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계 후보들 ‘이재명 사법리스크’ 화력 집중…단일화로 일대일 구도? 시도는 하겠지만…
#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400명 민주당 중앙위원 명부가 다 있다. 후보들 사이에선 이미 표 계산이 다 끝났다. 당 대표 이재명은 당연한 것이고, 컷오프 결과는 중앙위 투표에 달려 있어서 지금 여론조사는 사실 아무 의미가 없다고 봐도 된다.”
민주당 한 관계자가 8·28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건넨 말이다. 이재명 의원은 7월 17일 “책임지고 앞으로 이기는 민주당을 만들겠다”며 당권 도전 선언을 했다. 이 의원이 택한 길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과거 궤적과 유사하다. 문 전 대통령은 2012년 제18대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패배한 후, ‘친노계 책임론’에도 불구하고 2015년 민주당의 전신 새정치민주연합 수장에 올랐다. 이후 2016년 총선 승리를 거쳐 2017년 대권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재명 의원 외에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 강병원 강훈식 박용진 박주민 의원,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김민석 의원, 이낙연계 설훈 의원, 이동학 전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나머지 후보들은 일제히 이 의원을 향해 화력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특히 이 의원의 사법리스크가 타깃이다. 설훈 의원은 7월 1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장동 의혹을 보더라도 지금 구속된 사람들이 다 (이재명 의원) 측근 중의 측근들”이라며 “성남 FC 후원금 문제도 객관적으로 봐도 문제가 심각하다는 게 틀리지 않은 이야기”라고 했다.
97그룹도 이 의원의 ‘방탄용 당 대표 출마’를 겨냥했다. 강병원 의원은 7월 19일 “방탄국회라는 부끄러운 말이 국회에서 사라지게 하겠다”며 “국회의원 자격정지 제도를 도입해 체포동의안 의결 대상에서 자격정지 의원을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 성남 FC 후원금 의혹 사건, 부인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사적유용 의혹 등이 엮인 이 의원을 저격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내부에선 1야당 대표가 수사기관 소환을 받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공세에 대해 이 의원은 7월 17일 “비 오는 날 먼지 날 만큼 십수년간을 탈탈 털렸다”며 “정적을 공격하려는 과도한 음해는 자중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방어했다.
그럼에도 이 의원의 독주를 의심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과연 어느 정도의 득표로 대표에 오를지, 또 누가 나머지 본선 티켓 2장을 얻을지에 더 관심을 둔다. 이 의원에 대항할 최종 후보 두 명의 단일화도 변수로 꼽힌다. 7월 28일 치러지는 당 대표 예비경선(컷오프)은 중앙위원 투표 70%·국민 여론조사 30% 비율로 진행된다. 8명 중 3명이 본선에 오른다.
중앙위원들은 현역 의원을 비롯해 지역위원장, 광역·기초단체장 등으로 구성된다. 이 의원을 제외하면, 이낙연계의 설훈 의원과 정세균계 지원을 받는 김민석 의원이 유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선 당권 주자들의 계파색이 얕아 표가 분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비명계 후보들은 단일화 논의에 긍정적인 뜻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용진 의원은 “후보 단일화로 일대일 구도를 만들면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을 충분히 무너뜨릴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인 바 있다
역대 사례들을 비추어 봤을 때 컷오프 이후 단일화가 쉽게 성사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 다른 관계자는 “전당대회 단일화는 선거를 잘 몰라서 하는 얘기다. 절대 불가능하다고 본다. 어차피 이재명 의원이 되는 판에서 체급 올리려고 나가는 건데 그게 쉽겠나. 지지율 차이가 큰 데다, 만약 97그룹에서 컷오프 통과되면 그 순간 메인이 된다. 몸값이 오르는 건데, 그런 상황에서 누가 중도 포기를 하려고 하겠나”라고 내다봤다.
#이재명계, 최고위원 얼마나
최고위원 역시 ‘명심’을 등에 업은 친명계 후보들이 약진할 것이란 예상이 주를 이룬다. 이번 최고위원 선거에는 원내 10명과 원외 7명 등 17명이 출사표를 냈다. 대표 선출과 달리, 중앙위원회 투표 100%가 반영된다. 본선행 티켓은 8명이 쥐게 된다.
원내에서는 친명계 후보 정청래 서영교 박찬대 양이원영 이수진 장경태 의원이 나선다. 송갑석 고영인 고민정 윤영찬 의원 4명은 비명계로 분류된다. 원외에서는 박영훈 전 민주당 대학생위원장, 권지웅 전 민주당 비대위원, 이경 전 민주당 상근부대변인, 이현주 전 보좌관, 민주당 권리당원 안상경, 조광휘 전 부대변인, 김지수 한반도미래경제포럼 대표가 출마했다.
총 7석 최고위원 가운데 선출직은 5석, 당 대표 지명직은 2석이다. 선출직 5석 중 친명계가 2석만 확보해도 차기 지도부 과반이 친명계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게다가 당연직 최고위원인 박홍근 원내대표도 친명계로 꼽힌다. ‘이재명호’가 차기 지도부를 장악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때문에 친문계를 중심으로 하는 비명계 사이에선 이 의원의 사당화 우려도 나온다. 이낙연계 윤영찬 의원은 7월 1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민주당이 특정인의 정당, 특정인의 사당화되는 것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거부해야 된다”며 이 의원을 직격했다.
친문 김종민 의원은 “인천 계양과 서울시장 공천 과정,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 인사 등에서 당내 의사결정 절차와 시스템이 무력화되는 등 사당화의 우려마저 제기됐다”며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대선 시즌3가 되면서 윤석열 정권에 대한 견제도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친명계로 꼽히는 한 초선 의원은 “국민과 당원에 의해 선출된 대표를 중심으로 당이 운영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 이를 굳이 사당화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파벌을 나눠 싸움을 하겠다는 것”이라면서 “확실한 차기 주자를 갖고 있다는 것은 민주당의 큰 플러스 요인”이라고 했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