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 속의 작은 제주 신나게 헤매보자
▲ 메이즈랜드는 제주를 상징하는 돌, 바람, 여자를 테마로 미로가 만들어졌다. 사진은 돌하르방의 모습을 본떠 만든 돌미로다. |
삶이 미로 속을 헤매는 것 같을 때가 있다. 도무지 탈출구가 보이지 않고 막막한 시간이 계속되다보면 그냥 풀썩 주저앉아 울고 싶어진다. 그러나 길은 반드시 있다. 단지 길인 척하는 다른 무언가들이 가로막고 있을 뿐이다.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 돝오름 앞에 자리한 메이즈랜드는 교묘히 위장된 거짓 길들 가운데서 단 하나 나 있는 진짜 길을 찾아가는 흥미진진한 미로테마파크다. 규모 면에서 세계 최대를 자랑하는 메이즈랜드는 미로의 면적만 1만 6925㎡, 총 길이가 5033m에 달한다. 한번 헤매게 되면 좀처럼 빠져 나올 수 없는 거대한 미로다.
미로는 그리스 전설에 등장하는 크레타의 왕 미노스가 소머리에 인간의 몸을 한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가두기 위해 당대 최고의 기술자 다이달로스에게 명해서 만든 감옥이다. 내부를 온통 비틀고 꼬불꼬불하게 만들어서 한번 들어가면 결코 나오는 문을 찾을 수 없도록 고안됐다.
메이즈랜드는 제주를 상징하는 돌, 바람, 여자의 ‘삼다(三多)’를 주제로 조성되었다. 돌하르방 모양의 미로, 태풍 모양의 미로, 해녀 모양의 미로가 서로 독립적이면서도 결국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각 미로의 모양이 명확하게 보인다. 전망대는 단순히 풍경을 바라볼 목적으로 건축된 것만은 아니다. 3층의 건물로 1층은 퍼즐 체험장과 미노타우로스 영상관 등으로 이루어졌고, 2층은 지식의 미로와 카페로 구성되었다. 3층이 전망대다. 특히 미노타우로스 영상관과 지식의 미로는 꼭 들러봐야 할 공간이다. 미노타우로스 영상관에서는 미로의 기원이 된 이야기를 매직비전과 3D홀로그램으로 보여준다. 지식의 미로는 주어진 문제를 풀어야지만 탈출할 수 있는 형태로 설계됐다. 동행한 사람에게 지식의 미천함이 드러날까 두려운 사람은 안타까워도 패스할 것을 권한다.
미로는 전망대 위에서 꼼꼼히 길을 봐둔 다음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 그래도 어김없이 헤맬 것임은 분명하지만 말이다. 먼저 태풍미로에서 출발하는 것이 순서다. 측백나무 울타리로 만든 미로는 총 1355m. 메이즈랜드가 조성된 지 채 반 년이 지나지 않은 상태라 아주 울창한 상태가 아니라는 점이 다소 아쉽다. 산다화와 랠란디라는 나무로 만들어진 해녀미로는 총 1461m로 되어 있다. 이 역시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더욱 풍성한 가지와 이파리로 헤어날 수 없는 감옥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다.
▲ 제주의 신화를 돌조각으로 되살린 제주신화박물관이 메이즈랜드 내에 있다. |
그러나 미로 속에 들어가면 빨리 빠져나가고픈 마음이 듦은 어쩔 수 없는 노릇. 그럴 땐, 스마트폰을 이용하자. 안드로이드마켓에 접속하면 메이즈랜드 어플이 있다. 돌하르방 미로 곳곳에 큐알코드가 있는데, 그것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으면 길을 안내해준다.
미로와 전망대 내부 외에도 메이즈랜드에는 볼 것들이 많다. 특히 미로 둘레에 울창한 천연림은 보기만 해도 시원한 느낌을 준다. 밀림처럼 동백나무가 빽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이 숲길을 걷다보면 제주신화박물관이 나타난다. 반듯한 건물이 있는 박물관은 아니다. 영등할망과 하르방의 이야기 등 제주의 신화와 전설이 담긴 100여 점의 조각물들이 전시된 야외조각공원이다.
