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5000억 원’ 고평가 논란 불구 투자 유치 활발…“밝은 시장전망과 현대차 초기 투자가 긍정 요인”
2019년 설립한 포티투닷은 설립 후 한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유모스(UMOS, Urban Mobility Operating System)라고 자체적으로 부르는 도심형 통합 모빌리티 솔루션을 개발한다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도 현대차로부터 씨드 투자를 받았고, 설립 7개월 만에 프리 시리즈A 투자 라운드를 통해 기아, SK, LG, CJ로부터 300억 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LIG넥스원, KTB네트워크, 신한은행으로부터 각 50억 원씩 시리즈A 투자 라운드 전 브릿지 투자도 따냈다. 아이나비시스템즈, 티머니 등과도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유모스에 대한 실체를 궁금해하는 업계 관계자들이 적지 않았다.
포티투닷의 성과는 2020년 말이나 돼서야 공개되기 시작했다. 포티투닷이 레벨4 자율주행차 임시운행 허가를 받았다는 소식을 알리면서다. 자율주행은 0~5단계로 나뉘는데 레벨4는 고도 자동화 단계로 운전자가 출발 전에 목적지와 이동 경로만 입력하면, 수동 운전으로 복귀하지 못할 때도 시스템이 안전하게 자율주행을 한다.
포티투닷은 라이다(Lidar) 없는 레벨4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강조했다. 라이다는 레이저 펄스를 발사해 대상 물체에서 반사돼 돌아오는 것으로 거리 등을 측정해 주변의 모습을 정밀하게 그려내는 장치다. 라이다는 정확도가 높지만 단점도 많다. 일단 비싸다. 보급형 카메라와 가격이 최대 10배 차이 난다. 전력 소모도 상당하다. 자율주행차 대부분이 전기차로 운영되는데 라이다는 전기차 유지비용 증가 및 주행거리 감소 요인으로 꼽힌다.
게다가 라이다를 운영하려면 고정밀 지도를 사용해야 한다. 고정밀 지도는 제작·유지·보수가 쉽지 않고 데이터도 많이 든다. 업계에 따르면 1km 반경을 라이다를 위한 고정밀 HD 지도로 만들려면 최소 1기가바이트(GB)에서 3GB의 데이터가 든다고 한다. 테슬라가 자율주행 기술에서 라이다를 배제한 것도 비싼 가격과 큰 전력 소모 때문이다.
포티투닷은 자율주행용 카메라 및 하드웨어 플랫폼부터 지도와 소프트웨어 알고리즘까지 자율주행에 필요한 모든 영역을 고유의 기술로 구현하려 하고 있다. 포티투닷이 만드는 자율주행차에는 라이다가 없고 자체 제작한 7대의 카메라와 5대의 레이더, 글로벌 내비게이션 위성 시스템(GNSS), 관성측정장치(IMU) 센서를 통해 주변 환경과 상대방 차의 속도, 다른 차와 거리 등을 예측해낸다.
라이다를 쓰지 않으니 고정밀 지도도 필요없다. 포티투닷은 자체 기술로 구축한 경량화된 지도를 쓴다. 네이버나 카카오 지도 서비스 같은 SD 맵을 자율주행차를 위한 지도로 바꾸는 자체 맵핑 기술이 적용된 지도다. 유지·보수 비용을 고정밀 지도의 10% 수준으로 감축할 수 있다. 맵핑 기술로 사용 데이터는 500킬로바이트(Kb)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게 업체 설명이다. 데이터를 50Kb 수준으로 줄이는 게 향후 목표다.
해당 소식이 알려진 이후 대기업들과 투자사들의 관심은 더 높아졌다. 포티투닷은 지난해 11월 시리즈A 투자 라운드까지 마무리했다. 신한캐피탈과 롯데렌탈이 300억 원과 250억 원을 포티투닷에 투자한 것을 비롯해 스틱벤처스, 위벤처스·DA밸류인베스트먼트, 윈베스트벤처투자가 신규 투자자로 참여했다. 포티투닷의 시리즈A 투자 규모는 총 1040억 원이다. 포티투닷의 총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1530억 원이다.
