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대세론 꺼질 때’ 기억 생생
▲ 안철수 원장(왼쪽)과 박근혜 전 대표. |
◇안철수 지지율 상승의 비밀
‘콘크리트 지지율’이라 불릴 만큼 견고했던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이 ‘휘청거리기’ 시작했던 것은 10·26 재보궐 선거의 서울시장 후보로 안철수 원장이 급부상했던 9월초 무렵이었다. 그러나 이때만 해도 박근혜 전 대표는 안철수 원장에게 근소한 차이로 앞서는 1위를 유지했었다. 그런데 안 원장의 서울시장 선거 불출마 선언 이후 오히려 안 원장의 지지율이 더 높아지는 이상 현상이 벌어지더니, 10월에 들어서면서부터 박근혜 전 대표를 박빙으로 추격하는 흐름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특히 지난 11월 15일 안 원장이 재산 기부 의사를 밝힌 시점 이후 그의 지지율은 더 탄력이 붙고 있는 양상이다. 리얼미터의 정례조사에서도 근소한 차이로 박근혜 전 대표를 따라붙던 안 원장은 재산기부 의사를 밝힌 이후 박 전 대표를 넘어서 점점 격차를 벌려나가고 있다. 지난 11월 21일~25일 조사(다자구도)에서는 29.6%로 2위 박근혜 전 대표(25.9%)와 3.7%P 차를 기록했다. 같은 조사의 양자대결 구도에서도 안 원장과 박 전 대표는 각각 52.5%와 37.4%로 무려 15.1%P 차이를 보였다.
지난 11월 26일 중앙일보·YTN―동아시아연구원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서도 안철수 원장은 50.1%로 박근혜 전 대표(38.4%)를 11.7%P 차로 크게 앞섰다. 지난 9월 말 같은 조사에서 안철수-박근혜 간 양자대결구도 결과는 42.8% VS 43.7%, 10월에는 47.7% VS 40%를 기록한 바 있다. 안철수 원장은 9월 이후 계속해서 지지율이 상승했고, 박 전 대표는 계속해서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안철수 원장의 지지율이 계속해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동력에 대해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지지표심 성격의 변화 양상’을 주된 원인으로 꼽고 있다. 단순한 호감도 차원의 표심이 최근 들어 정치적 지지도로 성격이 전환되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초반 안철수 원장의 지지율에는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과 반감이 참신함을 가진 안 원장에 대한 기대감과 호응도로 표출되었던 반면, 10·26 재보궐 선거를 거치며 보다 강력한 정치적 지지도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철수 원장이 정치권 외곽에서도 간접적인 정치 행보를 보인 것이 효과를 발휘하며 이러한 표심 변화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여기에 안철수 원장이 무당파 혹은 무관심 층을 흡수한 것이 지지율 상승의 또 다른 동력이 되었다는 평가다. 리얼미터의 차기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무응답’ 비율은 실제로 안철수 원장이 후보군에 포함된 9월 초 이후, 이전보다 3~4%가량 낮아진 7~8%대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안철수 신당’이 포함되지 않은 정당지지도 조사에서는 여전히 무당파가 30%대 초반의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어, 이들 중 상당수가 대선후보 조사에서는 답변에 ‘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윤희웅 실장은 “안철수 원장은 한나라당도 민주당도 좋아하지 않는 무당파층과 정치 무관심층까지 흡수했기 때문에 갑작스런 높은 지지율 형성이 가능했다”면서도 “그러나 이들이 안철수 원장의 고정지지층으로 투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아직은 단정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 박근혜 재추격 모멘텀 있나
