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평코드’ 선입권 레이스 펼쳤어야, ‘블랙버미’ 뚜렷한 전력 향상, ‘마하메루’ 근성 발휘해 2위 골인
이번 회에서는 6월 3일부터 5일까지 치러진 경마 중에서 다음 출전 시 관심을 가져볼 마필 4두를 소개한다.
#원평코드(국4·수)
원평코드는 현재 19승을 올리며 다승 부문 2위를 기록 중인 서울 10조 정호익 마방의 국내산 3세 수말이다. 6월 4일 4군 승군전에서 인기 1위를 기록하고 결과는 6위에 그쳤으나, 자신의 능력을 100% 발휘한 경주가 아니라고 확신하기에 다음에는 훨씬 좋은 성적이 예상된다.
1400m 9번 게이트에서 무난한 출발을 하며 중위권에서 레이스를 시작했다. 그러나 곧바로 뒤로 밀리며 맨 후미로 처졌다. 3, 4코너 돌 때까지도 맨 뒤에서 나오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꼴찌로 직선주로에 들어선 후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올라왔다. 그러나 입상권과는 거리가 있었다. 폭발적인 추입력도 아니었고, 거리 차도 워낙 컸기 때문에 격차를 좁히며 순위를 끌어올리는 데 만족했다.
개인적으로 축마로 인정했기 때문에 6등이라는 결과가 당황스러웠고, 납득되지 않았다. 집에 와서 몇 번이나 동영상을 돌려본 후 내린 결론은 ‘자신의 능력을 100% 발휘하지 않았다’이다. 데뷔전 우승할 때 초반부터 강하게 추진하며 선행에 나섰고, 직전 2위 할 때는 선입 작전을 펼쳤기 때문에 이번 결과는 인정해줄 수가 없다.
기본적으로 스피드를 바탕으로 막판 근성을 발휘하는 질주 습성인데, 초반부터 추입마처럼 맨 뒤에서 뛰었다는 것은 제대로 된 경주가 아니다. 많은 팬들이 축으로 베팅했다는 점에서 지더라도 선입권에서 레이스를 펼쳤어야 했다. 맨 뒤에서 추입할 거라 예상하고 베팅한 팬은 거의 없다. 필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팬들은 심한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혈통적으로도 기대치가 높다. 부마 메니피(2019년 폐사)는 특별한 설명이 필요 없는 최고의 씨수말이었다. 모마 케이프코드걸은 현역시절 블랙타입에서 2위(1700m 모래)를 기록할 정도로 뛰어난 능력마였다. 현지에서 배출한 자마 세 마필도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2020년 1세마 경매에서 8100만 원이라는 높은 가격에 낙찰된 이유도 바로 혈통 때문일 것이다.
아직은 5전밖에 치르지 않아 경험이 부족하고, 모래에 대한 적응력도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500kg대의 뛰어난 체구에 좋은 혈통을 타고났다는 점, 한창 뻗어 나갈 수 있는 3세 수말이란 점에서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은 매우 높다.
#스마트하이(국5·암)
스마트하이는 3년 차 신인임에도 10승을 올리며 다승 18위를 기록 중인 51조 최용건 마방의 4세 암말이다. 6월 4일 경주에서 입상에 실패하며 4위에 그쳤으나, 경주 내용이 상당히 좋았기에 다음 경주에서는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1300m 12번(끝번) 게이트에서 무난한 출발로 중위권에서 레이스를 시작했다. 이후 약 300m를 지나면서 자리 잡기가 어렵게 되자 후미로 빠져 안쪽으로 들어갔다. 4코너를 열 번째로 돈 후 막판 결승선에서 탄력 넘치는 추입력을 발휘하며 올라왔다. 결과는 아쉽게 4위에 그쳤지만, 막판에 보여준 탄력은 매우 좋았다. 우승마와는 반 마신, 2위와는 목 차이의 근소한 접전이었다. 결승선이 조금만 더 길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 경주였다.
전체 12두 중 LF 타임이 12초 7로 단연 1등이었고, 막판에 보여준 존재감은 매우 강렬했다. 만약 게이트가 안쪽이었다면, 맨 후미가 아닌 중위권에서 레이스를 펼쳤다면 충분히 우승도 가능했다고 본다. 한마디로 게이트 운이 없었던 것이 패인이라면 패인이었다.
