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시장 ‘대권병’ 탓에 행정 낭비”
▲ 지난 6월 20일 6개월 만에 서울시의회에 출석한 오세훈 시장. |
서울시의회 민주당은 무상급식을 “먹고 사는 기본적인 문제”로 규정한다. 서울시에서 이들의 ‘전면 무상급식’ 주장을 포퓰리즘이라고 맹공하는 것에는 예산배분의 형평성에서 어긋난다는 행정적 고민이 숨어 있긴 하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이 문제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최근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복지에 대한 문제의식에 조응하기 위해서다. 이명박 정권 들어 전세대란 고물가 등의 영향으로 소득 양극화가 더 심각해졌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다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회의론이 부상하는 경제적 환경도 국민들이 ‘복지’라는 근본적 문제에 눈을 돌리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무상급식으로 대변되는 최근의 복지논쟁은 이러한 우리 사회 분위기를 반영해 나온 결과물이다. 무상급식 공약이 지난해 6·2 지방선거의 승패를 가른 핵심 쟁점으로 급부상했던 것이 좋은 예다. 여기에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도 여론에 발맞춰 복지 아젠다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서울시와 싸우고 있는 민주당 서울시당 측은 무상급식을 정치적이 아닌 생존복지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이 “(주민투표에 대해) 대한민국 복지정책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터닝 포인트”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과는 상당한 온도차가 있다.
강희용 서울시의회 민주당 무상급식 주민투표 대책위원회 위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무상급식은) 야당이 표를 의식해 추진하고 있는 포퓰리즘”이라는 주장에 대해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무상급식 운동은 최근 들어 갑자기 나온 선거용 이슈가 아니라 10년 넘게 이어진 시민사회의 고유 운동이 이제야 결실을 보게 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성장위주사회에서 복지사회로 진입하는 전환기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에서 주장하는 포퓰리즘이라는 말은 과거에 썼던 색깔론의 변종이라고 본다”라고 전제하면서 “이 무상이라고 하는 표현은 우리나라 헌법 제31조 3항에 ‘모든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라는 문구에 그 뜻이 담겨 있다. 즉 ‘무상’ 자체는 헌법적 표현이다. 사회주의적이라고 하지만 대한민국 헌법에서 정한 명칭이고 그것을 우리가 따랐을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서울시당 측은 이번 주민투표는 표결 대상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세훈 시장의 ‘대권병’에서 나온 대표적인 행정 낭비라고 지적한다. “무상급식은 애들에 눈칫밥 먹이지 말자는 게 본뜻이다”(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이라는 말 속에 야당의 무상급식 ‘이념’이 담겨 있는 셈이다. 민주당 측은 이번 무상급식 논란은 투표의 대상이 아니라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일 뿐 정치적인 의미가 없다고 단언한다. 그럼에도 최근 주민투표청구심의회는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가 제출한 주민투표 청구에 대한 심의를 통해 청구서상의 대상 등을 존중해 전면적 무상급식안과 단계적 무상급식안을 선택하는 주민투표를 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민주당은 청구심의회의 ‘객관성’을 문제 삼고 있다. 민·관 10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주민투표청구심의회는 최근 내부 논의 끝에 8 대 1의 압도적 찬성으로 주민투표를 결정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측은 “심의회는 대부분 오세훈 서울시장이 임명한 민간 전문가와 서울시 공무원으로 구성돼 있어, 공정성에 대해 강한 의문이 있다”라고 주장한다. 또한 민주당 측은 “1주일뿐인 열람 및 이의신청 기간에 시간이 부족해 전체 서명부의 70~80%밖에 확인하지 못했고, 육안으로 봐서 확연한 대리서명만 이의신청을 했기 때문에 서명부 전수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런 의혹 제기에도 불구하고 일단 행정상으로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예정된 8월 24일 실시될 전망이다. 이에 민주당은 ‘보편적 복지’에 대한 여론전과 함께 주민투표 무산을 위한 법리전으로 대응하고 있다. 민주당은 일단 투 트랙으로 법리전을 진행하고 있다. 무상급식 문제는 예산과 관련된 정책이기 때문에 주민투표 대상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과 서울시민들의 서명으로(81만 5817명) 성립된 투표요건에 중대한 절차상 문제가 발생한 것에 대한 소송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앞서의 강 위원장은 “예산에 관한 사항은 주민투표 청구 대상이 될 수 없다. 