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처방’ 약발… 야 “안철수 백신 나와라”
▲ 지난 13일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가 선거운동 지원에 나선 박근혜 전 대표와 함께 구로디지털단지를 방문, 이동하고 있다. |
# ‘박근혜 지원’ 힘 발휘할까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박원순 야권통합후보의 서울시장 선거전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불출마 선언이 첫 번째 변수로 작용했었다. 안철수 원장의 불출마 선언 이전 서울시장 후보 지지율 순위는 압도적 1위였던 안 원장에 이어 당시 후보군으로 거론된 나경원 의원, 한명숙 전 총리, 박원순 변호사 순이었다. 마치 박근혜 전 대표 독주 체제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순위를 보는 듯했다.
그러나 이 순위는 안철수 원장의 불출마 선언 이후 순식간에 뒤집어졌다. 5% 내외의 미미한 지지율을 기록했던 박원순 후보가 9월 6일 안 원장의 불출마 이후 단숨에 나경원 후보를 누르고 지지율 1위를 기록했던 것. 다음 날인 9월 7일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의 양자대결 조사에서 박원순 후보는 51.1%, 나경원 후보는 32.5%로 박 후보가 무려 18.6%p 차로 역전하게 된다. 여론조사 기관별로 차이는 보였으나, 두 후보의 격차는 9월 한 달간 상당부분 벌어진 채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9월 17일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조사에서도 박원순 후보는 50.0%, 나경원 후보는 31.7%로 나와 박 후보가 무려 18.3%p나 앞서 있었다.
그런데 이 흐름(표 참조)은 지난 10월 6일 두 번째 변수인 박근혜 전 대표의 지원 선언을 전후로 크게 출렁이게 된다. 박 전 대표가 나 후보를 지원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며, 나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것. 급기야 지난 10~11일 서울신문·엠브레인의 조사 결과 나경원 후보가 47.6%, 박원순 후보가 44.5%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나 후보가 ‘이기는’ 수치가 발표됐다. 오차범위 내의 격차였긴 했으나, 나 후보가 처음으로 1위를 기록한 것.
이러한 결과에 대해 정치권 전문가들은 ‘박심’의 영향력이 주효했다는 데에 동조를 보이고 있다. 이에 나경원 후보 캠프 측도 상당히 고무된 모습이다. 지난 13일 공식선거운동 첫날 만난 한 캠프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표는 특히 선거전에 강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나. 박 전 대표가 힘을 실어준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날은 박근혜 전 대표가 나 후보의 유세 현장에 직접 동행한 날이기도 했다(박스기사 참조).
13일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며 나 후보와 박 후보의 선거전은 초박빙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역시 남은 기간 최대 변수 중 하나는 바로 ‘박근혜 지원효과’가 어느 정도의 힘을 발휘할지의 여부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박근혜 전 대표의 가세가 나경원 후보 지지층의 이탈을 방지하고 표심을 공고히 하는 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부동층이 상당수 늘어난 점을 감안할 경우, 표 확장성 측면에서 박 전 대표의 지원이 생각보다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나경원 후보의 지지층을 확장시키기 위해서는 무당파층과 부동층을 움직여야 하는데 박 전 대표의 전통적 지지 텃밭이 아닌 서울지역에서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 박원순 ‘네거티브’ 통했나
나경원 후보와 박원순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줄어든 또 하나의 배경으로 박원순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전략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평가도 있다. 재선 의원 신분인 나경원 후보에 비해 비정치권에 있던 박원순 후보에 대해선 대중에게 세세히 알려진 바가 없었다. 이 점이 나경원 후보 측에게는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나라당에서는 박원순 후보에 대한 재산 문제, 병역 문제, 학력허위기재 등에 관해 집중적으로 의혹을 제기하며 검증 국면을 효율적으로 이용해 왔다. 여기에 일부 보수 인터넷 매체들이 공방전에 가세하며 박원순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전략은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퍼져갔고, 인터넷을 주로 이용하는 젊은 층들의 표심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또한 박원순 후보의 주요 지지층인 중도층과 무당파층의 지지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은 네거티브 전략에 취약하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고 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박원순 후보에 대한 도덕적 기대수준이 기존 정치인 신분인 나경원 후보에 대해 높을 수밖에 없다. 