회 마지막날 18번 홀에서 선두인 서희경과 동타를 만든 후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이날 유소연은 3개 홀 연장승부 끝 우승했다. AP/연합뉴스 |
“큰일났어, 처음으로 D를 받았네. 어떡하지? 평점 올리려면 다른 과목들 더 열심히 해야 되겠어.”
얼마 전 유소연은 지인에게 이렇게 푸념을 했다. 연세대 입학 후 5학기를 마쳤는데 처음으로 D학점 하나를 받은 것이다. 공부만 하는 일반 대학생들이라면 모를까 투어생활을 병행하는 유소연과 같은 대학생 프로골퍼에게 D학점이나 F학점은 일상다반사다. 연세대는 특기생으로 입학한 운동선수에게 학점이 짜기로 유명한 곳이다. 좋은 성적을 거둬 학교를 빛냈다는 이유로 적당히 좋은 학점을 주지 않는다. 세계랭킹 1위에 오르며 미LPGA에서 한국을 대표하고 있는 신지애도 유소연의 선배로 올해 졸업반이지만 학업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휴학계를 제출했다. 당연히 프로골퍼들은 ‘쌍권총’을 차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렇게 깐깐한 학교를 다니면서도 유소연이 3학년 들어 처음으로 D학점 하나를 받았으니(물론 F학점은 한 번도 없었다) 얼마나 공부에 신경 썼는지 알 수 있다. 다음은 김명구 실장이 소개한 일화다.
“유소연 프로가 1학년 때로 기억한다. 당시 IB스포츠에서 유소연 프로의 담당으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새벽까지 유소연 프로의 부친과 술자리를 하게 됐고, 새벽 3시께 유소연 프로의 집에 가게 됐다. 그런데 그 시간에 유 프로가 자지 않고 공부를 하고 있었다. 하도 놀라 그때 펼쳐놓은 책까지 확인했다. 운동생리학이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날이 수요일인가 그랬고, 바로 오전부터 프로암대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다음날부터는 1라운드가 시작됐고. 말이 쉽지 정말 프로가 그렇게 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유소연은 대학 공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유소연은 “그냥 졸업장만 받으려고 학교를 다니는 것이 아니다. 평생 골프만 칠 수는 없지않은가. 훌륭한 골퍼로 활약하는 게 1차 목표지만 언젠가는 은퇴할 것이고, 은퇴 후에는 공부 등 다른 일을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졸업이 먼저
유소연은 이번 US여자오픈 우승으로 향후 2년간 미LPGA 풀시드를 확보했다. 어차피 국내 최고의 골퍼들은 미국 진출이 목표인 까닭에 이럴 경우 바로 다음 해에 미국으로 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유소연은 2013년에 미국으로 진출할 계획을 세워뒀다. 이유는 당연히 학업 때문이다. 2012년 졸업반으로 학업을 깔끔하게 마친 후 미국무대에 도전하고 싶다는 것이다.
IB스포츠에서 유소연을 담당하고 있는 이수정 차장은 “유소연 프로는 정말 학업에 대한 열의가 대단하다. 대부분의 과목에서 A나 B학점을 받고 있고, 평점도 3점대 중반은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다 보니 연습시간 부족 등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워낙 성실하고, 또 학업에 대한 집중이 오히려 심리적으로 큰 힘이 돼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측면이 더 많다고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유소연이 유난히 여름철에 좋은 성적을 내는 것도 ‘학업’과 관련이 있다. 유소연은 대학의 방학기간인 7~8월에 웬만해서는 톱10 밖으로 밀리지 않는다. 국내 투어 신인이었던 2008년(대원외고3)에는 5월부터 9월초까지 9개 대회 연속 톱10을 기록했다. 역대 최고의 성적(상금 2위)을 낸 2009년(대학 1학년)에는 5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5개 대회에서 4회 우승에 3위 1회를 기록했다. 또 본격적으로 공부에 몰입하며 성적이 뚝 떨어졌던 2010년에도 7, 8월 5개 대회에서 모두 6위 이내에 들었다. 여기에 올해 1년 반 만에 우승을 차지한 롯데 칸타타여자오픈도 6월에 열렸고, 이어 S-OIL챔피언스 인비테이셔널에서도 톱10을 기록했다. 이쯤되면 ‘여름의 여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유소연을 아는 지인들은 “유소연이 대학을 졸업하고 골프에만 전념하면 얼마나 더 좋은 성적을 낼지 궁금하다”며 “한국 골프 발전을 위해 유소연의 대학원 진학은 미국에 진출해 세계 정상에 오른 후로 미뤄야 한다”고 우스개 소리를 하기도 한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
유소연 성공은 관리의 힘?
