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통해 결제 금액 최초 확인…부정 결제 환수 여부에 행안부 “우리 권한 밖”
#행안부의 허술한 시스템 구축과 운영
5월 20일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2020~2021년 카드사 재난지원금 결제 규모에 따르면, 삼성디지털프라자와 LG베스트샵에서 결제된 금액이 57억 원에 달한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20년 삼성디지털프라자와 LG베스트샵에서 각각 17억 원, 1억 원의 1차 긴급재난지원금이 결제됐다. 2021년에는 삼성디지털프라자 26억 원, LG베스트샵 13억 원의 국민지원금이 결제됐다. 재난지원금 대상은 2020년 5월 지급된 ‘제1차 긴급재난지원금’과 2021년 9월 지급된 ‘제5차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이다. 결제 규모 기준은 전업카드사(8개)와 겸영은행(11개)에서 결제된 재난지원금(총 15조 6076억 원)이다.
삼성디지털프라자·LG베스트샵이 재난지원금 사용제한 업종인 대형전자판매점이다. 특히 1차 긴급재난지원금은 본사 직영점뿐만 아니라 개인 사업자가 대기업과 판매계약을 맺고 운영하는 대리점에서도 사용이 제한됐다. 2021년 국민지원금은 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으로 등록된 대리점의 결제를 허용했지만, 삼성디지털프라자·LG베스트샵 직영점에서도 결제됐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실제 2020~2021년 동안 삼성디지털프라자 직영점 내 휴대폰 A/S센터에서 약 10억 원의 재난지원금이 결제됐다.
행안부의 허술한 시스템 구축과 운영이 문제로 지적된다. 1차 긴급재난지원금은 카드사를 통해 사용 업종을 제한했다. 국민지원금은 사는 곳의 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과 연동해서 정책을 시행했다. 전국 지자체들은 별도의 신청 절차 없이 카드사와 연계해 지역화폐 가맹점을 자동 등록해오고 있다. 카드사는 대형전자판매점을 본사 직영점과 대리점으로 구분하기 위해서 주소지로만 사용처 제한을 해왔다. 대형전자판매점이 본사 주소가 아닌 매장 주소로 카드사 가맹점을 등록한다면 재난지원금 결제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이와 별개로, 대형전자판매 직영점의 지역화폐의 사용이 제한됐지만 실제로 결제가 이뤄진 사실도 확인됐다. 지난해 일요신문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광주광역시 내 삼성디지털프라자 13개 직영점 중 12곳에서 지역화폐(광주상생카드)로 결제가 이뤄졌다. 같은 해 7월 LG베스트샵 직영점 10곳은 여름맞이 특별행사를 진행하며 지역화폐(광주상생카드) 사용처라 홍보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전국 다른 지자체에도 지역화폐 결제를 막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관련기사 [단독] 소상공인용 혜택 ‘날름’? 대기업 전자판매점 지역화폐 사용처 홍보 논란).
그간 지역화폐가 대형전자판매 직영점에서 결제된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추산된다. 2020년 전국 230개 지자체에서 판매한 지역사랑상품권은 총 13조 3000억 원에 이른다. 올해는 총 30조 원을 발행하기로 했다. 삼성전자판매와 하이프라자는 각각 삼성디지털프라자, LG베스트샵을 운영 중이다. 두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각각 3조 7891억 원, 2조 9540억 원에 이른다. 두 회사는 각각 삼성전자와 LG전자의 100% 자회사다.
#정말 몰랐나 아니면 알고도 모른 척?
일요신문은 2021년 8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약 9개월 동안 행안부에 대형전자판매점의 재난지원금 결제 현황 관련해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그때마다 행안부는 재난지원금 결제 현황을 생산·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정보 부존재결정을 통지해왔다. 지난해 9월 2일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실도 행안부에 일요신문과 같은 자료를 요구했다. 이에 행안부는 특정 기업만 자료를 주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보겠다고 회신했지만, 돌연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고 입장을 밝혔다. 지난 5월 19일에도 행안부 재정정책과는 대형전자판매점의 재난지원금 결제 현황 관련 정보공개청구에 대해서 “부존재결정을 통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허은아 의원실 관계자는 “행안부는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국회 자료제출 요청에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다"며 "재난지원금에 관련, 행안부 역시 카드사와 자료제출을 위한 협의가 가능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행안부가 카드사에 자료 요청 자체를 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나온다. 이와 관련, 전업카드사 한 관계자는 “대형전자판매점이 재난지원금 사용 가맹점으로 등록돼 결제가 이뤄진 사실을 확인했지만, 이 같은 자료를 행안부 허락 없이 단독으로 전달해줄 수 없다”며 “행안부에서 카드사에 요청만 했으면 해당 자료를 건네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는 사이 행안부는 재난지원금 정책 효과를 알리는 데에는 공을 들였다. 행안부는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정책연구용역을 의뢰했다. 같은 해 12월 KDI는 8개 카드사의 자료를 토대로 ‘1차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의 효과와 시사점 분석’ 보고서를 내놓았다. 코로나19로 위축된 가계소비가 1차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된 이후 회복되기 시작했고, 지원금 사용가능 업종에서 전체 투입예산 대비 26.2~36.1%의 매출 증대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 보고서 골자다. 이 같은 홍보용 보고서에 세금 1억 4700만 원이 투입됐다.
더욱이 재난지원금·사용처 논란에도 행안부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지난해 8월 행안부 지역금융지원과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부적절하게 재난지원금, 지역화폐가 사용된 가맹점이 있는지 전수조사를 통해 점검할 예정”이라며 “환수조치에 대해서는 상황을 좀 더 파악한 이후 검토해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행안부는 전국 지자체에 지역화폐 가맹점에 대형전자판매점이 등록됐는지를 확인하라고 공문을 보냈을 뿐, 이후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행안부 지역금융지원과 관계자는 “지역화폐 가맹점은 지자체 조례규정이다. 지자체에서 제한하지 않고 있다면, 대기업 대형전자판매점에서 결제가 가능하다. 해당 결제가 적절한지는 문제 소지가 있지만, 바로 부정사용이라고 보긴 어렵다. 행안부가 지자체에 강제할 권한이 없다”며 “재난지원금이 부당하게 사용됐다고 의무적으로 환수해야 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