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장례식 불참 놓고 비토 기류, ‘고향 세탁’ 두고도 곱지 않은 시선…낙마 카드 꺼낼지는 미지수
예상된 수순이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누더기로 전락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불참 속 4월 25일 반쪽 개의한 한덕수 청문회는 법정 시한을 넘긴 채 5월 2∼3일 다시 열기로 했다.
청문회 보이콧 최전선에는 친문(친문재인) 강경파로 꼽히는 강병원 의원이 섰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강 의원은 한 후보자의 자료 제출 거부를 겨냥, “허탕·맹탕 청문회가 될 것”이라고 직격했다.
특히 친문을 비롯한 범친노(친노무현)계 내부에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초대 국무총리로 ‘한덕수 카드’를 꺼낼 때부터 비토(거부) 기류가 높았다. ‘한덕수 불가론’의 표면적 이유는 자료 제출 부실이지만, 속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직간접적으로 맞닿아있다.
민주당 복수 인사들에 따르면 한 후보자는 2003년 산업연구원 원장(제15대)을 시작으로,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8대),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5대)을 거쳐 2007년 노무현 정부 마지막 국무총리(38대)를 지냈다.
한 후보자 업적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밀어붙였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그가 국무총리 직전 맡았던 직도 한·미 FTA 체결지원위원장 겸 대통령 특보였다. 노무현 정부에서 굵직한 요직을 차지한 것만 다섯 차례에 달하는 셈이다.
2008년 2월 취임한 이명박 전 대통령(MB)도 한 후보자의 한·미 FTA 추진 능력을 높이 평가, 초대 주미대사(2009년 2월∼2012년 2월)로 발탁했다. 그 사이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다가 서거했는데, 한 후보자는 귀국하지 않았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총리를 지냈으면서도 (노 전 대통령) 장례식에 불참했으니 인륜을 크게 거슬렀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일부 인사들은 “한 후보는 당시 주미대사에 분향소를 마련한 뒤 미국 정·재계 인사들의 조문을 안내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했다.
한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친노 인사들은 한 후보자를 겨냥, “제 입맛에 따라 고향 세탁을 했다”고 꼬집었다. 현재 포털 사이트에 한 후보자의 고향은 전북 전주로 나온다. 하지만 김영삼(YS) 정부 당시 고향을 서울이라고 했다가, 김대중(DJ) 정부 땐 전북이라고 정정했다고 한다.
DJ 정부 때 춘추관장을 지냈던 김기만 전 동아일보 파리특파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후보자를 언급, “1998년 3월 초대 통상교섭본부장으로 발탁될 당시 (한 후보자가) 각 언론사에 ‘전주가 고향’이라는 팩스를 보냈다”고 회고했다.
한 후보자가 현재 전북을 고향으로 고수하는 것은 지역 배려 차원에서 불리하지 않은 데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어느 때보다 호남 민심을 신경 쓰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분석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 2월 재경전북도민회 신년 인사회에 참석, 한 후보자가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
하지만 민주당이 한덕수 낙마 카드를 꺼낼지는 미지수다. 자칫 ‘발목잡기’로 비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한덕수 청문회 보이콧 때도 당 내부에선 부적격 3인방으로 꼽은 ‘정호영(보건복지부) 김인철(교육부) 한동훈(법무부)’ 낙마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민주당 한 의원은 “새 정부 초대 총리인 만큼, 인준은 해줘야 한다는 기류도 있다”고 했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