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27일 방송되는 KBS '다음이 온다 4부, 흩어지는 세계'에서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치와 협력의 스위치를 켜는 방법을 제안한다.
코로나 19로 인한 팬데믹이 가속화시킨 각자도생의 시대.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거대한 문제들이 소행성처럼 지구를 향해 달려드는 지금 다자주의는 균열을 보이고 국제협력은 허물어지면서 자국 이기주의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화합과 협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대에서 우리는 어떻게 다시 손잡을 수 있을까.
서양 중심의 다자주의로 협력 관계를 유지했던 국제사회는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과 자국의 이익을 앞세운 강대국들의 빗장걸기로 흔들리고 있다. 이런 혼란 속에서 중국은 실질 GDP에서 미국을 앞서 세계 1위에 오르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군사력을 키워가며 본격적인 세계 패권을 거머쥐기 위한 싸움 중이다.
세계질서가 재편되고 있는 현 상황 속에서 국제 관계는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 것인가.
경청과 설득의 리더십이 필요한 국제 관계에 있어 모범사례로 꼽히는 지도자가 있다. 독일 전 총리 메르켈은 엄마 리더십으로 좌우의 명분과 논리에 흔들리지 않고 국제 사회의 협력을 이끌어냈다고 평가받는다.
퇴임 때까지 75%의 독일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낸 정치인이자 내각의 반대를 무릅쓰고 난민을 적극 수용하며 인도주의와 서방민주주의의 가치를 보여준 인물. 정범구 전 독일대사는 "그녀는 푸근한 엄마 같으면서도 한편으론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이었다"고 평가했다.
유발하라리를 잇는 역사학자이자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저널리스트인 뤼트허르 브레흐만(Rutger Bregman)은 메르켈의 리더십과 포용력은 이미 인류가 가진 생존의 본능이라고 이야기 한다.
경쟁과 전쟁에서 오직 강한 자들만이 살아남았다고 믿어온 사상을 완전히 뒤바꾼 주장이다. 인간들은 본능적으로 서로 협력하는 DNA를 지니고 있으며 다른 동물이 아닌 인류가 지구를 지배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정한 존재의 생존(Survival of the friendliest)'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저는 21세기가 인류 역사상 가장 위험한 세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우리는 몇 가지의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모여서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문제 해결을 위해) 뭔가를 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코로나 19로 인한 팬데믹은 앞으로 인류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과 과제를 던져주었다. 문명은 전 세계를 초연결 시키며 더욱 발전하고 성장하였지만 그로 인해 겪어야 할 문제들은 단순하지가 않다.
한 나라에서 시작된 바이러스가 단 수개월만에 국제사회를 팬데믹으로 가두고 기후의 위기에서 어느 나라도 자유로울 수 없으며 전쟁과 갈등으로 집을 잃은 수천만의 사람들은 여전히 전 세계를 떠돌고 있다.
몇몇 나라의 해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전 지구적 문제는 인류의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다.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국가들이 과연 자국의 이익을 차선으로 두고 협력할 수 있을까.
이제 막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대한민국. 전 지구적 문제에 직면한 21세기 우리는 어떤(Where) 위치에서 어떤(How)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까.
유엔무역개발회의 (UNCTAD)가 창설된 아래 유일하게 개발도상국가에서 선진국으로 재분류된 대한민국은 가난을 경험했기에 다른 빈곤국들의 아픔에도 공감할 수 있는 나라다.
산업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다이내믹 코리아'가 이제는 외교적 능력을 보여줄 때가 왔다. 팬데믹과 맞물린 긴 위기 속에서 대한민국이 가진 위기 극복의 DNA는 협력의 스위치를 켤 원동력이 될 것이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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