포티투닷은 해당 기술이 적용된 자율주행차로 현재 국내 일부 도심에서 유상운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6호선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역 주변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에서 여객운송을 담당할 한정운수면허를 취득해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포항에서는 수요응답형(DRT) 모빌리티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2024년에는 세종시에서도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을 목표로 삼고 있다. 자율주행 유상운송 외에도 자율주행 솔루션 ‘Akit’ 판매로 실적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3년 4분기를 목표로 자동차 제조회사(OEM)의 차량에 통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포티투닷는 현재 기업 가치는 5000억 원으로 추산되며 씨드 투자를 단행했던 현대차의 인수설도 제기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포티투닷의 기업가치 평가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포티투닷과 비슷한 위치에 있는 경쟁업체들이 꽤 있기 때문이다.
대중적으로는 카카오모빌리티와 협력 중인 오토노머스에이투지(a2z)와 쏘카의 지원을 받는 라이드플럭스가 있다. a2z의 경우 2020년부터 세종시에서 유상 자율주행 서비스를 운영했고, 최근에는 국토교통부에서 추진한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 공모의 최종사업자로 선정됐다.
라이드플럭스는 제주에서 자율주행 셔틀 서비스를 운영 중이며 세종시 진출을 목전에 두고 있다. 라이드플럭스의 경우 시리즈A로 165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들의 누적 투자금은 292억 원 수준이다. 기술과 상용화 측면에서 경쟁구도를 갖춘 라이드플럭스와 비교했을 때 포티투닷의 기업가치가 높아 보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포티투닷은 상승한 기업 가치에 비해 실적이 부진하다. 2020년 2500만 원, 2021년에는 4억 원이 이들이 기록한 매출의 전부다. 영업 손실은 204억 원과 321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는 약 214억 원과 345억 원의 당기순손실로 이어졌다. 즉 투자금으로만 비용을 충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의 사업 모델 중 하나인 자율주행차 유상운송 사업이 실제로 의미 있는 매출을 창출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일요신문i는 3일 DMC역에서 직접 포티투닷의 자율주행차를 이용해봤다. 노선 한 바퀴를 도는 데도 문제점이 여럿 드러났다. 탑승하자마자 자율주행 시스템에 오류가 생겨 수동으로 운전해야 했다. 우회전 시 마지막 차로에 정차된 차량을 인식하지 못했는지 차량이 한동안 서 있기도 했다. 한 번은 앞에서 달리던 버스가 차로를 바꿔 정류장으로 이동할 때 버스가 살짝 차로에 걸쳐 있었는데 이를 자연스럽게 피하지 못했다. 결국 운전자가 모두 수동으로 조작해야 했다. 이외에도 갑자기 끼어드는 차량에 운행 중 급정거하거나 운전자가 운전대 주변에서 손을 계속 들고 있는 등 불안했다.
물론 자율주행 기술은 이 같은 변수들을 계속 데이터로 축적하면서 성장한다. 하지만 고객들이 불안함과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수많은 변수들이 사라질 때까지 돈을 내고 서비스를 이용할 이유는 없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자율주행 시장 전망은 밝다.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되는 한 3~5년 후 상당히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의 실적과 상황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현재 자율주행 관련 업체들의 몸값이 높은 것도 이들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장기 투자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해당 기업의 선행 투자자 리스트다. 포티투닷의 가치가 특히 높은 이유는 현대차그룹의 초기 투자 참여가 한몫했을 것이다. 현대차는 투자와 함께 송창현 포티투닷 대표를 지난해 현대차가 신설한 TaaS(Transportation-as-a-Service)본부의 장으로 선임했다. 향후 포티투닷의 기술을 현대차의 완성차에 접목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내 1위 완성차 제조업체를 잠재적 수주원으로 확보한 포티투닷의 가치가 높은 이유”라고 분석했다.
향후 업계의 관심은 현대차의 포티투닷 인수설이 실제로 이행되는지, 인수한다면 지금의 기업가치를 인정할 것인지에 쏠려 있다. 포티투닷이 현대차에 인수된다면 경쟁업체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 그러나 인수가 무산된다면 투자자들은 현대차가 잠재적인 수주원이라는 것에 의구심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포티투닷의 기업가치 평가와 후속 투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포티투닷의 운명이 현대차에 달려 있는 셈이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