또한 정당에 속해있지 않는 박 후보의 지지층은 상대적으로 견고한 한나라당 지지층에 비해 지지강도가 약하다. 박 후보의 도덕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면 표심이 더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기에 박 후보에 대해 생각보다 많은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민사회운동가 출신으로 내세울 수 있는 참신함에 흠집이 가해진 측면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선거일까지 아직 10여 일이 남아있는 만큼, 박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전략이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다. 박원순 후보를 지지하던 진보성향의 젊은 층 유권자들을 오히려 결집시킬 수도 있다는 분석인 것.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투표율이 낮은 보궐선거라는 점을 감안하면, 20~30대 젊은 층의 투표율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나라당의 집중적인 의혹제기에 대해 박 후보를 지지하는 젊은 층을 오히려 결집시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안철수 원장의 지원 여부가 마지막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안 원장이 박근혜 전 대표와 같이 유세에 직접 참여한다면, 박 전 대표 이상의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야권 성향의 정치컨설턴트는 “기존 정치에 대한 반감과 불신이 안철수 원장에 대한 지지표심으로 나타난 만큼, 안 원장이 유세에 가담한다면 재보궐 선거의 특성인 정권심판론 정서가 표심을 크게 흔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
박근혜vs문재인 유세경쟁 ‘흥미진진’
‘문의 변신’ 긴장 좀 될걸?
마치 시상식장을 방불케 했다. 박근혜 전 대표의 등장에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는 영화제의 레드카펫 분위기와 다름없었다. 지난 13일 10·26 재보궐 선거의 첫 선거운동일, 박근혜 전 대표는 구로 디지털단지 일대의 회사와 거리 곳곳을 누비며 선거의 여왕다운 ‘화려한 귀환’을 보여주었다. 이날 박 전 대표는 예상을 깨고 나경원 후보와 ‘동행’하는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선거 유세를 펼쳤다.
박 전 대표가 거리 유세에 나선 것은 지난 2007년 대선 이후 4년 만의 일. 애초 상당수 정치 전문가들은 “박근혜 전 대표가 동행 유세를 펼쳤다가 패할 경우 그 타격을 고스란히 맞게 될 것이므로 선거 지원에 올인하기엔 고민이 클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유세전에 나선 첫날 ‘화끈하게’ 나경원 후보를 도왔다. 구로 공단 일대의 벤처기업과 거리를 도는 유세에 가담하며 보기 드물게 길거리 행보에도 나선 것. 박 전 대표를 쫓는 기자들의 행렬도 경쟁이 치열했다. 그 무리에 섞여있던 기자 역시 박 전 대표의 빠른 발걸음을 따르느라 진땀을 빼야했다.
박 전 대표는 연설 형태의 지원이 아닌 시민들을 가까이서 접하는 데에 주안점을 둔 듯했다. 구로의 마리오타워 구내식당에서 벤처기업협회 직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동안, 경호원들은 기자들에게 취재를 하지 말아달라며 양해를 구했다. 박 전 대표가 직원들과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배려해 달라는 것이었다. 박 전 대표와 함께 식사를 나눈 한 직원은 “중소기업 육성 문제와 육아 문제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편안하게 잘 받아주셔서 좋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직원 역시 “TV에서만 보던 박 전 대표를 가까이서 보니 인상이 참 좋으신 것 같다”고 전했다.
박 전 대표는 나경원 후보와는 별도로 오후 내내 구로 지역 곳곳을 돌며 유세를 이어갔다. 박 전 대표와 수행원, 기자들을 포함한 일행이 움직일 때마다 장사진을 이뤘지만, 시민들의 호응도 뜨거웠다. 특히 이날 박 전 대표 첫 유세현장에는 평소보다 2~3배 많은 10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려들어 ‘물 반 기자 반’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 공식 유세 첫날 박 전 대표만큼 주목받았던 이는 박원순 후보 지원에 나선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었다. 문 이사장은 서울 광화문광장을 찾아 연설대에 직접 올라서 박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현실 정치와는 거리를 두어왔던 문 이사장이 거리유세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 4년 만에 거리유세에 나선 박근혜 전 대표만큼이나 주목받을 수 있는 적극적인 행보였다. 이날 문 이사장의 연설 자세는 이전에 비해 한층 높아진 강도를 느낄 수 있었다.
