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부터 예산 편성까지 지자체장 입김 작용…성남·경남 FC 정치적 논란 휘말리기도
#지방선거에 휘둘리는 시도민구단
K리그 1, 2부리그를 통틀어 시민구단은 13개다. 전체 21개 구단의 절반이 넘는다. 국군체육부대가 운영하는 김천 상무도 시민구단 형태를 띠고 있다.
이들은 태생적으로 지자체장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부분 구단 창단 과정에서도 당시 재임 중인 지자체장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다. 신생 시도민구단의 창단은 지자체장의 '업적'이 된다. 새롭게 팀을 창단한 지자체장은 자신의 업적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투자를 지속한다.
하지만 이들 구단은 장기간 꾸준한 성장을 장담할 수 없다. 다음 지방선거에서 반대 세력의 지자체장이 선출된다면 구단은 외면받기도 한다. 전임자의 업적인 구단에 많은 예산이 편성되도록 하지 않기도 한다.
시도민구단은 때론 '낙하산 인사'의 종착지가 되기도 한다. 구단은 공모주를 통해 창단해 시도민들이 주주로 참여하지만 이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대표이사나 사무국장 등 구단 내 주요 인사는 '지자체장의 사람'으로 채워지기도 한다. 이는 구단 내 인사들이 반목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축구 자체에도 영향
때론 '축구의 영역'까지 지자체의 영향을 받는다. 지도자들 사이에선 감독직을 맡으려면 지도력이나 커리어보다 '정치력'이 더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 시도민구단 중 하나인 A 구단의 감독을 맡고 있는 인사는 "지자체장과 수도 없이 '소맥'을 들이켰다"고 털어놨다. 지자체장과 단단한 관계 형성 이후에야 구단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비교적 고액의 예산이 투입되는 지방 소재 B 시도민구단은 2021시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으로 감독교체설이 나왔다. 하지만 실제 교체로 이어지지 않았다. 2022시즌 중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고, 혹시라도 구단주가 바뀔 수 있는데 새 감독을 임명하기 조심스럽다는 것이 이유였다.
수도권 C 구단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위권 성적을 내고 있지만 감독 사퇴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오는 6월 선거에서 어떤 지자체장이 당선될지 모르고 그의 의중을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자체장에게도 시도민구단은 매력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 시도민구단 감독직을 지낸 한 인사는 "지역에 여러 구단이 있더라도 자신이 구단주로 있는 시도민구단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며 "지자체장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른 종목 경기장에 가면 의례적인 의전만 받는데 시도민구단은 수준이 다르다고 하더라. 구단이 성과를 내면 시도민인 팬들도 지자체장을 떠받들어준다"고 말했다.
#정치와 스포츠의 상관관계
최근 시도민구단은 운영상 어려움을 호소한다. 성남 FC가 이재명 전 대선후보의 성남시장 재임 시절 기업들에서 받은 후원금이 정치적 논란에 휘말린 탓이다. 이후 한 푼이 아쉬운 시도민구단들은 후원금이나 광고비 수급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히 성남은 논란 이후 광고 수익이 급격히 줄었다.
경남 FC도 지역 정치에 휘둘린 대표적 구단으로 꼽힌다. 경남은 홍준표 전 지사의 재임시절 명암이 엇갈렸다. 홍 전 지사는 부임 초기 구단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시너지를 냈다. 새로운 스폰서를 유치하는 데도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그가 직접 임명한 구단 임원이 운영 중 월권·횡령 논란에 휩싸였다. 이 시기 경남은 심판매수 사건에 연루되기도 했다. 결국 1부리그에 있던 팀이 2부로 강등되는 과정에서는 "이런 식이라면 더 이상 팀을 운영하기 어렵다"고 '해체 엄포'까지 놓으며 팬들의 속을 타게 만들었다.
경남 구단은 '유세 논란'에도 휘말렸다. 2019년 홈구장 소재지인 창원의 국회의원 보궐선거 유세 과정에서 당시 강기윤 후보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경기장에 진입하는 소란을 겪은 것이다. 당시에는 '경기장 내 정치 행위 금지' 규정이 있는 시기였다. 밀고 들어오는 정치인들을 막지 못해 구단은 제재금 2000만 원 징계를 받았다.
지자체장 후보들은 저마다 종목을 막론하고 새 구장 건설, 구단 유치 및 창단 등을 공약으로 내걸기 일쑤다. 허구연 KBO 신임 총재가 취임 초기부터 지자체장과 적극적으로 만나는 것 역시 스포츠와 정치의 관계를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자신이 즐기는 스포츠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팬들만 가슴을 졸이고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