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옛·아기레·달리치 등 화려한 해외 명장 후보군 부상…선임 기준 미비에 축협 전강위 불신 여전

일부 해외 감독들은 한국 대표팀 사령탑 자리에 대한 의욕을 드러내고 있다. 대부분 현재 맡은 팀이 없는 감독들이다. 한국과 인연이 있는 이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먼저 소식이 전해진 쪽은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국적) 감독이다. 4년 전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대표팀을 16강으로 이끈 바 있다. 협회 관계자를 통해 대표팀을 지휘할 뜻이 있음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벤투 감독은 차기 감독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 중 가장 대표팀을 잘 알고 있는 강점이 있다. 대표팀 역사상 가장 긴 시간(약 4년 3개월) 팀을 이끈 감독이며 현 대표팀 선수 대부분을 지휘한 경험이 있다.
벤투 감독의 복귀에 긍정적 요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벤투 감독이 부임할 경우 그와 함께했던 코치진은 4년 전과 달라질 공산이 크다. 과거 코치로 일하던 세르지우 코스타, 필리페 쿠엘류는 각각 제주SK FC, 우니베르시타테아 크라이오바(루마니아)에서 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코칭스태프가 팀으로 움직이는 것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이른바 '현대 축구'에서 구성원의 변화가 생긴 '벤투 사단'에 대한 불안한 시선이 존재한다.
K리그 전북 현대 사령탑 경험이 있는 거스 포옛(우루과이) 감독도 적극적으로 대표팀 부임 의사를 드러냈다. 혼란스럽던 전북 지휘봉을 잡고 단 1년 만에 리그와 코리아컵에서 2관왕에 올랐다. 침체에 빠졌던 공격수 전진우, 송민규 등의 잠재력을 폭발시킨 것도 고평가를 받는다. 다만 프로팀과 달리 국가대표팀 지도 경력이 적고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은 불안 요소다.

한국 무대를 경험한 이들 외에도 다수의 감독들이 한국 대표팀과 연결되고 있다. 하비에르 아기레(멕시코), 즐라트코 달리치(크로아티아), 로베르토 마르티네즈(스페인) 등이 대표적이다. 해외 언론에서도 이들의 한국행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이들 모두 벤투, 포옛보다 커리어가 좋은 감독으로 통한다.
이번 월드컵에서 멕시코 감독으로 한국을 상대한 아기레 감독은 지도자 생활만 30년 이상 이어온 베테랑이다. 빅리그로 통하는 스페인 라리가에서 지도 경력이 풍부하며 대표팀 경험도 많다. 일본, 이집트 등을 맡아 유럽이나 남미가 아닌 무대에 대한 거부감도 적은 것으로 보인다. 마요르카 시절(2022~2024) 이강인을 지도한 경험이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다만 높은 연봉은 걸림돌이다. 멕시코를 이끌며 받은 연봉은 약 40억 원으로 추정된다. 16강 진출이라는 대회 결과로 이는 더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달리치 감독은 2017년부터 이번 월드컵까지 자국 크로아티아 대표팀을 장기간 맡은 감독이다. 월드컵 무대에는 3회 참가해 준우승(2018), 3위(2022) 등의 성과를 냈다.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지휘봉을 내려놓으면서 한국 대표팀과 연결됐다. 하지만 아랍에미리트(UAE)행이 급격히 진전되는 모양새다. 이전에도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 중동에서 감독 생활을 한 경험이 있다.
포르투갈을 이끌고 이번 월드컵에 나섰던 마르티네즈 감독은 본인이 한국 대표팀에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십수 년간 프리미어리그(위건·에버튼), 벨기에 대표팀 등 '주류 무대'에서 활동해 온 인물이어서 그의 한국행 의지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이외에도 카를로스 케이로스(포르투갈), 마르셀로 비엘사(아르헨티나), 에르베 르나르(프랑스) 등이 차기 대표팀 감독 후보로 거론된다. 이들은 대표팀을 향한 관심을 보이지는 않았으나 과거에도 후보로 거론된 바 있다.

박지성 공동위원장이 앞장서고 있는 K-축구혁신위원회는 "감독 선임 작업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감독 선임 작업을 주도할 협회 내 전력강화위원회(전강위)를 향한 시선이 곱지 못한 것이 문제다.
현재 전강위를 이끄는 현영민 위원장은 2025년 4월 정몽규 회장 체제에서 발탁이 됐다. 당시 만 45세로 역대 최연소 위원장으로 화제를 모았다. 당시 그의 경력에 물음표가 붙기도 했다. 이전까지 행정 분야 경력이 많지 않았던 탓이다. 2017년 현역에서 은퇴한 이후 중계석에서 마이크를 잡았고 울산 HD 유스팀에서 지도자 생활(2022~2023년)을 경험한 정도다.
이번 월드컵에서 실패를 두고도 일부 책임론이 불거진다. 전강위 역할은 단순히 감독 선임에만 그치지 않는다. 대표팀 전력 강화를 위해 기술적인 면을 지원(자문)하고 대회 참가와 훈련 등을 돕는다. '참사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따른다. 이번 월드컵에 대한 공식 평가나 설명이 없다는 점 또한 문제란 지적을 받고 있다.
현영민 위원장 체제에 대한 불신은 이전부터 시작됐다. 홍명보 감독은 2025년 이전 선임된 인물이지만 현영민 위원장의 주도로 선임한 일부 연령별 대표팀 감독이 저조한 성적을 내면서 불안감을 노출했다.
새 감독 선임을 위한 전강위는 지난 3일 첫 회의를 시작했다. 다수의 후보군이 하마평에 오르지만 선임 기준조차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홍명보 감독을 선임한 과정은 경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향후 작업을 이어나갈 전강위는 협회장 선거까지 고민하고 있다. 중요 일정이 다가오면서 '시간의 압박'까지 받는다. 전강위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기로에 선 한국 축구가 신뢰와 명예를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