현장에서 문 이사장을 지켜본 한 시민은 “말씀을 상당히 차분하게 하지만 내공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연설을 잘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던 문 이사장이 이날은 뭔가 준비를 한 듯 평소와 달리 어조에 힘이 실렸더라. 정치입문 시기가 빨라지는 것 아니냐는 인상도 받았다”라고 말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역시 박원순 후보 지원에 나서고 있으나, 정가에서는 문재인 이사장의 달라진 모습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문 이사장의 ‘힘찬 연설’을 대권행보의 ‘시발점’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조]
‘문의 변신’ 긴장 좀 될걸?
▲ 지난 1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시민 발언대’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
박 전 대표가 거리 유세에 나선 것은 지난 2007년 대선 이후 4년 만의 일. 애초 상당수 정치 전문가들은 “박근혜 전 대표가 동행 유세를 펼쳤다가 패할 경우 그 타격을 고스란히 맞게 될 것이므로 선거 지원에 올인하기엔 고민이 클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유세전에 나선 첫날 ‘화끈하게’ 나경원 후보를 도왔다. 구로 공단 일대의 벤처기업과 거리를 도는 유세에 가담하며 보기 드물게 길거리 행보에도 나선 것. 박 전 대표를 쫓는 기자들의 행렬도 경쟁이 치열했다. 그 무리에 섞여있던 기자 역시 박 전 대표의 빠른 발걸음을 따르느라 진땀을 빼야했다.
박 전 대표는 연설 형태의 지원이 아닌 시민들을 가까이서 접하는 데에 주안점을 둔 듯했다. 구로의 마리오타워 구내식당에서 벤처기업협회 직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동안, 경호원들은 기자들에게 취재를 하지 말아달라며 양해를 구했다. 박 전 대표가 직원들과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배려해 달라는 것이었다. 박 전 대표와 함께 식사를 나눈 한 직원은 “중소기업 육성 문제와 육아 문제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편안하게 잘 받아주셔서 좋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직원 역시 “TV에서만 보던 박 전 대표를 가까이서 보니 인상이 참 좋으신 것 같다”고 전했다.
박 전 대표는 나경원 후보와는 별도로 오후 내내 구로 지역 곳곳을 돌며 유세를 이어갔다. 박 전 대표와 수행원, 기자들을 포함한 일행이 움직일 때마다 장사진을 이뤘지만, 시민들의 호응도 뜨거웠다. 특히 이날 박 전 대표 첫 유세현장에는 평소보다 2~3배 많은 10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려들어 ‘물 반 기자 반’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 공식 유세 첫날 박 전 대표만큼 주목받았던 이는 박원순 후보 지원에 나선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었다. 문 이사장은 서울 광화문광장을 찾아 연설대에 직접 올라서 박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현실 정치와는 거리를 두어왔던 문 이사장이 거리유세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 4년 만에 거리유세에 나선 박근혜 전 대표만큼이나 주목받을 수 있는 적극적인 행보였다. 이날 문 이사장의 연설 자세는 이전에 비해 한층 높아진 강도를 느낄 수 있었다.
현장에서 문 이사장을 지켜본 한 시민은 “말씀을 상당히 차분하게 하지만 내공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연설을 잘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던 문 이사장이 이날은 뭔가 준비를 한 듯 평소와 달리 어조에 힘이 실렸더라. 정치입문 시기가 빨라지는 것 아니냐는 인상도 받았다”라고 말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역시 박원순 후보 지원에 나서고 있으나, 정가에서는 문재인 이사장의 달라진 모습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문 이사장의 ‘힘찬 연설’을 대권행보의 ‘시발점’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