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무산에 업계 재편 시나리오 중단…CGV 특별관, 롯데시네마 체험형 콘텐츠, 메가박스 비용 효율화 승부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가 손을 잡으려 했던 배경에는 국내 극장 산업의 위기가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극장 관객 수는 회복되지 못했고, OTT와 숏폼 콘텐츠 등 영상 소비 방식도 달라졌다. 임차료와 인건비, 감가상각비 등 고정비 부담이 큰 영화관 사업은 관객이 일정 수준 이상 들어오지 않으면 적자 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합병 논의도 단순한 외형 확대 목적이 아니라 중복 상영관 정리와 비용 효율화, 투자 유치 등을 통해 침체된 극장 시장에서 버틸 체력을 만들기 위한 선택에 가까웠다.
합병이 무산되면서 멀티플렉스 3사는 각자도생 국면에 들어갔다. 남은 상영관을 어떻게 효율화하고, 객단가와 부가 매출을 얼마나 끌어올릴 것인지, 관객 유인 효과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지가 각사의 생존 전략으로 떠올랐다.
롯데시네마의 생존법은 외형 확대보다 체질 개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수익이 남는 지점은 남기고, 영화관 밖의 수익 모델을 키우는 방향이다.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는 콘텐츠 IP를 극장 바깥의 체험형 사업과 공연, 팝업, MD 스토어 등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메가박스의 상황은 어둡다. 극장 체인 메가박스와 투자배급사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를 함께 보유한 메가박스중앙은 6월 30일 중앙홀딩스, 콘텐트리중앙, 중앙피앤아이 등 중앙그룹 3개사와 함께 회생절차 개시 결정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극장 운영이 당장 멈추는 것은 아니지만 법원 관리 아래서 영업을 유지하며 회생계획안을 마련해야 하는 처지다.
롯데시네마와의 합병 무산도 부담이다. 독자 생존을 전제로 비용 구조를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라 수익성이 낮은 지점 정리와 임차료 부담 완화, 인력·마케팅 비용 조정, 상영관 운영 효율화가 회생계획안의 주요 과제로 거론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메가박스는 2025년부터 신사점, 용인기흥점, 문경점, 성수점 등 일부 지점 정리에 이어 지난 4월 창동점이 영업을 종료했다. 청라지젤점과 수원호매실점은 장기 휴업 상태를 이어가고 있고, 인천 영종점과 픽처하우스도 올해 들어 휴업에 들어갔다.
남은 카드는 있다. 메가박스가 보유한 돌비시네마와 MX4D, MEGA LED 등 기술 특별관은 일반 2D 상영관보다 높은 객단가를 기대할 수 있는 영역이다. 실제로 메가박스 기술 특별관의 상영매출 비중은 2025년 1~11월 기준 14.4%로 전년 같은 기간 7.7%에서 약 2배 증가했다. 'F1: 더 무비'와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극장판 진격의 거인 완결편 더 라스트 어택'처럼 사운드와 체감형 관람 수요가 큰 작품들이 특별관 매출을 끌어올린 것으로 파악된다.
메가박스가 회생절차 속에서 택할 수 있는 방향은 이 지점에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수익성이 낮은 지점은 줄이되 코엑스 등 핵심 거점과 돌비시네마 같은 프리미엄 특별관의 효율을 높이고 팬덤형 콘텐츠와 단독 상영작, 공연 실황처럼 관객의 재관람과 고가 티켓 구매를 유도할 수 있는 라인업을 확대 확보하는 방식이다.
멀티플렉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많은 스크린을 확보하는 것을 넘어서 어떤 관객층을 구축하고, 어떤 콘텐츠에 높은 가격을 지불하도록 만드느냐가 중요해졌다"며 "남은 상영망을 얼마나 빠르게 고수익 구조로 바꾸느냐는 현재 모든 극장이 집중하고 있는 생존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