주민투표법 제7조 2항에 보면 예산에 관한 사항과 그 다음에 재판 중인 사안, 그리고 다른 지방자치 단체 소관의 사무에 대해서는 주민투표에 붙일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서울시의회가 2011년도에 확정한 예산이 포함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주민투표 대상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또한 민주당은 주민서명 절차에 대해서도 “주민투표중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상수 무상급식특위 위원장은 이에 대해 “주민투표 서명부 자체가 불법과 위법성으로 가득하기 때문에 관련자 전원에 대해 즉각 검찰 및 수사기관에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측은 절차상 매우 중대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주민투표 추진 효력을 중지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강희용 위원장은 이에 대해 “투표 전 8월 초까지 가처분 소송 결과가 나와 우리가 승소하게 되면 투표는 연기 또는 무산될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으로서는 투표대상이 되는지에 대한 본안소송의 1심 판결이 투표일을 넘어서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일단 주민투표청구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그 전에 받아들여지는지의 여부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은 무상급식에 대한 ‘여론전’과 ‘법리전’을 병행하고 있지만 그것마저 여의치 않을 경우 특단의 대응도 준비하고 있다. 강 위원장은 “무상급식에 뜻을 함께하는 야당·시민단체와 함께 모든 수단방법을 동원해 무상급식 저지 기도를 분쇄하겠다”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일단 중앙당 차원의 개입은 자제하고 있다. 서울시와 시의회 민주당이 주민투표의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 박영선 정책위의장이 최근 “아이들 밥 먹이는 문제를 놓고 가짜 서명까지 하면서 정략적으로 접근해서 남는 것은 무엇인가”라며 공세를 펴는 등 현역 국회의원들의 장외 지원도 그 진폭을 넓혀가고 있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
오세훈 시장 ‘고립무원’ 위기
박근혜마저 ‘절레절레’
최근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해 “적극 지지하겠다”며 중앙당 차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친박계열 최고위원들의 반발에 황 대표의 지원 의지도 한풀 꺾였다. 홍사덕 의원은 최근 “서울시의 단계적 무상급식(연 3000억 원)과 민주당의 전면적 무상급식(연 4000억 원)의 예산 차는 1000억 원인데 주민투표비용은 200억 원에 달한다”며 오 시장의 ‘무리한’ 주민투표 강행을 비판한 바 있다.
이런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한 논란에는 박근혜 전 대표의 의지가 상당부분 작용하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최근 복지에 대해 상당히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자 단계적 무상급식을 주장하는 오 시장도 점점 고립무원의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오 시장으로선 직접 여론에 호소하는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워야 하는 입장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에 대해 “무상급식이 오세훈 시장의 대권가도에 발목을 잡는 자충수가 될 것이다. 사회 분위기가 소득 양극화에 따른 근본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되는 쪽으로 움직이고 그게 내년 총선과 대선의 투표 트렌드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걸 오 시장이 간과한 것 같다.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투표율 미달로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다. 오 시장이 책임을 져야 하고 주민투표 추진이 그의 정치적 미래를 묶는 올가미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
박근혜마저 ‘절레절레’
최근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해 “적극 지지하겠다”며 중앙당 차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친박계열 최고위원들의 반발에 황 대표의 지원 의지도 한풀 꺾였다. 홍사덕 의원은 최근 “서울시의 단계적 무상급식(연 3000억 원)과 민주당의 전면적 무상급식(연 4000억 원)의 예산 차는 1000억 원인데 주민투표비용은 200억 원에 달한다”며 오 시장의 ‘무리한’ 주민투표 강행을 비판한 바 있다.
이런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한 논란에는 박근혜 전 대표의 의지가 상당부분 작용하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최근 복지에 대해 상당히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자 단계적 무상급식을 주장하는 오 시장도 점점 고립무원의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오 시장으로선 직접 여론에 호소하는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워야 하는 입장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에 대해 “무상급식이 오세훈 시장의 대권가도에 발목을 잡는 자충수가 될 것이다. 사회 분위기가 소득 양극화에 따른 근본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되는 쪽으로 움직이고 그게 내년 총선과 대선의 투표 트렌드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걸 오 시장이 간과한 것 같다.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투표율 미달로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다. 오 시장이 책임을 져야 하고 주민투표 추진이 그의 정치적 미래를 묶는 올가미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