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라인 ‘투톱’ MB 충성파 콜
▲ 청와대사진기자단 |
1953년 대구에서 출생한 권 후보자는 경북고-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TK(대구 경북) 출신으로 김경한 전 법무부 장관, 정상명 전 검찰총장에 이어 검찰 내 경북고 계보를 잇고 있다. 1978년 사법시험 20회에 합격한 그는 공군법무관을 거쳐 1983년 서울남부지청 검사를 시작으로 검찰에 발을 들였다. 그리고 무려 26년 동안 검찰에 몸담으며 공안·형사통을 두루 섭렵하는 등 한길을 걸어왔다. 부산지검 공안부장과 서울북부지검장, 울산지검장, 대검 공안부장, 대구지검장과 대구고검장, 대검차장, 서울고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특히 1993년 수원지검 공안부장을 거쳐 2005년 대검 공안부장에 오르기까지 검사 생활의 황금기를 공안사건에 주력해온 권 후보자는 굳이 라인으로 따지자면 공안통으로 분류된다. 내부사정에 정통하며 수사경험이 풍부하다는 것은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공안통으로 이름을 날리긴 했지만 여러 보직을 역임하며 다양하고 방대한 사건을 수사해왔기 때문이다.
권 후보자는 조직을 화합시키는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리더십를 갖고 있으며 일선 검사들의 고충을 잘 헤아릴 줄 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철저하지만 좀처럼 화를 잘 내지 않는 너그러운 인품으로 조직 내에서 인기가 높다. 탁월한 유머감각으로 인해 ‘권구라’로 불리기도 한다. 때문에 위계서열이 엄격한 검찰 내에서도 그에 대한 두터운 신뢰를 보이며 따르는 후배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 후보자는 딱딱한 성격과는 거리가 멀지만 업무에 있어서만큼은 원칙과 소신을 중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수사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1999년 정치권에 엄청난 파문을 불러일으켰던 ‘언론대책문건’ 사건 수사가 좋은 예다. 당시 서울지검 형사3부장이었던 권 후보자는 여권 실세였던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 정형근 의원 등을 소환조사하는 등 강골기질을 드러냈다.
대검 공안부장으로 근무할 당시 ‘6·25는 통일전쟁’이라는 글을 기고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던 강정구 교수에 대해 구속수사를 주장했다가 당시 천정배 법무장관이 지휘권을 발동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는 검찰의 ‘에이스’답게 승승장구하는 듯 보였지만 위기도 더러 있었다. 우선 그는 두 차례나 검찰총장과 법무장관 후보에 올랐지만 고배를 마셨다. TK인사라는 점이 오히려 역차별로 작용해 발목을 잡았다. 권 후보자는 서울고검장으로 재직하던 2009년 6월 ‘박연차 게이트’ 수사도중 임채진 검찰총장이 사퇴하자 유력한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됐다. 당시 권 후보자는 화력과 통솔력이 뛰어나 위기의 검찰을 이끌 적임자라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 원세훈 국가정보원장과 강희락 경찰청장 등 사정기관장들이 모두 TK 출신으로 채워져 있는 상황에서 역시 TK 출신인 그를 검찰총장으로 임명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결국 권 후보자는 사법시험 2년 후배인 천성관 전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밀려 고배를 마시고 옷을 벗었다. 실제로 당시 검찰 안팎에서는 그가 김경한 법무 장관과 경북고 선후배 사이라는 사실이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서울고검장을 마지막으로 26년간 몸담았던 검찰을 떠난 그는 끝내 검찰수장직에 오르는 데는 실패했다. 하지만 그는 “자리라는 게 중요하지만 사람에게 본질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남기고 유유히 검찰을 떠났다.
시련은 길지 않았다. 권 후보자는 두 달 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 발탁되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2009년 8월부터 23개월 동안 이명박 대통령을 그림자처럼 보좌해온 그는 정확하고 깔끔한 업무처리와 우직한 충성심으로 이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인생의 2라운드가 시작된 셈이다.
하지만 종종 구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2007년 11월 대검 차장이었던 권 후보자가 이 대통령 후보자가 연루됐던 BBK사건의 수사발표를 지연시켰다는 의혹은 이후에도 그의 정치편향 의혹으로 이어졌다. 또 법무장관 기용설이 돌던 지난 5월 연수원 동기인 부산저축은행 고문변호사로 재직했던 박 아무개 변호사로부터 청탁전화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큰 곤욕을 치렀다.
가족으로는 부인과 2남이 있다. 15억 5200만 원 상당의 대치동 아파트를 비롯해 총 24억 5300만 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취미로는 바둑과 테니스를 즐기는데 상당히 수준급의 실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권 후보자의 최대 관건은 그에게 따라다니는 정치적 중립시비를 어떻게 불식시킬 수 있느냐다. 지역색과 김윤옥 여사와의 개인적 친분, 청와대 민정수석 출신이라는 점은 그가 넘어야 할 벽이다. 대통령 임기말인 현재 법무행정 수장으로서 그가 감당해야 할 짐은 무겁다.
과연 권 후보자가 자신과 관련된 갖가지 의혹을 훌훌 털어버리고 법무행정 수장으로 화려하게 등극할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