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2일 방송되는 KBS '시사 직격' 132회는 '인생을 베팅하다, 2030 투자중독 실태보고' 편으로 꾸며진다.
주식과 코인 열풍이 뜨겁게 불어닥친 사회. 코로나19 확산을 기점으로 저금리 정책이 이어지자 많은 2030 청년들이 '영끌', '빚투'를 외치며 한탕주의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올 상반기 역대급 하락장과 금리상승이 지속되자 눈덩이처럼 불어난 채무를 감당하지 못한 이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점차 불어나던 청년들의 투자 시장은 이제 손쓸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사회적 숙제가 되어 돌아왔다. '빚투' 열풍이 휩쓸고 간 현시대의 청년들을 조명하고 투자 시장의 문제점들을 짚어본다.
한 어머니가 도움을 청해왔다. 아들이 가상자산 투자를 위해 거액의 빚을 진 사실을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는 그녀. 아들이 2억 원 넘게 대출받기 위해 담보로 삼은 집은 남편의 사망 보험금으로 매입한 유산이었다. 이제 겨우 스물셋, 아들의 미래를 위한 아버지의 마지막 선물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투자 빚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또 다른 청년 A 씨. 대기업의 엔지니어로 근무하는 A 씨는 작년 코인 선물거래를 시작하며 25억 원까지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희망에 가득 차 값비싼 수입차를 계약하고 유럽으로 여행을 떠났던 바로 그때 루나 코인 사태가 터졌다.
만져보지도 못한 수십억의 돈은 그대로 거액의 빚이 되어 돌아왔다. A 씨는 채무를 갚기 위해 퇴근 후 헬스트레이너로 부업을 시작했고 본업은 퇴직을 준비하고 있다. 퇴직금을 자본금으로 사용하여 다시 투자에 뛰어들기 위해서이다.
가족 관계가 무너지고 직장을 잃어도 계속되는 투자. 전문가들은 투자에 과몰입하는 증상을 ‘도박’과 같이 중독으로 분류하고 치료해야 마땅하다고 말한다.
투자에 무분별하게 빠져드는 과정과 그 중독 증세는 도박과 매우 유사하다. 그러나 여전히 '투자중독'은 알코올이나 도박 문제처럼 사회적 장치가 마련되어있지 않아 스스로 증상을 알아채기 어려우며 치료로 이어지기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취재하며 만난 청년들의 상태를 전문의에게 의뢰해 직접 진단해 봤다. 과연 그들의 중독 정도는 어떨까. 고통을 호소하며 투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을 구제할 수 있을 것인가.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지나치게 충동적이고 도파민에 자극받고 너무 치우쳐져 있는 사람들은 보상회로가 뜨거워져 있어요. 욕망에 맞게 전두엽이 조금씩 왜곡되고 변형되고 있는 거죠"라고 말했다.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지난 7월 개인회생 신청자 중 2030 세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결국 과반수를 넘어섰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청년들의 채무 이자를 일부 탕감해주겠다는 청년 특례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투자하지 않거나 생계형 채무를 성실히 변제해 온 이들은 '불공정한 빚투 탕감 제도는 도덕적 해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청년세대의 기반이 무너지는 현실을 기성세대의 책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들은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SNS나 웹사이트에서는 간단한 검색만으로 투자에 관한 엄청난 정보들이 쏟아진다. 적은 자본금으로 대출을 통해 고위험 상품에 뛰어들 수 있는 정보들을 소개하면서 멋진 수입차나 최고급 펜트하우스를 전시하며 유혹한다.
아무런 제약 없이 퍼 날라지는 자극적인 정보들은 특히 커뮤니티 접근이 쉽고 경제활동에 경험이 없는 2030 세대에게 치명적이다.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는 만큼 거대한 함정이 숨겨진 투자 시장. 청년들을 한꺼번에 거리로 몰아낸 투자 시장의 덫은 무엇일까.
취재한 청년들은 모두 투자를 시작하게 된 동기로 '상대적 박탈감'을 이야기했다. ‘벼락 거지’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투자를 시작하게 된 이들. 빚 탕감에 대한 논쟁 이전에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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