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친문계 대선 패배 시 책임론 피하기 포석…홍준표 6월 지방선거 공천권 목적 관측
대선 막판 존재감이 한층 높아진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의 정치적 셈법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여야 대선 경선에서 나란히 2위를 차지한 이들의 합류 자체는 이재명 윤석열 대선 후보에게 천군만마다. 여기에 그간 두문불출하던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까지 2월 17일 등판하면서 이들 3인방의 장외전도 후끈 달아올랐다.
“이낙연발 시프트다.” 이 전 대표가 원톱 지휘봉을 잡은 2월 9일 당 인사들이 던진 말이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에 원톱으로 합류한 지 하루 만에 ‘군기 잡기’에 나섰다. 갑질 의혹에 휩싸인 이 후보 부인 김혜경 씨의 사과를 끌어낸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그는 첫날부터 “국민의 신임을 얻지 못할 언동이 나오지 않도록 극도로 자제하라”며 내부 입단속을 했다. 제20대 대선 후보자 등록 마감일인 2월 14일에는 이낙연 캠프의 친문(친문재인)계 의원들이 합류한 ‘새대통합상생위원회’가 민주당 선대위 산하에 만들어졌다. 이 위원회엔 NY(이낙연)계 좌장 격인 설훈 의원을 비롯해 김종민 윤영찬 홍익표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당 경선 과정에서 이 후보와 극한 대척점을 졌던 친문 인사들도 대선 막판 대거 나온 셈이다.
당 일부 인사들은 NY계 친문 인사들의 등판이 ‘대선 패배 이후’를 대비한 포석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여권 한 관계자는 “대선에서 패배했을 때 ‘너희들이 안 도와줬잖아’라는 비판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홍준표·유승민 등판도 대선 이후 책임론과 무관치 않다. 다만 차기 대구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홍 의원의 원팀 합류는 오는 6·1 지방선거 공천권과도 묶여 있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윤석열 홍준표 갈등 당시에도 “홍 의원이 대구시장에 관심이 있다”며 “결국 선대위에 합류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홍 의원은 1월 29일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상임고문직을 수락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 이어 홍 의원마저 국민의힘 원팀 퍼즐을 맞춘 셈이다.
특히 국민의힘은 앞서 홍 의원이 윤 후보에게 제안했던 ‘최재형 카드’를 3·9 서울 종로 보궐선거에 전략 공천했다. 대구 중·남구의 무공천 결정도 ‘이진훈 카드(전 대구 수성구청장)’를 밀었던 홍 의원의 체면을 살려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홍 의원은 이에 보답하듯,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월 12일 대구·경북(TK) 유세에 나서자 물밑에서 조직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대구 동성로에는 수천 명의 인파가 몰렸는데, 한 당직자는 “홍 의원의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후 측근들에게 “(지방선거 국면에서) 홍 의원을 도울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내부에선 ‘홍준표 카드’를 대구시장 대신 수도권 빅3(서울·경기·인천) 중 한 곳에 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보수진영 한 관계자는 “경기도지사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유 전 의원의 등판은 이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출구전략 목적이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 전 의원 측은 “여당에서 통합정부 한 축으로 유 전 의원을 거론하면서 등판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지만, 보수진영에선 “대선 후 ‘유승민 없이 이긴 선거’라는 점을 차단하려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