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 냄새 폴폴…대박 쫓다 쪽박 십상
▲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원 안 오른쪽)와 박원순 범야권 단일후보 등 서울시장 후보 관련 기업들이 테마주로 떠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
요즘 유행하는 서울시장 후보 관련 테마로는 박원순 관련 풀무원홀딩스, 웅진홀딩스, 휘닉스컴 등이다. 풀무원과 웅진은 박 후보가 사외이사로 재직했다는 이유로 테마에 포함됐다. 휘닉스컴은 박 후보의 고등학교 동창인 홍석규 회장이 경영한다는 게 전부다. 나경원 후보의 경우 법대 동기가 운영하는 한창, 특수차량 제조업체인 오텍 등이 있다. 오텍의 경우 나 후보가 장애인 자녀를 두고 있어 서울시장이 되면 서울시의 장애인 관련 차량 주문이 늘어날 것이란 명분이다.
그런데 이 같은 테마주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거두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게다가 박 후보의 경우 시민운동 경력을 감안할 때 사외이사로 재직했다고 해서 해당기업에 뭔가 혜택을 준다고 보기 어렵다. 휘닉스컴은 삼성그룹의 방계인 보광그룹 계열이다. 재벌 견제에도 적잖은 역할을 해 온 박 후보가 재벌계열인 휘닉스컴에 도움을 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홍 회장과 박 후보의 사이도 고교동창인 것은 맞지만 그리 가깝지 않다는 게 주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재계 관계자는 “정치인과 관련해 기업들이 바라는 것은 대규모 수주나 매출보다는 회사 사정이 어려울 때 뭔가 도움을 줄 수 있다거나, 다른 기업과 상대적인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는 정도”라면서 “거물 정치인에게 직접적으로 수익사업 관련 청탁을 한다는 것은 요즘 분위기로 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치권과의 인연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기업들을 보면 그 끝이 좋지 않다는 점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내년에도 총선과 대선이 예정된 만큼 정치인 관련 테마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이지만, 섣불리 뛰어 들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테마주가 이른바 ‘작전’의 일부인 줄 알면서도 단기차익을 노리는 투자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실제 플러스 수익을 거두기란 쉽지 않다. 한두 차례 재미를 볼 수 있지만, 중독성이 강한 테마 투자에 잘못 걸려들면 결국에 빈털터리가 되기 쉽다.
작전은 주체 세력이 주식 매집과 함께 특정 재료를 퍼뜨려 추격 매수를 유도하는 수법이 대부분이다. 일단 추격 매수가 붙으면 소액만으로도 주가는 쉽게 급등하게 되고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한다. 문제는 누가 먼저 털고 나오느냐다. 작전 주체들은 애초에 목표한 수익률에 따라 철저히 차익을 실현한다. 자신들이 주식을 매각한 후 상한가가 더 형성돼도 냉정하게 팔고 나온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하루만 더, 하루만 더’를 바라다 결국 폭락세에 걸려든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 브로커는 “개인 투자자들은 상한가 마지막 날까지 물량을 털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루 15%의 수익을 포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하한가로 접어든 뒤에는 매수세가 없어 팔고 싶어도 못 파는 경우가 생긴다. 결국 며칠간의 평가이익을 몽땅 날리고, 되레 손실을 보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그렇다면 개인 투자자들이 쉽게 말려드는 테마주들의 호재성 재료는 뭘까. 정치 테마의 경우 정치인들이 내세우는 정책과 관련된 부분이 많다. 하지만 정책이란, 집행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데다 특정 업체 한 군데에 관련 사업을 몰아주는 데도 한계가 있다. 정부 공사나 조달에도 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통 정책 관련 테마는 수혜업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수혜업종 가운데 정치인과 관련된 특정업체만 주가가 급등하는 경우 경계가 필요하다.
최근 정부가 줄기세포 관련 지원정책을 발표하면서 바이오주가 급등세다. 바이오주 급등에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자금을 불리기 위한 세력이 가담하고 있다는 미확인 정보도 시장에 돌고 있다. 또 다른 증권 브로커는 “사실 2000년대 초반 IT버블 당시 정권 실세들이 정치자금을 크게 불렸다는 루머가 끊이지 않았다”며 “정부 정책발표만 나오면 주가가 급등하다 보니, 정책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한 정치인들로서는 사전에 정보를 알고 주식을 사는 선행매매가 가능한 환경이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이에 따라 바이오주에 투자할 때는 테마성 재료보다는 개별 회사의 재무상태와 수익성을 살피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 한 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의약품의 경우 보통 독성실험, 임상 1, 2, 3상의 단계를 거처 국내 승인, 해외승인 등의 절차를 밟는다”면서 “임상 3상쯤 되면 제품의 효능은 어느 정도 입증됐고, 부작용의 확률을 점검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이쯤은 돼야 해당 제품의 상용화 가능성이 70% 이상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임상 3상이라고 해서 꼭 대박이 나는 것은 아니다. 임상실험이 끝난 제품이라도 판매 단계에서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제품개발이나 판로개척에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충분한 시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해외로 판로를 넓혀야 하는데 벤처기업 수준의 바이오 업체가 이를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해외 사례를 보면 바이오벤처가 신약이나 신물질 개발을 하지만, 정작 판매단계에서는 글로벌 제약사에 회사나 기술을 팔아넘긴 경우가 허다하다. 조류독감 치료제로 유명한 스위스 로슈의 타미플루도 사실은 바이오 벤처가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원개발 테마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 자원개발 시장은 미국 엑슨모빌, 쉘, 영국 BP 등 메이저 업체들의 안방이다. 그나마 최근 중국이 국부펀드를 동원해 전 세계 에너지 기업을 사들이고, 자원보유국에 원조를 제공하는 등 영미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열세다. 한국의 벤처기업이 대규모 자원개발에 성공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보다 어려운 게 현실이다. 국내에서는 LG상사, SK네트웍스 등 대기업들이 그나마 작은 성과를 보는 정도다. 유가 급등기 때마다 고개를 드는 벤처기업, 코스닥 우회상장 업체의 자원개발 테마는 성공 확률이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