한편 메이즈랜드 근처에는 다랑쉬오름과 비자림 등 제주의 매력이 물씬 풍기는 여행지들이 있다. 제주의 수많은 오름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것 중 하나인 다랑쉬오름은 정상의 분화구가 마치 달처럼 둥글게 보인다고 월랑봉이라고도 부른다. 다랑쉬 오름은 그 높이가 382m에 달하고 산상의 굼부리 둘레는 1500m나 된다. 분화구의 깊이 또한 115m로 한라산 백록담과 맞먹는다. 다랑쉬오름 앞에는 아끈다랑쉬가 있다. 다랑쉬에 딸린 새끼오름이다. 말이나 소 따위를 방목한다.
비자림은 500~800년생 비자나무 2570그루가 밀집해 군락을 이룬 숲이다. 이곳에 어떻게 이런 비자나무 숲이 생겼는지는 아직까지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비자나무들은 둘레가 대부분 2m 이상일 정도로 거대하다. 나무 자체도 대단하지만, 이곳에는 풍란, 콩짜개란, 흑난, 비자란 등 희귀 난초들이 많다. 이를 몰래 캐려는 불법 채취꾼들과 그것을 지키려는 관리소 간의 신경전이 대단하다. 비자나무의 열매는 구충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열매를 말린 후 겨울에 주전부리처럼 먹었다. 그것을 꾸준히 먹은 사람들에게서는 그 옛날에도 회충이 없었다.
김동옥 여행전문 프리랜서 tour@ilyo.co.kr
여행안내
▲길잡이: 공항→97번국도(동부산업도로)→대천동사거리→1112번지방도(비자림로)→메이즈랜드. 1132번지방도(동부 일주도로)를 이용할 경우는 평대에서 1112번지방도(비자림로) 방향 우회전→메이즈랜드.
▲먹거리: 평대리사무소 앞에 비지곶식당(064-784-7080)이 있다. 제주산 돼지의 등뼈로 만든 해장국이 아주 일품이다. 다른 메뉴는 일절 없다.
▲잠자리: 제주여행을 할 때는 게스트하우스를 고려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행자들끼리 정보를 공유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숙박료가 싸다. 메이즈랜드에서 5분거리인 평대리에 준하우스(064-783-2508)가 있다. 1박에 1만 5000원에 불과하다. 커플이나 가족실의 경우 6만~8만 원 수준이다. 메이즈랜드에서 북쪽으로 5분거리인 송당리에는 너랑나랑 게스트하우스(064-783-5089)가 있다. 1박에 2만 원이다.
▲문의: 메이즈랜드(www.mazeland.co.kr) 064-784-3838.
▲길잡이: 공항→97번국도(동부산업도로)→대천동사거리→1112번지방도(비자림로)→메이즈랜드. 1132번지방도(동부 일주도로)를 이용할 경우는 평대에서 1112번지방도(비자림로) 방향 우회전→메이즈랜드.
▲먹거리: 평대리사무소 앞에 비지곶식당(064-784-7080)이 있다. 제주산 돼지의 등뼈로 만든 해장국이 아주 일품이다. 다른 메뉴는 일절 없다.
▲잠자리: 제주여행을 할 때는 게스트하우스를 고려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행자들끼리 정보를 공유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숙박료가 싸다. 메이즈랜드에서 5분거리인 평대리에 준하우스(064-783-2508)가 있다. 1박에 1만 5000원에 불과하다. 커플이나 가족실의 경우 6만~8만 원 수준이다. 메이즈랜드에서 북쪽으로 5분거리인 송당리에는 너랑나랑 게스트하우스(064-783-5089)가 있다. 1박에 2만 원이다.
▲문의: 메이즈랜드(www.mazeland.co.kr) 064-784-38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