지금까지 11전을 치르는 동안 1승밖에 거두지 못한 평범한 4세 암말이다. 혈통적 기대치도 썩 높지 않다. 따라서 앞으로 크게 성장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이번 경주에서 보여준 막판 탄력이라면 5군에서는 경쟁력이 충분하다. 어떤 상대를 만나고, 어떤 조건으로 경주에 임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우승할 수도 있기에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
#블랙버미(국6·암)
블랙버미는 서울 24조 서홍수 마방의 국내산 3세 암말이다. 실전 세 차례 경주에서 7위, 10위, 8위에 그치며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으나, 6월 4일 네 번째 경주에서 뚜렷한 전력 향상을 과시하며 2위를 기록해 다음 경주부터는 관심이 필요하다.
1200m 10번 게이트에서 빠른 출발을 하며 선두권에서 레이스를 시작했다. 약 200m 지점에서 안쪽에 1번 런보이런, 5번 체인저가 강하게 밀고 나오자 페이스를 안배하며 3위로 따라갔다. 세 번째로 결승선에 들어선 후 막판 예상외의 뒷심을 발휘하며 올라왔다. 결국 우승마 런보이런에게 반 마신의 근소한 차이로 2위로 골인했다.
이전 경주에서는 세 번 모두 결승선에서 맥없이 무너졌다. 기본적인 스피드는 타고났지만, 뒷심이 너무나 부족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완전히 다른 말이 돼서 나타났다. 결승선에 다가올수록 힘 있는 걸음을 보였다. 더욱이 발 바꿈을 하지 못한 채 시종 좌 구보로 뛴 결과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앞으로 좀 더 힘이 차고, 결승선에서 우 구보로 전환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능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혈통적으로도 기대치가 있다. 부마 카우보이칼은 6월 6일 현재 씨수말 순위에서 3위에 오를 정도로 뛰어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모마 애머랜스는 현재 22세로 은퇴할 시점이 지났지만, 현역시절 1군에서 활약했고 1군마 천왕둥이와 2군마 뷰티풀댄서를 배출한 바 있다.
430kg대의 왜소한 체구의 암말이란 점이 최대 걸림돌이다. 아마도 큰 성장은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이번 경주를 통해 뚜렷한 변화를 보였다는 점에서 현군은 쉽게 벗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가급적이면 부상 복귀 후 당찬 말몰이로 선전하고 있는 김태희가 계속 기승하길 바란다.
#마하메루(국6·암)
마하메루는 부산 6조 구영준 마방의 국내산 3세 암말이다. 6월 5일 실전 네 번째 경주에서 좋은 내용으로 2위를 기록하며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여, 다음 경주부터는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1300m 2번 게이트에서 한 박자 늦은 출발로 최후미에서 레이스를 시작했다. 약 100m 부근에서는 후미 그룹과 5마신 이상 벌어져 입상권에서 완전히 탈락한 듯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중속을 발휘하며 빠르게 따라붙었다. 4코너 부근에서는 중위 그룹에 가세했고, 직선주로에서는 더욱 힘 있는 걸음으로 치고 올라왔다. 결승선 100m를 남겨두고 다섯 마필이 치열한 경합을 벌인 결과 막판 근성을 발휘한 마하메루는 2위로 골인했다. 만약 출발만 제대로 했다면 우승도 충분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우승마 윈드위너와는 불과 목 차이였기 때문이다.
혈통적으로도 어느 정도 기대치가 있다. 부마 한센은 작년 씨수말 순위 2위, 올해는 현재 5위를 기록 중인 우수한 씨수말이다. 모마 바르셀로나베이비는 현역 시절 22전 4승 2위 4회의 좋은 성적을 기록할 정도로 기본 이상은 되는 혈통이다.
그동안 요배통을 달고 살며 출전 주기도 불규칙했지만 최근에 컨디션이 뚜렷하게 좋아지며 전력도 향상되고 있다. 6군에서는 언제든지 입상할 수 있는 전력으로 평가된다.
이병주 경마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