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22일 방송되는 KBS '동물극장 단짝' 25회는 '금생의 인연, 꽃보다 어여쁜' 편으로 꾸며진다.
전라남도 순천 어머니의 품속 같은 포근함을 지닌 모후산 중턱. 여름의 푸릇함을 그대로 담은 정원길을 따라 들어가면 만날 수 있는 작은 암자 상적암에 산공 스님(60)이 산다. 홀로 깊은 산 속에서 수행하려면 적적할 법도 한데 어쩐 일인지 암자는 매일이 시끌 시끌 대화 소리로 가득하다. 바로 7마리의 반려견과 1마리의 반려묘 때문이다.
애교쟁이 반려묘 진이부터 천방지축 문수, 보디가드 진돌이와 보문이, 시현이, 보현이, 6개월 전 뱀에 물린 채 발견된 모후와 산이까지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모여들었지만 수행보다는 스님과의 수다에 더 열심이다.
동적인 수행을 즐기는 스님은 틈날 때마다 반려견들을 데리고 암자 앞 정원으로 나간다. 함께 풀도 뜯어 먹고 나무도 다듬으며 상적암 보살들만 누릴 수 있는 산책을 즐긴다.
여고생 시절 우연히 만난 비구니 스님들을 보며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어 출가를 한 산공 스님. 벌써 40년 전 일이다. 여러 암자들을 옮겨 다니며 수행을 이어가던 어느 날 버려져 있던 야산 겸 농토인 지금의 땅을 발견하고 암자를 지었다.
그리고 26년이 지난 지금 감차수국과 떡갈잎수국 등 다양한 종류의 수국들과 잘 정돈된 나무들이 장관을 이루는 정원을 완성했다.
반려동물들에게 받은 사랑을 다른 이들에게도 나누고 싶다는 스님. 밑반찬을 한아름 만들어 보따리로 싸서 외출에 나섰다. 근처 암자에서 수행중인 스님들에게 가져다주기 위함인데 도착한 절은 무소유 법정스님의 자취가 남아있는 송광사 '불일암'이다.
그곳에 기거 중인 덕조 스님과 차 한잔 하며 담소를 나누는데 대화의 주제는 역시나 동물들. 덕조 스님이 '절에 들고나는 고양이에게 사료를 주니 얼굴이 편안해보이더라' 라는 이야기에 산공 스님 얼굴에도 기쁨이 감돈다.
세상의 모든 생명에게, 또 곁에 있는 반려동물에게 매 순간 진심을 다하는 산공 스님의 소원은 단 하나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것.
이번 생에 맺은 인연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산공 스님과 8마리 반려동물과의 암자 생활을 만나볼 수 있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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