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한국시리즈’ 역전승, LG ‘월드시리즈’서 보자
▲ 큐리텔의 ‘T-슬라이드’(모델명 PT-K1100). | ||
‘통신’자가 들어간 모든 부분에서 국내 3위로 주저앉는 징크스가 생길 판이다. 이동통신에서 LG 브랜드는 3등이다. KTF나 SK텔레콤에 밀려 좀체 힘을 쓰지 못하고 있고, 유선 초고속통신서비스에서도 KT의 공세에 밀리고 있는 데다 의욕적인 출발을 보였던 파워콤마저 시작하자마자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영업정지를 당했다.
이런 통신 악연의 압권은 팬택계열이 SK텔레텍을 인수해 국내 휴대폰 시장 전체 점유율에서 LG전자를 3위로 밀어낸 것이다. 2등도 아니고 3등이 돼버린 것이다. 때문에 LG전자와 팬택앤큐리텔이 휴대폰업계 2위 자리를 두고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휴대폰업계는 시장점유율 50%를 넘나드는 삼성전자의 애니콜이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LG전자가 삼성전자의 아성에 도전하며 2위 자리를 고수해왔고, 팬택앤큐리텔이 그 뒤를 추격해 왔던 것이 지금까지의 구도였다. SK텔레텍의 SKY폰은 이동통신사인 SKT의 계열사로 연 판매량 1백20만대 제한에 걸려 시장점유율 10%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8월 SK텔레텍과 팬택앤큐리텔의 합병결정이 나면서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SK텔레텍과 팬택앤큐리텔의 시장점유율을 합하면 LG전자를 앞서게 된 것이다. 국내 전자업계의 종가로 자부하고 있는 LG가 첨단전자통신기술의 총아인 휴대폰에서 3위로 주저앉은 것이다.
물론 LG전자는 내수시장에서의 단순 수치상으로는 3위에 그치지만 해외시장에서는 3위인 삼성전자에 이은 4위로 ‘세계4강’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여전히 휴대전화업계 2위임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재 시장에서는 내수가 죽을 쑤고 수출이 잘 된 경우가 없다. 삼성 애니콜도, 현대자동차도 모두 내수를 업고 수출로 이어진 것이다.
현재 팬택앤큐리텔과 LG전자 휴대폰의 국내시장점유율 격차는 3∼8%로 얼마든지 뒤집어질 수 있는 수치다. 이 수치를 두고도 양사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팬택앤큐리텔은 자사의 시장점유율을 20∼25%, LG전자는 17∼20%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는 반면, LG전자는 팬택앤큐리텔의 경우 22∼23%, 자사는 20%대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팬택앤큐리텔은 SK텔레텍과의 합병 후 제품 라인업을 2중으로 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업계 2위를 고수하는 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팬택앤큐리텔에 따르면 전화기 시장에서 하이프리미엄 시장을 차지하는 SKY와 고급형 이하 라인업을 가진 큐리텔 모델의 2중 라인업 전략으로 시너지효과를 이룰 수 있다고 한다. 팬택앤큐리텔측은 “삼성전자가 애니콜이라는 하나의 브랜드로 하이프리미엄시장과 고가, 중가 라인업을 갖추고 있어 브랜드 차별화라는 고민을 안고 있는 반면 우리는 2개의 브랜드로 라인업을 갖추어 애니콜을 공략할 것”으로 밝히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해외시장에서 삼성의 애니콜보다 한 단계 위의 프리미엄급 제품인 SKY폰에 대해 벌써부터 해외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어 분위기가 고무되고 있다. 큐리텔 제품도 덩달아 해외시장에서 인정받는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LG전자는 지난 11일 세계 최초로 ‘타임머신’기능이 탑재된 위성 DMB 휴대폰(모델명 LG-SB130/KB1300)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 ||
한편 LG전자측은 내수시장에서의 순위는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라며 애써 무시하려는 모습이다. 기술수준에서 팬택보다 한 수 위이기 때문에 수치 자체는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애니콜이 워낙 강세를 보여서 그렇지 LG전자의 싸이언이 그에 뒤지는 것이 아니다”는 것이 LG전자 관계자의 말이다.
LG전자는 ‘수익성을 바탕으로 한 시장점유율 확보’를 내세우고 있다. 올해 출시한 6개 신제품의 평균단가를 높이는 등 전반적인 고급화를 추구하면서도 시장점유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2002~2003년 30만화소 휴대폰과 메가픽셀(1백만화소)급 휴대폰 경쟁에서 삼성전자와 팬택에 뒤졌던 LG전자는 지난해부터 ‘어머나폰’을 비롯한 MP3폰으로 시장구도를 선점하기 위해 노력하는 등 차세대 기술에서 승부를 걸고 있다.
LG전자는 “차세대 휴대폰의 추세는 디지털 컨버전스(융합)로 디지털 가전에서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종합가전업체가 강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향후 DTV와 휴대폰을 통한 홈네트워킹에서도 가전업체의 개발환경이 더 우세하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SK텔레텍과 팬택앤큐리텔과의 합병을 통한 덩치키우기에 대해서도 업계에서도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동종업계의 합병에 시너지효과가 얼마나 있겠느냐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개인용컴퓨터 생산업체인 HP와 컴팩의 합병이 그다지 큰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을 예로 들고 있다.
SKY폰이 애니콜보다 상위기종으로 평가받는 것에 대해 민감해 하던 삼성전자는 SK텔레텍이 팬택앤큐리텔에 합병되면서 “SKY가 팬택화되었다”며 깎아내리려는 모습이다. 이에 팬택앤큐리텔측은 “오히려 팬택이 SKY화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쟁업체들은 ‘씽크패드’ 노트북이 IBM에서 중국업체 레노버에 넘어가면서 판매량이 절반으로 떨어진 것을 예로 들면서 “프리미엄 제품이라도 생산자가 저가품 업체로 바뀔 경우 브랜드의 가치가 하락한다”는 것을 내세우고 있다.
이처럼 아직은 팬택앤큐리텔이 내수시장에서만 2위로 올라서고 있지만 업계의 견제가 만만치 않은 것은 한국 내수시장이 전세계 휴대폰 시장의 ‘바로미터’가 될 정도로 선도시장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세계시장에서 인정받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