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오세훈과 신당 창당설 돌지만 가능성은 낮아…여론전 막기 위한 경찰 수사에 ‘윤심’ 반영 설왕설래
이준석 대표와 ‘윤핵관’이 다시 충돌한 계기는 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원내대표의 ‘텔레그램 메시지 유출’ 사건이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당무와 거리를 두고 있다고 강조해왔지만,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는 표현을 통해 실제로는 이 대표 ‘당원권 6개월 정지’ 중징계에 ‘윤심’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정치권의 해석이 잇따랐다.
논란이 거세지자 권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저의 부주의로 대통령과의 사적 대화 내용이 노출돼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은 전적으로 저의 잘못”이라고 공개 사과했다. 대통령실 역시 “이 대표도 전후 사정을 미뤄 짐작할 테고, 특별히 오해는 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준석 대표는 다음날 전국을 순회하던 와중에 일부 언론을 통해 “오해할 여지없이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며 “못 알아들었다고 대통령실이 오해하지 않기 바란다”고 대응했다.
이번 사태로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5일 상임전국위원회를 열고 현재 당 상황을 ‘비상상황’으로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오는 9일 전국위를 개최해 비대위 구성을 위한 당헌 개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당의 비상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비대위를 띄웠지만, 오히려 이준석 대표와 갈등이 증폭되며 잡음이 커지고 있다. ‘당대표 권한대행’ 체제에서는 이 대표가 당원권 6개월 정지 이후 내년 1월 당대표로 복귀가 가능하다. 그런데 비대위가 들어서면 비대위원장이 당대표 역할이기 때문에, 이준석 대표 체제는 막을 내리게 된다.
국민의힘 전국위원회 의장인 서병수 의원 역시 이준석 대표의 당대표 복귀는 “불가능하다” 못 박았다. 서 의원은 3일 국회 브리핑에서 “지도부 결정권한을 가지고 있는 몇 분에게 말씀드렸지만 너무 적대적으로 대치하기보다는 소통을 통해 이 대표가 명예롭게 사퇴하고 향후 자기 정치를 계속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매듭짓는 것이 필요하지 않냐”고 충고했다.
이준석 대표는 명예롭게 사퇴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 3일 SNS를 통해 “끼리끼리 이준석 욕하다가 문자가 카메라에 찍히고 지지율 떨어지니 내놓은 해법은 이준석의 복귀를 막는다는 판단”이라며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당헌·당규도 바꾸고 비상 아니라더니 비상을 선포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용피셜(용산+오피셜)하게 우리 당은 비상상태가 아니다. 내부총질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참 달라졌고 참 잘하는 당 아니냐. 계속 이렇게 해야 한다”고 비꼬았다.
이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대표의 향후 대응에 대한 각종 추측이 나오고 있다. 가장 먼저 이 대표가 비대위 출범의 절차적 흠결을 들어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실제 이 대표는 SNS를 통해 최고위와 전국위 등의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대표가 법적 대응 의지를 밝혔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 입장에서 법원 가처분 신청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과거 사법 당국이 정당 문제에 최대한 관여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가처분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 가처분 신청이 기각될 경우 오히려 상처가 더 커지게 된다. 앞서 이 대표는 당 중앙윤리위의 중징계 결정이 나왔을 때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결국 법적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
윤리위 중징계 결정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반론도 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윤리위의 당원권 6개월 정지 결정 이후 권성동 원내대표의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정해졌을 때는 이준석 대표가 6개월 후 당대표로 돌아올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비대위 체제가 확정되면 이준석 대표는 돌아올 당대표 자리가 없어진다. 중징계에 경찰 수사까지 받는 상황에서 당내 입지도 사라진다. 따라서 이 대표로서는 할 수 있는 건 다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가처분 신청 등 법적 투쟁에 나서는 것은 사실상 이 대표가 더 이상 당과 함께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 어떻게 당에 다시 돌아가 얼굴 보고 같이 일할 수 있겠나”라고 덧붙였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을 나가 신당을 창당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창당에 함께 손잡고 나설 인사로 유승민 전 의원이 거론된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7월 9일 북콘서트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의 중징계 결정에 대해 “윤리위나 윤핵관들을 보면 조폭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4일에는 자신의 SNS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을 만나야 한다”며 “동맹국 미국의 의회 1인자가 방한했는데 대통령이 만나지 않는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 및 윤핵관들과 날카롭게 각을 세우고 있는 것.