연습생 발탁 지원 팍팍
유소연은 사실 ‘공부하는 프로골퍼’로만 화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IB스포츠가 철저하게 조직적으로 그리고 체계적으로 육성해온, 시스템이 만든 성공 사례로도 유명하다.
IB스포츠는 유소연이 KLPGA 루키였던 2008년부터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었다(2011년 재계약). 일찌감치 대성 가능성을 알아보고 투자를 한 것이다. 이후 유소연에게는 분야별로 최고의 전문가를 붙여 체계적으로 후원했다. 예컨대 피지컬 트레이닝은 체육과학연구원의 송홍선 박사가 맡았고, 멘탈(심리) 트레이닝은 조수경심리연구소의 조수경 박사가 담당했다. 둘은 ‘마린보이’ 박태환 강화위원회에 속해 있기도 하다.
또 유소연은 ‘피겨여왕’ 김연아가 밴쿠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때 전담 트레이너를 맡았던 송재형 트레이너로부터 매주 부상 방지를 위한 재활 관리를 받았다. 여기에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의 영어교육을 서비스하고 있는 아만다 윌르스 프리모리스 부대표가 2010년 12월부터 주 1회씩 유소연의 영어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번 US오픈 우승 후 유소연이 순 토종선수로 유창한 영어 인터뷰 솜씨를 보여 화제가 된 것도 이 때문이다.
IB스포츠의 이수정 차장은 “IB스포츠 입장에서 유소연 프로의 US오픈 우승이 더욱 뜻 깊은 이유는 4년째 IB스포츠의 특화된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검증받았다는 의미 때문이다. 유소연의 우승은 철저하게 준비된, 그리고 만들어진 쾌거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IB스포츠는 경기력뿐 아니라 한화, FILA, 혼마골프 등 유소연에게 든든한 스폰서도 구해줘 돈 걱정 없이 골프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밖에도 유소연은 툭하면 티칭프로를 교체하는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14년째, 즉 골프 입문 후 지금까지 조수현 프로(53·전 국가대표 감독, 캐슬렉스 이성대골프레인지 헤드프로)에게 지도를 받고 있는 것과 매일 성경을 읽고, 주일 예배도 거르지 않는 독실한 크리스천으로도 유명하다. [철]
연습생 발탁 지원 팍팍
IB스포츠는 유소연이 KLPGA 루키였던 2008년부터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었다(2011년 재계약). 일찌감치 대성 가능성을 알아보고 투자를 한 것이다. 이후 유소연에게는 분야별로 최고의 전문가를 붙여 체계적으로 후원했다. 예컨대 피지컬 트레이닝은 체육과학연구원의 송홍선 박사가 맡았고, 멘탈(심리) 트레이닝은 조수경심리연구소의 조수경 박사가 담당했다. 둘은 ‘마린보이’ 박태환 강화위원회에 속해 있기도 하다.
또 유소연은 ‘피겨여왕’ 김연아가 밴쿠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때 전담 트레이너를 맡았던 송재형 트레이너로부터 매주 부상 방지를 위한 재활 관리를 받았다. 여기에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의 영어교육을 서비스하고 있는 아만다 윌르스 프리모리스 부대표가 2010년 12월부터 주 1회씩 유소연의 영어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번 US오픈 우승 후 유소연이 순 토종선수로 유창한 영어 인터뷰 솜씨를 보여 화제가 된 것도 이 때문이다.
IB스포츠의 이수정 차장은 “IB스포츠 입장에서 유소연 프로의 US오픈 우승이 더욱 뜻 깊은 이유는 4년째 IB스포츠의 특화된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검증받았다는 의미 때문이다. 유소연의 우승은 철저하게 준비된, 그리고 만들어진 쾌거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IB스포츠는 경기력뿐 아니라 한화, FILA, 혼마골프 등 유소연에게 든든한 스폰서도 구해줘 돈 걱정 없이 골프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밖에도 유소연은 툭하면 티칭프로를 교체하는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14년째, 즉 골프 입문 후 지금까지 조수현 프로(53·전 국가대표 감독, 캐슬렉스 이성대골프레인지 헤드프로)에게 지도를 받고 있는 것과 매일 성경을 읽고, 주일 예배도 거르지 않는 독실한 크리스천으로도 유명하다.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