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묘역 담당 승효상 설계, 봉하마을과 50분 거리…“환영” “불만” 공사 막바지 주민들 반응 엇갈려
문재인 대통령 부부는 2020년 4월 29일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에 위치한 땅(3860㎡,1167평)과 부지 내 2층짜리 단독주택을 14억 7000여 만 원을 주고 사들였다. 법원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2020년 5월 하북면 지산리 363-X번지(383㎡,115평)과 363-X번지(27㎡,8평), 363-X번지(1871㎡,566평), 363-X번지(164㎡)가 문 대통령 부부 소유로 등기됐다.
문 대통령은 취임 전 양산시에서도 외진 곳에 속하는 매곡동에 살았다. 하지만 이 부지가 경호상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2019년 말부터 거주할 곳을 물색했다. 사저가 될 평산마을은 매곡동에서 35km 떨어졌다. 자택은 문 대통령 사비로 짓고, 경호동은 청와대 경호처 소관이다.
문 대통령 사저가 들어설 평산마을 부지는 KTX 울산역과는 13km가량 떨어져, 자가용으로 2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교통편은 박 전 대통령 대구 자택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머물렀던 봉하마을에 비해 대체적으로 좋은 편이다. 문 대통령 사저는 노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 머물렀던 김해 봉하마을과는 60km 안팎으로 차를 타면 50여 분 거리다.
취재진은 3월 28일 오후 12시 15분 울산역을 출발, 25여 분이 지난 12시 40분쯤 평산마을에 도착했다. 울산역 인근에는 대한민국 3대 사찰인 통도사가 있다. 평산마을과는 통도사 후문 기준 2km 내외다. 자택에 들어가는 길에는 코로나19로 임시휴장 중인 테마파크 통도판타지아가 보였다. 그렇게 울산역에서 20분가량 들어가면 비포장도로 위 평산마을 입구가 보인다. 마을회관이 있지만, 코로나19로 닫힌 상태였다. 평산마을은 48가구 주민 100여 명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로, 주민 평균 나이는 70~80세다.
평산마을 입구에서 문 대통령 자택까지는 차로 3분 거리다. 사저 현장 공사는 대략 80~90% 단계로, 공사 가림막이 대부분 철거된 상태였다. 투입된 인부들은 30~40명 정도로 보였다. 포클레인은 총 4대가 가동되고 있었다.
사저 입구에 들어서자, 현장 경호 담당자는 취재진에게 촬영 등 취재에 대한 제재 사항 등을 알렸다. 인부들 역시 공사 현황에 “대외비라 아무 것도 말해줄 수 없다”며 철저히 말을 삼갔다. 담당자는 “오전에도 한 기자가 다녀갔다”며 “요즘 취재진들이 자주 몰려와 힘들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사저는 문 대통령 경남고 동기 승효상 건축가가 설계했다. 승효상 건축가는 봉하마을의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설계하기도 했다. 가림막 뒤로 보이는 문 대통령 사저는 큰 창에 옅은 회색 외벽과 책을 엎어놓은 듯한 형태의 박공지붕(양쪽 방향으로 경사가 있는 지붕)으로 마감돼 있었다. 외부 장식이 없는 깔끔하고 단조로운 디자인이다. 사저 일부 건물 지붕에는 건물 일체형 태양광인 BIPV가 설치됐다. 지붕면에 태양광을 장착해 비용절감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자택 앞으로는 계단이 설치되고 있었다. 주민 A 씨는 “자택이랑 연결되는 주차장을 만드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인근에는 영남 알프스로 불리는 영축산 자락과 소나무 군락이 자택을 감싸고 있다. 자택 바로 앞에는 드넓은 논밭도 위치했다. ‘자연인 문재인’에게 어울리는 환경이었다.
동시에 대통령 경호처가 근무할 경호동에 대한 신축 공사도 진행 중으로, 4월 중순까지 공사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경호동은 공사 과정에 암반이 발견되면서 진척이 늦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경호처는 2020년 4월 29일 하북면 지산리 363-X번지 토지 1124㎡(340평)를 매입했다. 경호동 인근에는 경호시설에 필요한 수천 그루의 조경 나무와 차폐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 사업은 2월 8일 3억 3591만 원에 낙찰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호처는 주변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이라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 귀향 소식을 듣고 관광 온 이들도 다수 눈에 띄었다. 사저 앞에서 만난 한 중년 여성은 “자택이 있다기에 지나가다 들렀다”며 “젊은 분들은 모르겠지만, 이쪽 지역(경남)은 문재인 대통령을 좋아하진 않는다. 부동산이든 뭐든 잘한 게 있나”라며 다소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평산마을 주민 일부는 공사를 두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주민 B 씨는 “현장 관리가 엉망”이라며 “공사 현장에 내 땅(도로)이 있어 내어줬는데, 계약서 한 장 안 썼다”며 “280만 원가량 받아야 하는데 아직까지 50만 원만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건축허가표지판도 없고, (평산마을 기준) 위쪽에서 공사를 하는데 배수도 제대로 안돼 작물이 망가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실제 현장에는 마을 주민들이 보기 어려운 경호 구역 안쪽에 공사 안내판이 위치해 있었다. 이와 관련해 현장 담당자에게 건축허가표지판 위치를 묻자 “붙였다가 뗐다”며 “(공사 안내판을) 안쪽으로 치워놔서 다들 못 본 것”이라고 전했다. 건축법 제24조에 따르면 건축허가 대상 건축물 공사에 착수한 경우, 주민들이 볼 수 있도록 주요 현장 출입구에 건축허가표지판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문 대통령 귀향 소식에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주민 C 씨는 “문 대통령 귀향에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붙었었다”며 “마을은 조용하다. 딱히 환영한다는 분위기도 아니다. 온다고 하면 어쩔 수 있나.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전했다. C 씨는 “그래도 옛날로 치면 임금 아닌가. 마을에 오면 문 대통령을 이장 시킬 것”이라며 웃어 보이기도 했다. 실제 사저 공사는 지난해 3월 착공했지만, 인근 지역 주민들의 건립 반대로 두 달가량 공사를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마을 내 호미로 밭을 매고 있던 60대 중년 여성 D 씨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D 씨는 “대통령님이 오셔서 좋다”며 “다들 좋아하는 분위기”라며 마을 내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D 씨는 “일을 잘하신 것 같다”고 문재인 정부에 후한 점수를 주기도 했다. D 씨는 사저 건립 반대 플래카드에 대해선 “외부 세력”이라며 “여기는 플래카드를 붙일 수 있는 분들도 없고, 그럴 만한 사람들도 없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5월 9일 임기가 끝나면 이곳으로 돌아온다. 양산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후보(김일권 시장)가 처음으로 승리했던 곳이다. 제20대 대선에선 윤석열 국민의힘 당선인이 53.52%를 득표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후보는 42.18%를 얻었다. 민주당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양산을 사수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민주당 경남 지역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양산으로 내려가면 전국적으로 양산에 국민들의 눈길이 쏠리고, 이후에 자택을 찾는 시민들이 많을 것”이라며 “기세를 몰아 시장직만큼은 꼭 지켜야 하지 않겠냐”고 전했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