박근혜 전 대표가 과연 지지율 하락세를 반등시켜 1위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여론전문가들 사이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긍정적인 의견으로는 박근혜 전 대표의 고정지지층이 안철수 원장의 지지층보다 ‘견고’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30% 초중반대를 꾸준히 유지해왔던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최근 안철수 원장에게 밀려 20%대 중반 정도로 내려앉았고 연령별, 지역별 지지층에서도 ‘안철수 열풍’으로 인해 크게 휘청거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50대 이상, 대구경북(TK)’에서는 안철수 원장의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세론’을 현재진행형으로 이어가고 있다. 안철수 열풍도 강타하지 못한 박 전 대표만의 고정지지층이 여전히 강고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전문가들은 박 전 대표의 고정지지층을 15~20% 내외로 보고 있다. 박 전 대표가 강력한 고정지지층을 기반으로 중도, 진보 표심을 끌어오는 적극적인 전략과 정책을 선보인다면 1위 탈환 가능성도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안철수 원장에게 쏠린 20~30대 표심을 ‘나눠 갖지’ 못한다면, ‘박근혜 대세론’은 내년 대선에서도 과거형의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다는 부정적 전망도 크다. 리얼미터 조사의 연령별 지지율을 보면, 박근혜 전 대표는 20~30대에서는 안철수 원장에게 두 배 가까운 수치로 뒤지고 있다. 지난 11월 21~25일 조사에서 안철수 원장은 20대와 30대에서 각각 43.8%, 39.6%를 얻어 박근혜 전 대표(15.0%, 17.4%)를 크게 눌렀고, 40대(안철수 29.1%, 박근혜 26.0%)에서도 앞서는 결과를 보였다. 박 전 대표는 50대 이상에서만 38.9%로 안철수 원장(13.5%)을 이겼다. 박근혜 전 대표는 ‘젊은 표심’을 자극하기 위해 기존의 강연 방식과는 다른 대학 강연을 선보이는 등 차별화를 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지지율 상승에 큰 효과를 얻지는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뿐만 아니라 지역별로도 서울, 수도권은 물론 영남권인 부산·울산·경남에서도 안철수 원장이 박 전 대표를 이기는 결과가 나타났다. 최근 특임장관실에서 부산 지역을 대상으로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도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이 38%로 한나라당(18%)을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지난 1일 안철수 원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신당 창당’에 대해 생각이 없다고 밝혔으나, ‘안철수 현상’에 대한 기대감이 한나라당 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에게까지 여파를 미칠 가능성이 클 것임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친박계 내부 상황도 비상이다. 특히 친박계 고령 의원들이 대거 포진돼 있는 부산·경남 지역구 의원들은 ‘안철수 여파’에 대한 불안감이 매우 큰 상황. TK 지역의 한 친박계 의원은 “한나라당을 이렇게 만든 이들은 친이계인데 왜 우리더러 알아서 물러나라고 하는지 무책임한 것 아니냐. 더 이상 박 전 대표만 믿고 있을 수도 없고, 현재로선 내년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박근혜’의 이름을 내세워 당선된다는 보장도 없다. 막막한 상태”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지지율을 역전당한 것에 대해 지난 2006년 10월의 ‘악몽’을 떠올리는 이들도 많다. 당시 지방선거 승리를 이끌며 지지율 1위를 기록하던 박 전 대표는 갑작스런 북핵 실험으로 인해 이명박 후보에게 역전당한 뒤 결국 재역전을 하지 못한 채 대선후보 자리를 내줘야 했다. 한 정치컨설턴트는 “당시 이명박 후보는 지지율 역전을 기점으로 적극적인 경제관련 정책을 내세우며 안정 기조를 유지했던 박 전 대표와의 정책 대결에서 우위를 점해 결국 대선 승리까지 일궈냈다”고 설명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박근혜 전 대표가 1위 탈환을 하기 위해서는 보다 확실하고 적극적인 정치 행보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윤희웅 실장은 “MB와의 차별화를 국민들에게 각인시켜야 하고, 내년 총선에서 국민들이 충격적으로 받아들일 정도의 단호한 공천 개혁을 이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컨설턴트 김한창 박사 역시 “박근혜 전 대표가 내년 총선 정국에서 안철수 원장의 기세를 누르지 못한다면 대선은 더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
4년 6개월 만의 인터뷰 박근혜 ‘종편 나들이’ 이해득실
번지수 잘못 찾았다고?
