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메기 한 쌈 하고 가이소”~~
▲ 덕장에 과메기를 걸어 말리는 모습. |
겨울의 포항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구룡포다. 꾸덕꾸덕 마른 과메기가 유혹의 손짓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구룡포로 갈 때는 호미곶을 항상 운명처럼 함께 들르게 된다. 가깝기도 하거니와 특별한 해오름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호미곶은 우리나라 지도의 호랑이꼬리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육지에서는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구룡포에서 자동차로 약 10분 거리다.
별들이 안간힘을 다하며 하늘을 붙잡고 있는 새벽, 호미곶으로 접어든다. 지치게 바다를 품고 오던 해안선은 호미곶에 이르러 방점을 찍고 드디어 영일만을 완성한다. 해오름의 시간에 맞추기보다 일찍 호미곶에 도착한 자에게 풍경은 감동을 선물로 준비한다. 떠오르기 1시간여 전부터 태양은 자신의 출현을 예고한다. 경계를 알 수 없던 하늘과 바다를 가르는 핏빛처럼 붉은 띠. 어쩌면 무섭기조차 한 그 색감에 빠져들다 보면 차라리 태양이 바다에서부터 헤어 나오지 못 했으면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러나 시간은 흐르고, 사위는 서서히 밝아온다. 제 색깔을 어둠에 묻어 두었던 모든 것들이 깨어나고, 경계의 그 띠를 지우며 태양이 장엄하게 솟구친다. 새천년을 즈음해 한반도의 화합을 기원한다는 목적으로 바다에 세운 거대한 청동손(상생의 손)은 마치 그 뜨거운 태양을 움켜쥐기라도 할 듯이 달려든다.
호미곶에서 해오름을 보고 구룡포로 길을 달린다. 구룡포 가는 길에는 자그마한 어촌들이 해안을 따라 줄지어 걸려 있다. 그 중 아침이면 가장 분주한 곳이 호미곶 바로 아랫마을이다. 해국자생지 마을로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잠수복을 입고 바다로 나가는 해녀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요새 바다에서 나는 수확량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고 불평을 터트리면서도 말똥성게를 잡기 위해 연신 자맥질을 하는 해녀들. 물속에서 작업을 하느라 오랫동안 참았던 숨을 터트릴 때는 마치 휘파람과 같은 ‘숨비소리’가 난다. 중천보다는 수평선과 더 가까운 곳에 있는 태양은 바다를 비스듬히 비추며 황금으로 색을 칠한다. 해녀들은 바다 위에 떠 있는 황금을 들고 바다 속으로 잠수한 후 다양한 해산물과 교환을 한다. 햇빛 찬란한 아침의 그 바다 풍경을 보면 저절로 그렇게 생각하게 된다.
구룡포는 요즘 떠들썩하다. 전국에서 몰려드는 과메기손님 때문이다. 과메기는 적당히 말린 꽁치로 관목어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진다. ‘청어(예전에는 청어로 과메기를 만드는 것이 보통이었다)의 눈을 꿰어 말렸다’는 뜻의 ‘관목어(貫目魚)’가 차츰 변형되어 과메기로 불렸다는 것이다.
구룡포 인근에는 과메기 덕장이 곳곳에 있다. 대부분 반을 갈라 내장을 파내고 말리는 배지기인데, 날씨가 추워지면서 통째로 말리는 통마리(엮거리)도 종종 보인다. 과메기는 구룡포의 차가운 바닷바람 속에서 황태처럼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맛을 찾아간다. 배지기는 4일, 통마리는 약 40일가량 걸린다. 짚으로 엮어 걸어놓는 통마리는 내장도 빼내지 않고 그대로 둔다. 그 내장이 녹아서 살에 스며드는데, 그 맛이 정말 고소하다. 일본 홋카이도에서도 과메기를 만들지만, 그들은 생으로 먹지 않고 익혀서 먹는다. 비리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과메기를 먹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면 그 맛에 빠져 훈제 따위를 해서 먹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생미역과 김, 마늘, 초창, 실파 등을 올리고 과메기를 얹어 쌈 싸먹는 그 맛. 절로 소주 한 잔이 그리워진다.
