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부동산 가격 하락 우려” PF 대출 부실화 가능성 지적, 업계 ‘촉각’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7월 5일 여신전문금융사(신용카드, 할부금융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지난 10년간 저금리 상황에서 수익 경쟁이 심화되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부동산 업종을 중심으로 기업대출을 확대해 부동산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모든 PF 대출에 대한 사업성 평가 실시 방침도 밝혔다.
여전사들의 부동산·건설업 대출액은 2018년 말 14조 6000억 원에서 지난해 말 35조 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4.4%에서 48.3%로 급증했다. 앞서 열린 보험사 CEO 간담회에서도 이복현 원장은 부동산 PF대출과 대체투자 등 고위험자산 위험관리를 주문했다. 상품영업보다 자산운용에서 수익을 내는 보험사의 부동산 PF대출 잔액은 42조 원으로 은행의 29조 원보다 많다.
이복현 원장은 증권업계 CEO와의 만남 때에도 부동산 자산 부실화에 따른 채무보증 위험을 경고했다. 증권사들은 직접 대출을 하는 대신 차주가 다른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리도록 보증을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는다. 그 규모가 작년 말 기준 28조 7000억 원에 달한다. 부동산을 유동화한 채무증권을 보증한 액수도 27조 3000억 원이나 된다. 모두 부동산 경기가 좋으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거나 개발사업이 차질을 빚어 차주가 돈을 갚지 못하면 증권사가 대신 변제해야 한다. 우발채무다.
부동산 호황에 비은행권 부동산PF 대출 규모는 2018년 말 40조 2000억 원에서 2021년 말 78조 1000억 원으로, 3년 새 94.3% 급증했다. 대출 증가율은 여전사가 146.8%, 보험사 87.5%, 저축은행 78.8%, 증권사 73.8% 등의 순이다. 개발된 부동산이 제대로 팔리지 않으면 대출을 갚지 못하게 된다.
돈을 빌려준 입장에서는 자금을 조달한 곳에 원금과 수익(이자)를 돌려 줄 수 없게 된다. 2011년 터진 저축은행 사태가 대표적이다. 당시 지방은행은 높은 이자로 예금을 받아 이보다 더 높은 수익을 내기 위해 부동산 개발사업에 돈을 빌려줬는데,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며 대출이 부실화됐다. 5000만 원까지 예금이 보호됨에도 불구하고 원리금을 떼일 수 있다는 공포에 저축은행 예금인출 사태, ‘뱅크런’이 벌어졌다. 정부가 나서 부실 업체를 정리하고 27조 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사태가 마무리됐다.
최근 금리 상승에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며 주택 수요가 시들해진 것이 금융 감독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주택뿐만 아니다. 소비위축 등으로 상업형 부동산 수요도 둔화될 수밖에 없다. 최근 지방 미분양 주택 수는 지난해 약 1만 호 수준이었으나, 올해 들어 약 2만 호로 올라섰다. 서울도 지난 5월 688호로 전월(360호)보다 약 2배 증가했다. 주택이든 상가든 잘 팔리지 않으면 건설사 위기가 금융회사로 전이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한편 부동산 침체는 금융회사들뿐 아니라 국내외 관련 금융상품에 투자한 이들에게도 부담이다. 특히 지난 수년간 국내 증권사·자산운용사들이 대체투자 명목으로 투자한 해외자산에서 부실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대출 만기가 다가오는 자산들은 다시 돈을 구해야 한다.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데 경기까지 나빠지면 수익률이 더 하락하게 된다. 매각을 통해 원금을 회수하기는 더욱 어렵게 된다.
달러화로 투자한 자산의 경우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환손실도 상당할 수 있다. 신용평가사 연구원들은 해외 부동산 리스크가 이제 시작이라고 경고한다. 그나마 안전성이 높다고 판단했던 미국 뉴욕, 워싱턴 등의 자산 역시 부실 징후가 드러난 만큼 긴장을 늦추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