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4천명·월 2만건 상담·연간 수임료 4700억…변협 반발에도 가파른 성장세 ‘예비유니콘’ 선정
#로앤컴퍼니를 이끄는 ‘깐부’
1982년생인 김본환 대표와 1983년생인 정재성 부대표는 로앤컴퍼니 공동창업자다. 둘은 대학생 때 연합경영학회 동기로 처음 인연을 맺게 됐고, 학회에서 경영 전문 잡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를 토대로 발제하고 토론하며 경영학 관련 지식을 쌓았다. 학회에서 김 대표가 회장을, 정 부대표는 부회장을 맡으면서 둘의 우정은 더욱 돈독해졌다. 학회 이후에는 서로 다른 길을 택했다. 김 대표는 교육 콘텐츠 사업 관련 창업을 경험했고, 이후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진학했다. 정 부대표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앤드컴퍼니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김본환 대표와 정재성 부대표는 제1회 변호사 시험이 치러지던 2012년 재회했다. 당시 정 부대표는 컨설턴트로 약 3년 정도 근무하면서 창업의 꿈을 키우고 있었다. 정 부대표는 여러 분야 전문가와 인터뷰를 하면서 창업 아이템을 찾던 중 법률 시장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이후 조언을 얻고자 로스쿨에 재학 중이던 김본환 대표를 만났다. 둘은 정보 비대칭이 극심한 법률 시장에서 IT 기술을 통해서 변화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 이후 둘은 주말마다 만나 창업의 꿈을 키워갔고, 2012년 김 대표 제안으로 법률시장 서비스 대중화와 선진화를 목표로 하는 로앤컴퍼니가 탄생했다.
정재성 부대표는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안 바뀌는 것, 또는 몰라서 바꿀 수 없는 것’에 대해 변화를 만들고 싶었고, 스스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회사를 통해서 세상에 필요한 지속 가능한 변화를 만들어내고 싶었다”며 “그런 고민 끝에 법률 시장을 찾았다. 로스쿨과 변호사 시험 도입으로 인해 해마다 변호사 수가 급증할 것이지만, 국민들의 법률 접근성은 여전히 낮았다. 이 같은 문제를 IT 기술로 풀면 좋겠다고 생각해 창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로앤컴퍼니는 한 변호사 사무실의 구석진 방에서 시작했다. 새로운 기술·제품·서비스의 성능 및 효과를 시험할 수 있는 적합한 환경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종의 ‘테스트 베드’였던 셈이다. 김본환 대표와 정재성 부대표는 약 1년간 변호사 사무실에서 마케팅과 CS 업무를 전담했다. 고객 상담, 사건 처리 과정 등을 살펴보며 변호사와 의뢰인들이 법률 시장에서 겪는 어려움과 문제점을 파악했다. 특히 검색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는 광고비는 증가하는데 효율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김 대표와 정 부대표는 변호사 사무실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2014년 6월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을 출시하게 됐다.
정재성 부대표는 “1년간 법률 사무소에서 일하면서 법률 소비자들이 자신이 겪는 문제와 관련된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변호사를 찾고 상담 받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소송의 72%가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진행된다. 국민 모두 법률가의 조력을 평등하게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국가에서 변호사를 증원했지만, 법률 시장은 업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IT 기술이 도입되지 않았다. 로톡을 통해 한 변호사가 해결할 수 있는 법률 사건의 수를 증대시킨다면 국민 편익은 물론 법률 시장 자체도 확대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시련 속 피워낸 로톡의 꿈
로앤컴퍼니는 IT 기술 방식을 활용한 법률 시장 개척에 초점을 맞췄다. 로톡 사용자들은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변호사 법률상담 서비스를 손쉽게 이용하고 결제할 수 있다. 변호사들의 경우 로톡이 각 변호사의 전문 분야별, 지역별 홍보, 마케팅을 도와준 덕분에 본업에만 집중하게 된다.
하지만 시련은 로톡 출시 1년 만에 찾아왔다. 지난 2015년 3월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로앤컴퍼니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당해 4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혐의 없음’ 불기소 처분했지만, 2016년 9월 대한변호사협회는 로앤컴퍼니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다시 고발했다. 서울변호사회와 대한변협은 로톡에 대해 ‘변호사가 아닌 자는 법률 사무를 중개, 알선할 수 없다’는 변호사법 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로앤컴퍼니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드 투자금까지 소진됐다. 결국 사무실을 빼고 보증금으로 직원들 월급을 지급했다. 직원들은 국립중앙도서관을 거점 사무실로 삼고 출퇴근을 했다. 특히 변호사로부터 월정액의 광고비를 받기 시작하며 수익 모델 구축에 나섰다. 다행히 2017년 1월 서울중앙지검의 ‘혐의 없음’ 불기소 처분이 나왔고, 이후 시리즈A 투자(사업 아이템을 기반으로 한 초기 투자금)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정재성 부대표는 “변호사협회 이슈와 더불어 IT 기술이 침투되지 않은 법률 시장에서 10년을 버티는 것이 쉽지 않았다. 6개월 이상 사무실 없던 위기 속에도 버텨줬던 직원분들이 지금까지도 함께해주고 있다. 이분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크다”며 “국민들이 로톡을 통해 더 쉽고 편리하게 변호사를 만나고, 변호사 역시 법률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자신을 알리며 더 많은 의뢰인을 만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필요한 서비스’이고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위기 속에서도 로앤컴퍼니 성장세는 가파르다. 2021년 3월 변호사 회원 수는 약 4000명으로 최고치를 찍었다. 월 상담 건수는 약 2만 건에 달했다. 지난해 수임거래액은 총 4736억 원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상반기 총 230억 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를 유치하면서 누적 투자액은 400억 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7월 중소벤처기업부는 로앤컴퍼니를 ‘2021년도 예비유니콘 특별보증 참여기업’으로 선정했다. 국내 최초의 리걸테크(Legaltech·법률정보기술)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정재성 부대표는 “국내 리걸테크 시장에는 한동안 보이지 않는 허들이 많이 존재했다. 로앤컴퍼니 창업 이후로 생겼다가 없어진 국내 리걸테크 기업만 50개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국내 리걸테크의 시장 발전 수준은 너무나도 낮다. 해외 선진국들은 빠른 기술 발전을 통해서 법률 시장의 혁신을 만들어가고 있고 궁극적으로는 변호사와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법률시장 환경이 우리나라와 가장 유사한 일본의 경우, 로톡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벤고시닷컴은 지난해 상장했고, 시가총액이 3조 원을 넘어섰을 정도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로앤컴퍼니는 외연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 1월 판결문 검색 서비스 ‘빅케이스’를 론칭했다. 변호사 1800여 명이 가입한 상태다. 향후 AI 기술이 적용된 판례검색 및 분석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솔루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법률 자문이 필요한 기업에게 기업 전문 변호사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간 거래(B2B) 서비스 ‘로톡비즈’도 운영 중이다. 이 밖에도 ‘모든변호사’를 통해 변호사 채용정보, 커리어 멘토링 등의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정재성 부대표는 “법률 서비스에 IT가 접목되며 리걸테크 시장이 성장하는 것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로앤컴퍼니는 IT 기술을 통해 법률 서비스 시장의 규모를 키우며 변호사와 국민들을 위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국내 리걸테크 발전을 통해 국민들의 사법 접근성이 높아질 수 있도록 정부부처 관계자들이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전향적인 검토를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