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감을 대표하는 것은 백색일까. 이를 증명하듯 최근 우리 미술계를 이끌고 있는 흐름은 단색조의 추상 미술이다. 미술 용어로는 ‘모노크로미즘(단색주의)’이라고 부른다. 한 가지 색으로 화면 전체를 칠하는 모노크로미즘은 1960년대 유럽과 미국, 일본을 휩쓸었던 미니멀리즘(그림을 만드는 최소 단위인 점, 선, 면, 색채 중 하나를 택해 회화를 만드는 추상미술의 극단에 나타난 경향)의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다.
현재 우리 미술계에서 유행하는 단색화에는 일본의 선불교에서 유래한 일본적 미감이 짙다. 이런 미감은 ‘젠 스타일’로 불리며 현대 디자인의 한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일본의 전통 미감과 궁합이 잘 맞는 모노크로미즘 회화는 일본에서 유행했고, 1970년대 우리 현대미술계의 주요 흐름을 형성했다.
단색화는 우리 미감의 한 축으로 평가되는 백색의 미감을 연상시키는 이름이다. 조선 후기에 형성된 소박하고 고졸한 미감인 백색 미는 일본인 미술평론가이자 민예연구가 야나기 무네요시(1889-1961)가 조선 백자를 두고 평가한 아름다움이다. 이후 한국적 아름다움을 말할 때 조선백자는 단골 메뉴가 됐다. 그래서인지 단색화 작가들은 자신들의 작업적 모티브를 조선 백자에서 찾는 경우가 많다.
백색의 미감이 우리 고유 정서를 대표하는 것처럼 느끼는 이유는 ‘한민족=백의민족’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이를 정당화하는 데 조선 백자가 있다. 특히 현대에도 사랑받는 보름달 같은 풍성한 미감의 달 항아리는 백색 미에 대한 관념을 더욱 공고히 해준다.
이런 이유로 백색이 한국적 미감을 형성하는 바탕이 됐을까. 밝은 색을 좋아하는 것은 확실하나 그게 꼭 흰색인지는 앞으로 풀어내야 할 숙제다.
우리는 다이내믹한 성정도 가지고 있다. 그것을 입증하는 것은 색채들이다. 전통 혼례 때 입는 옷이나 귀족이나 왕의 의복에 쓰인 색채는 가히 도발적이다. 궁궐의 단청이 대표적이다. 이런 기질은 최근 세계 무대에서 각광받는 한국 대중문화에서 잘 드러난다.
김서한이 찾아가는 한국 미감의 본질은 색채다. 단청의 강한 원색 대비에서 보이는 강렬한 에너지를 한국 미감의 모범으로 삼아 작업하고 있다.
그가 그리는 대상은 도시의 풍경이다. 조망하듯 바라보는 구성으로 평범한 도시의 주택가를 표현한다. 그런데 강한 원색으로 지붕과 벽, 길을 칠한다. 색채의 대비에서 활력이 느껴진다. 모두가 단청에서 쓰는 색채들이다. 강한 색채와 기하학적 구성 덕분에 추상회화처럼 보인다. 특히 비스듬히 내려다보는 각도에서 그려내는 풍경이기에 더욱 새롭게 보인다. 김서한은 전통에서 찾아낸 색채의 힘으로 도시의 활력을 표현하고 있다.
비즈한국 아트에디터인 전준엽은 개인전 33회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400여 회의 전시회를 열었다. <학원>, <일요신문>, <문화일보> 기자와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을 역임했다. <화가의 숨은 그림 읽기> 등 저서 4권을 출간했다. |
전준엽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