오세훈 서울시장도 합류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오 시장은 이 대표가 믿고 소통하는 몇 안 되는 ‘선배’로 전해진다. 이 대표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캠프 뉴미디어본부장을 맡아 오 시장 당선의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실제 오 시장은 이 대표를 향해 ‘지원사격’을 하고 있다. 오 시장은 이 대표 중징계가 나기 전인 7월 6일 한국경제 인터뷰에서 “어떤 형태로든 이 대표가 중도 사퇴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당으로서는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 역시 8월 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오 시장 고민이 깊을 것”이라며 “오 시장은 계속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선두를 유지하면 여러 가지 셈법을 계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불어민주당 한 관계자는 “정치에서 잘 되게 돕는 건 어려워도 안 되게 방해하는 것은 쉽다. 이 대표가 소장파들과 국민의힘을 박차고 나가 개혁 민생을 앞세운 신당을 만들면 국민의힘으로서는 골치가 아프다. 특히 이 대표가 이대남의 지지를 계속 끌어안고 간다면, 2024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이 대표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다. 그럼 이 대표는 당대표로 체급을 유지한 채 당에 복귀도 가능하다. 지난 총선에서 미래를향한전진4.0 당대표로 미래통합당과 당 대 당 통합을 이뤄낸 이언주 전 의원 모델로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신당 창당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는 분석도 있다. 전여옥 전 의원은 2일 YTN라디오 ‘뉴스 정면승부’ 인터뷰에서 “누가 따라가겠느냐”며 “하태경 의원도, 준석맘(정미경 최고위원)도 안 갈 거라고 본다. 이번 의총에서 ‘비상상황이 아니다’라고 반대한 딱 한 사람, 김웅 의원도 지역구 여론이 무서워 따라 나갈지 그것도 모른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준석 대표 중징계와 비대위 체제 전환에 국민의힘 의원이나 당직자들이 반대 목소리를 못 내는 것은 ‘윤심’이 무섭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대표 본인의 문제도 있다. 이 대표의 발언이나 성격 스타일상 항상 주변에 적을 만들고 있다. 주변에 사람이 없다. 당 내부적으로 이 대표 평가가 좋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창당한다고 누가 따라 나가겠느냐”고 지적했다.
고진동 정치평론가는 “이준석 대표는 스스로 당을 나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 대표가 당내 분란을 계속 일으키면 윤석열 대통령 및 윤핵관들로서는 지지율이 하락하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럼 친윤계의 당내 영향력도 흔들리게 된다. 그때 이 대표는 ‘최고권력으로부터 탄압받는 피해자’ 이미지로 다시 권력 중심으로 복귀할 수 있다. 이에 이 대표는 지금처럼 장외를 돌며 시끄럽게 여론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간 윤핵관 등이 포진한 여의도 국회를 비판하던 이 대표는 최근 과녁을 옮겨 윤석열 대통령을 직접 저격하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지난 4일 SNS에 윤 대통령의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 중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느냐”는 발언에 대해 “나와서는 안 되는 발언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민영 대변인이 윤 대통령의 인사를 비판한 글이 윤 대통령의 분노를 샀다는 칼럼 내용에 대해 “눈을 의심케 하는 증언”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과 전면전을 선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당내 분란이 계속되면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도 계속 추락하는 모양새다. 한국갤럽이 8월 2일부터 4일까지 사흘간 자체 실시한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잘하고 있다’ 응답은 24%,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66%를 기록했다. 전주에 28%로 취임 후 처음 30%대가 무너진 이후 일주일 만에 4%포인트가 추가로 빠진 것(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러다 보니 윤 대통령과 윤핵관 측에서 이 대표의 입을 막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정황이 나온다. 경찰이 이준석 대표의 성접대 및 알선수재, 증거인멸교사 등 의혹을 수사 중인 가운데,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이준석 대표 사건은 왜 압수수색도, 소환조사도 안 하냐’ ‘법리 검토는 똑바로 했냐’고 수사책임자를 공개 질책했다는 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또한 경찰 내부에서 혐의에 대한 입증 어려움, 공소시효 도과 등으로 기소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자,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의 법률대리인인 강신업 변호사는 무고 혐의로 경찰에 추가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가 성상납을 받은 것이 확인됐는데도, 이를 최초로 방송한 가로세로연구소 강용석 변호사, 김세의 전 기자를 고소했다는 이유에서다. 강 변호사는 김건희 여사 팬클럽인 ‘건희사랑’의 회장을 지낸 바 있다. 그러다 보니 이 대표를 향한 수사에도 ‘윤심’이 반영되고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가 이어지는 중이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