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선도 활동가 밤이면 변태로 돌변
▲ 김 씨는 KBS 2TV <인간극장>에 출연해 유명세를 얻었다. 작은 사진은 김 씨가 청소년들과 함께 있는 모습. 밤엔 강제추행을 일삼는 이중생활을 해왔다. |
2009년 6월 KBS 2TV <다큐미니시리즈 인간극장> ‘그남자 김○○’이 방송되면서 유명해진 김 씨는 서울 마포구 ‘○○의 집’이라는 보이차 전시·판매 업체 대표를 맡고 있다. 주말이면 많은 이들이 김 씨의 찻집을 찾았다. 김 씨는 찾아오는 이들에게 차를 판매하고 ‘다도’의 의미를 전파하기도 했다. 또 ‘보이차와 자연주의 밥상으로 복음을 전하는 사람’ ‘풍류식객’으로 명성을 날린 김 씨는 다도와 관련된 책을 집필하기도 했다. 또한 지역아동지원센터 서울지부장을 맡고 있는 김 씨는 “다도와 신앙생활로 청소년을 선도하겠다”며 지역의 불우 아동·청소년들을 돌보고 문제 학생들을 선도해 왔다.
하지만 이것은 김 씨의 겉모습에 불과했다. 김 씨는 낮엔 교회 장로로 많은 이들에게 존경을 받았고, 만인에게 ‘다도’의 의미를 전했다. 그러나 밤이 되면 청소년들을 자신의 성적노리개로 삼으며 어린 영혼들을 유린해 와 충격을 주고 있다.
이웃 사람들에 따르면 김 씨의 집에는 중학교를 중퇴한 이 아무개 군을 비롯해 중·고등학생 또래의 청소년 4~5명이 늘 머물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켜 청소년 선도 목적으로 김 씨 집에 머물러 왔던 이들은 모두 김 씨의 변태 성욕에 고통을 받아왔다.
2003년경 김 씨는 자신의 집에서 당시 유치원생이었던 김 아무개 군(당시 6세)에게 침을 놔준다며 방석 위에 바지와 속옷을 내린 채 눕게 한 다음 김 군의 성기를 만졌다. 김 씨는 유치원생 김 군이 중학생이 된 2011년 7월까지 9년 동안이나 같은 방법으로 지속적으로 강제 성추행해 왔다.
또 청소년 선도가인 김 씨가 부모로부터 아이들을 위탁받는데 자주 이용했던 방법은 바로 해외 견문을 넓혀주겠다는 것이었다. 취재결과 실제로 김 씨는 지난 8월 12일에도 아이들을 데리고 해외에 다녀오는 등 최근까지도 한 달에 한 번꼴로 중국, 일본 등지를 다녀 온 것으로 확인됐다.
2004년 8월 김 씨는 지인인 송 아무개 씨에게 “방학 동안 아이를 내게 맡기면 해외여행을 데려가 견문을 넓혀주겠다”며 그의 아들 송 군(당시 초등학교 5학년)을 위탁받아 집에 데려 왔다. 이후 김 씨는 송 군과 함께 잠을 자며 송 군의 팬티 속으로 손을 넣어 송 군의 성기를 만지고 송 군으로 하여금 자신의 성기도 만지게 했다. 심지어 구강성교를 강요하기도 했다.
경찰조사 결과 이처럼 김 씨는 처음에는 나이 어린 피해자들의 성기를 만져주는 등 자위행위를 해주고 점차 자신의 성기를 만지게 하는 방법으로 피해자들을 길들여 수치심에 외부로 발설하지 못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피해 아이들 중 일부는 “그 집에 가기 싫다”는 뉘앙스만 풍길 뿐 피해 사실을 부모에게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의 범행을 가능하게 한 데에는 집의 독특한 구조도 한몫을 했다. 마당이 있는 2층 구조의 단독 주택인 김 씨 집에는 곳곳마다 CCTV가 설치돼 있다. 그러나 유일하게 CCTV가 없는 곳이 있었는데 바로 김 씨의 범행이 저질러진 조그만 쪽방이었다. 두 사람이 누우면 딱 맞는 공간이었다. 김 씨는 밤만 되면 아이들을 이 방으로 불러 함께 잤다. 그렇게 아이들은 밤마다 이 쪽방에서 김 씨로부터 악몽에 시달려야만 했다.
김 씨는 아이들을 위탁받는 데 교회 장로인 점도 이용했다. 그는 사회적 신분과 유명세를 이용해 교인들과 친분 관계를 유지하며 다른 교회 목사 및 장로들을 통해 아이들을 소개받았다. 주로 김 씨는 주말을 통해 교회를 찾아오는 아이들의 부모에게 “서울에서 교육하기가 지방보다 좋다. 나와 함께 살면 성공할 것이다”라며 아이들을 위탁받아 자신의 집에 머물게 했다.
김 씨는 지난 3월 지방에 살고 있는 중학교 3학년인 양 아무개 군(14)을 자신의 집에 데려와 지난 6월까지 양 군을 강제 성추행해 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양 군의 부모는 교회 장로이기도 한 김 씨가 “아들을 잘 챙겨주겠다”는 말에 그를 은인이라 생각하며 아이를 맡겼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김 씨의 파렴치한 범행은 20년 전 중학교 시절 교회 장로로부터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당한 사실이 있었다는 황 아무개 씨(35)의 용기 있는 제보로 그 모든 전말이 드러났다.
1991년 당시 중학교 2학년이었던 황 씨는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킨 친구 2~3명과 함께 학교로부터 선도 교육을 지시받아 김 씨 집에 머물렀다. 그러나 다도와 신앙생활을 통해 올바른 길로 선도한다던 김 씨 집에서 황 씨는 강제 성추행을 당했다. 황 씨는 “나와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생기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신고하게 됐다”며 자신의 아픈 과거를 털어놨다. 현재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고 있는 황 씨는 “그때 받은 성폭력 피해로 인한 정신적 충격으로 20년이 지난 지금도 가정생활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경찰조사 결과 김 씨는 지난 20년 동안 황 씨를 비롯해 모두 7명의 아동·청소년들을 강제성추행하며 자신의 변태적 성욕을 채워 온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피해자 중에선 삼형제가 모두 김 씨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한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지난 8월 25일 김 씨 집을 찾은 기자는 동네 이웃에게서 다소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C 씨는 “이웃집의 초등학교 6학년 아이가 김 씨 집에 놀러 간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형들이 팔에 주사를 놓는 것을 봤다”는 아이 엄마의 말을 전했다.
경찰은 김 씨가 범행을 저지른 기간이 20여 년이나 되기 때문에 피해자가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훈철 기자 boazh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