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12일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 1294회는 '범죄수업, 702호 합숙생과 헬퍼의 비밀' 편으로 꾸며진다.
지난 1월 김지석(가명, 21)씨는 5년 만에 형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형 김지웅(가명, 23)씨는 18살이었던 2017년에 집을 나간 뒤 가족들과 연락이 되지 않는 상태였다.
연락이 되어 형을 볼 수 있었던 곳은 다름 아닌 대학병원 중환자실. 빌라건물 7층에서 떨어져 다쳤다는 형의 몸은 만신창이였고 의식불명 상태로 여러 차례의 수술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형의 몸에는 추락으로 생긴 상처들 외에도 폭행의 흔적으로 보이는 피멍이 가득했고 머리는 삭발까지 돼 있어 추락에 대한 가족들의 의구심은 커져갔다고 한다.
형은 도대체 왜 빌라건물에서 추락했던 것일까. 그리고 가족들과 연락이 되지 않았던 지난 5년 동안 지웅 씨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목격자 A 씨는 "애가 멍자국이 말도 못해. 두드려 맞았다, 대번 그 소리 했다니까"라고 말했다.
경찰도 지웅 씨의 이상한 추락에 대해 수사를 시작했고 뉴스를 통해 '강서구 부동산 분양 합숙소 추락 사건'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사건의 의문을 풀어 줄 단서는 바로 빌라건물에 설치되어 있던 CCTV. 지웅 씨가 추락한 시각 길 위에는 젊은 남성 세 명이 더 있었다.
확인 결과 그들은 이 빌라 702호에서 지웅 씨와 함께 살던 사람들로 부동산 분양팀에서 일하는 직원임이 밝혀졌다. 3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부와 10대~20대 남성 5명이 함께 살고 있다는 702호. 지웅 씨는 지난해 9월 말 그곳에 들어갔다가 2주 뒤 도망쳐 나왔다고 한다.
그 후 지난 1월 702호 사람들에게 3개월 만에 다시 붙잡혀온 지웅 씨. CCTV에는 남자들에 의해 지웅 씨가 양팔을 붙잡힌 채 체포당하듯 끌려오는 모습 등이 포착되어 있다. 무엇보다 의심스러운 건 사건 발생 직후 CCTV에 촬영된 702호 남자들의 행동이었다.
쓰러진 지웅 씨를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행인이 지나가자 급하게 지웅 씨의 양손에서 무언가를 떼어내기 시작하는데 신고나 응급처치를 하지 않고 그들이 그토록 급하게 없애야만 했던 물건의 정체는 무엇이었일까. 그리고 702호 사람들이 끈질기게 지웅 씨를 찾아다녔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의외의 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바로 가출한 사람들을 도와준다는 '헬퍼' 커뮤니티. 가족들이 알지 못하는 지웅 씨의 5년을 헬퍼 커뮤니티 사람들은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지웅 씨를 702호로 끌어들인 건 바로 집주인 박 씨 부부라고 한다. 아내 정 씨는 헬퍼 커뮤니티 가입자였고 가출자들을 돕는 검증된 헬퍼로 활동하고 있었다. 정 씨는 지웅 씨가 도망친 뒤 헬퍼 커뮤니티에 지웅 씨를 찾는 글을 여러 차례 올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702호 부부는 도움을 청했던 지웅 씨가 자신들을 떠나자 그토록 열심히 찾아 다시 702호로 데려왔던 걸까.
경찰은 702호 압수수색 등의 수사를 통해 남편 박 씨와 702호에서 함께 지내고 있던 부동산 직원 일부를 특수중감금치상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현재 가해자인 박 씨를 비롯한 702호 남자들은 모두 지웅 씨가 신변을 비관해 스스로 떨어졌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제작진은 5년 전부터 지금까지 박 씨의 702호 합숙소에서 지낸 경험이 있는 많은 제보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이 말하는 박 씨의 실체는 무엇일까. 그리고 들려온 반가운 소식. 피해자 김지웅 씨가 의식을 회복해 말을 할 수 있게 된 것. 깨어난 피해자는 과연 그날에 대해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강서구 부동산 분양 합숙소 추락 사건'의 진실을 살펴보는 한편 사건의 배경에 있는 '헬퍼' 커뮤니티의 실태를 파헤쳐 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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