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말은 막고 실속은 챙기자’
▲ 한화국토개발이 11월 초 인수한 클럽휘닉스파크 2개 동. 아래는 올 초 삼성전자 사장단이 휘닉스파크에서 스키강습을 받는 모습. | ||
한화그룹의 계열사인 한화국토개발이 11월 초 보광그룹이 운영하고 있는 강원도 평창 보광휘닉스파크 내 클럽 휘닉스파크 2개동을 8백30억원에 인수했다. 애초 이 휘닉스파크 2개동은 대한토지신탁 소유의 건물이었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지 1년여만에 한화에 팔린 것.
국내에 특정 재벌그룹이 운영하는 사업장 내에 다른 기업 소유의 시설물이 결합된 경우는 전무하다시피했다. 하지만 이번 한화와 보광의 결합은 재벌끼리 벌일 수 있는 공동 레저사업의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광쪽은 휘닉스파크 내 부지를 대한토지신탁에 팔면서 보광휘닉스파크 회원과 똑같은 회원 대접을 하는 조건을 달았다. 즉 대한토지신탁이 완성한 휘닉스파크동의 회원권을 사는 사람도 보광이 직영하는 휘닉스파크내 콘도 회원과 같은 혜택을 본다는 것이다.
이로써 국내 최대의 콘도체인인 한화는 스키장이 없다는 핸디캡을 없앨 수 있고, 보광 역시 한화 콘도 회원들을 휘닉스파크로 불러내는 효과를 얻게 됐다. 즉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시너지 효과를 얻게 된 것이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콘도미니엄 사업자인 한화는 놀이시설 면에서는 이렇다할 분야가 없었다. 국내 4곳, 일본 나가사키 1곳 등 5곳의 골프장 운영을 빼고는 위락시설로는 한화 설악콘도의 워터파크가 유일할 정도.
눈여겨볼 점은 한화가 최근 레저사업쪽 신규 투자에 열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국 12곳에 4천6백여 실의 콘도미니엄을 운영하는 한화국토개발은 지난해 9월 남이섬 부근에 18홀 규모의 제이드팰리스GC의 문을 연 데 이어, 12월에는 일본 나가사키의 오션팰리스골프클럽과 골프텔을 인수해 본격적으로 해외 영업에도 나섰다. 이어 올해 다시 8백30억원 규모의 휘닉스파크동을 인수한 것. 한화쪽에선 향후 동남아시아쪽에서 추가로 리조트를 인수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화쪽에선 향후 보광과 공동투자를 통해 휘닉스파크를 개발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히고 있다. 한화쪽에서 갖고 있는 워터파크에 대한 운영 노하우와 회원 확보 능력을 이용해 휘닉스파크 내에 워터파크와 컨벤션센터를 건설해 공동으로 운영하는 방식을 잠정적으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이 경우 휘닉스파크도 사계절관광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에 보광쪽에서도 남는 장사가 된다. 더구나 휘닉스파크가 경쟁상대로 여기고 있는 용평리조트가 통일교 그룹쪽에 인수된 뒤 시설개보수와 슬로프 확장 등 36홀 골프장으로서의 경쟁력이 더욱 강화되고 있어 보광도 다른 재벌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경쟁력 강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전략적 제휴를 통해 강원도 스키리조트 3대업체 중의 하나인 현대성우리조트와 고객 동원력을 차별화시키는 효과도 얻었다. 성우리조트는 범현대가의 지원을 받고 있다. 범삼성가의 지원을 받고 있는 휘닉스파크는 한화의 가세로 성우와의 격차를 더욱 벌리고, 간발의 차이로 뒤지고 있는 용평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호기를 맞은 셈이 된 것이다.
재계 일각에선 보광이 사업 파트너로 삼성을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의아해 하는 시선도 없지 않다.
실제로 지난 겨울시즌 보광그룹 홍석규 회장의 사돈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사장단을 몰고와 휘닉스파크의 특별회원권을 선물하는 등 외곽에서 지원(?)하기도 했지만 보광의 실적이 크게 좋아지지는 않았다. 보광은 지난 2003년 55억원의 적자를 봤고, 지난 2004년엔 38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전체 매출액도 9백52억원에 불과해 한화국토개발의 지난해 매출액 2천6백억여원의 절반도 안된다. 한화국토개발의 매출 규모는 삼성그룹의 레저분야 사업체인 삼성에버랜드의 레저사업 매출규모와 비슷하다.
삼성에버랜드의 지난해 전체 매출액은 9천6백억원 정도이고, 이 중 레저사업부의 매출은 2천8백80억원 정도. 물론 테마파크를 주로 하는 에버랜드와 콘도미니엄 사업이 주요 사업인 한화국토개발의 성격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두 회사 모두 레저 분야에서 국내 수위를 달리는 기업이 분명한 것이다.
보광이 삼성 대신 한화를 사업 파트너로 맞이한 것은 홍 회장과 이건희 회장이 사돈지간인 데다 사업교류까지 할 경우 사실상 같은 그룹 아니냐는 오해를 낳을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11개의 콘도 체인을 통해 고객동원력이 있는 한화국토개발은 사업파트너로서도 이상적이라는 것.
김승연 회장은 삼성 이건희 회장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공한 경영자로 평가하고 있다는 것. 한화와 삼성그룹의 후광(?)을 업고 있는 보광이 성공적인 사업협력 선례를 남길지 주목받고 있다.
김진령 기자 kj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