지난 대선 경선 이후 단 한 차례의 인터뷰도 하지 않았던 박근혜 전 대표가 선택한 것은 결국 종편이었다. 지난 1일 종편 개국에 맞춰 TV조선, JTBC, 채널A, MBN 등 종편 4개사와 개국 기념 연쇄 인터뷰를 가진 것. 박 전 대표가 언론과 인터뷰를 한 것은 지난 2007년 7월 한나라당 대선 경선 이후 4년 6개월만의 일이다. 지난 1일 4개의 종편 채널은 저마다 경쟁하듯 박 전 대표와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그동안 인터뷰 시점과 방식 등을 두고 여러 참모들과 논의를 해왔던 박근혜 전 대표가 대선을 준비하는 첫 인터뷰 대상으로 종편을 택한 것은 현실적인 판단 때문이었다는 전언이다. 한 친박 관계자는 “보수 매체 중심의 종편 채널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 아니겠느냐. 이들 종편 언론과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하기 위함과 동시에 보수 표심을 의식한 현실적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면서 “또 이 방송사들하고만 인터뷰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여러 매체들과 순차적으로 인터뷰를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가 ‘소탐대실’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의견도 이와 비슷하다. 중도와 진보표심을 끌어와야 하는 시점에 보수성향 중심의 종편 채널들과 인터뷰 ‘개시’를 한 것이 큰 득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질문 내용과 대답 내용 역시 차별화를 주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아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기’를 위한 차원에서도 기대만큼 효과를 얻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대중들은 신비주의를 고수했던 박근혜 전 대표를 보다 가까이 느꼈을 수는 있지만 새로 개국한 채널마다 똑같이 등장하는 박 전 대표를 보고 식상함을 가졌을 것이다. 전략적으로는 같은 날 인터뷰를 한 것이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나서지 않는’ 안철수 원장이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데 반해 적극 행보로 돌아선 박 전 대표가 안 원장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일부 비판을 염두에 둔 때문인지, 박근혜 전 대표는 종편들과의 인터뷰에 이어 진보매체인 <경향신문>과도 인터뷰를 할 계획이라고 한다. 여기에 지난 1일 첫 방송을 시작한 MBC <주병진 토크 콘서트> 출연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조]
번지수 잘못 찾았다고?
지난 대선 경선 이후 단 한 차례의 인터뷰도 하지 않았던 박근혜 전 대표가 선택한 것은 결국 종편이었다. 지난 1일 종편 개국에 맞춰 TV조선, JTBC, 채널A, MBN 등 종편 4개사와 개국 기념 연쇄 인터뷰를 가진 것. 박 전 대표가 언론과 인터뷰를 한 것은 지난 2007년 7월 한나라당 대선 경선 이후 4년 6개월만의 일이다. 지난 1일 4개의 종편 채널은 저마다 경쟁하듯 박 전 대표와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그동안 인터뷰 시점과 방식 등을 두고 여러 참모들과 논의를 해왔던 박근혜 전 대표가 대선을 준비하는 첫 인터뷰 대상으로 종편을 택한 것은 현실적인 판단 때문이었다는 전언이다. 한 친박 관계자는 “보수 매체 중심의 종편 채널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 아니겠느냐. 이들 종편 언론과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하기 위함과 동시에 보수 표심을 의식한 현실적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면서 “또 이 방송사들하고만 인터뷰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여러 매체들과 순차적으로 인터뷰를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가 ‘소탐대실’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의견도 이와 비슷하다. 중도와 진보표심을 끌어와야 하는 시점에 보수성향 중심의 종편 채널들과 인터뷰 ‘개시’를 한 것이 큰 득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질문 내용과 대답 내용 역시 차별화를 주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아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기’를 위한 차원에서도 기대만큼 효과를 얻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대중들은 신비주의를 고수했던 박근혜 전 대표를 보다 가까이 느꼈을 수는 있지만 새로 개국한 채널마다 똑같이 등장하는 박 전 대표를 보고 식상함을 가졌을 것이다. 전략적으로는 같은 날 인터뷰를 한 것이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나서지 않는’ 안철수 원장이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데 반해 적극 행보로 돌아선 박 전 대표가 안 원장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일부 비판을 염두에 둔 때문인지, 박근혜 전 대표는 종편들과의 인터뷰에 이어 진보매체인 <경향신문>과도 인터뷰를 할 계획이라고 한다. 여기에 지난 1일 첫 방송을 시작한 MBC <주병진 토크 콘서트> 출연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