한편, 구룡포에는 항구 맞은편의 즐비한 가게들 뒤편으로 일본인가옥거리가 있다. 흔히 말하는 적산가옥거리다. 1930년대부터 일본인 도가와 야사부에 의해 항구가 건설되면서 구룡포에는 일본인들이 몰려와 살기 시작했다. 약 200채의 일본인가옥이 있었는데, 지금까지도 46채의 집이 남아 있다. 포항시에서는 그 중 상태가 양호한 5채에 대해 근대문화재 등록지정을 준비하고 있다. 포항시는 문화재지정을 기점으로 구룡포에 국내 최초의 대규모 일본관광타운 조성사업을 추진중이다.
▲ 죽도시장은 경북 최대 규모 어시장이다. 원 안은 해녀들이 물질을 위해 이동하고 있는 모습. |
한편, 호미곶과 구룡포 외에도 포항에는 둘러볼 곳들이 많다. 특히 포항의 남쪽과 북쪽 끝에 이름난 명찰들이 있는데, 놓치면 아까운 곳들이다. 남구 오천읍 항사리에 자리한 오어사는 원효와 혜공의 설화가 깃든 곳으로 원효대사의 삿갓과 동종 등 보물이 있다. 북구 송라면 내연산 자락에 있는 보경사는 적광전 앞에는 출입문 양 옆에 목조 사자가 웅크리고 앉아 있다.
김동옥 여행전문 프리랜서 tour@ilyo.co.kr
여행안내
▲길잡이: 경부고속국도 포항나들목→31번국도→죽도시장→포스코대교→→925번지방도(약전리)→호미곶→구룡포.
▲잠자리: 구룡포의 경우 깔끔한 숙박시설들이 많이 늘었다. 구룡포에는 자작나무호텔(054-276-5858), 아쿠아모텔(054-284-6900) 모텔 누누(054-276-0885) 등이 있다. 최근에 지은 건물들로 쾌적하고 전망이 좋다. 해오름을 볼 수 있는 방을 원한다면 미리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먹거리: 구룡포항에 가면 과메기를 파는 음식점들이 많다. 어느 곳을 골라 들어가더라도 쫀득한 과메기맛을 제대로 볼 수 있다. 보다 다양한 과메기요리를 맛보고 싶다면 죽도동 중앙교회 옆에 자리한 과메기특구 김순화식당(054-283-9666)을 찾아가자. 자타가 공인하는 과메기요리박사집이다. 20년 넘게 과메기를 이용한 요리 개발에 매진해 지금은 초밥, 튀김, 무침, 구이 등 다양한 과메기요리를 내놓는다.
▲문의: 포항시청 문화관광포털(http://phtour.ipohang.org), 문화관광과 054-270-2241.
▲길잡이: 경부고속국도 포항나들목→31번국도→죽도시장→포스코대교→→925번지방도(약전리)→호미곶→구룡포.
▲잠자리: 구룡포의 경우 깔끔한 숙박시설들이 많이 늘었다. 구룡포에는 자작나무호텔(054-276-5858), 아쿠아모텔(054-284-6900) 모텔 누누(054-276-0885) 등이 있다. 최근에 지은 건물들로 쾌적하고 전망이 좋다. 해오름을 볼 수 있는 방을 원한다면 미리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먹거리: 구룡포항에 가면 과메기를 파는 음식점들이 많다. 어느 곳을 골라 들어가더라도 쫀득한 과메기맛을 제대로 볼 수 있다. 보다 다양한 과메기요리를 맛보고 싶다면 죽도동 중앙교회 옆에 자리한 과메기특구 김순화식당(054-283-9666)을 찾아가자. 자타가 공인하는 과메기요리박사집이다. 20년 넘게 과메기를 이용한 요리 개발에 매진해 지금은 초밥, 튀김, 무침, 구이 등 다양한 과메기요리를 내놓는다.
▲문의: 포항시청 문화관광포털(http://phtour.ipohang.org), 문화관광과 054-270-2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