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계절’에 왜? 속보이네 속보여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2월 30일 서울 종로구 중소기업은행에서 열린 2012년 금융위원회 업무보고를 받는 모습. 금융위원회는 조직개편을 통해 총 14명의 인원을 증원하기로 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1월 말까지 조직개편을 완료하겠다면서 정원을 21명 늘리는 내용의 ‘기획재정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일부개정령 입법 예고안’을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재정부는 재정위기 등 글로벌화한 대내외 정책 환경에 맞서 선제적 위기관리 능력을 키우기 위해 장기전략국과 국제금융협력국을 신설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장기전략국은 재정정책국 폐지에 따라 인력 증원을 하지 않지만 국제금융협력국에 필요한 인력 12명은 증원한다는 계획이다. 12명은 고위공무원단 1명과 4급 2명, 4급 또는 5급 1명, 5급 8명 등으로 구성된다.
이와 함께 노동·복지분야 핵심 국정과제 수행에 필요하다며 5급 3명과 6급 3명 등 6명을 증원하고, 금융소득 과세체계 개편 업무를 담당할 인력 3명(4급 또는 5급 1명, 5급 1명, 6급 1명)을 증원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권이 다 끝나가는 상황에서 장기전략국을 신설하고, 금융위기와 재정위기처럼 정점을 지난 사안들을 다룰 국제금융협력국을 만드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내부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외교통상부도 재외공관과 산하기관에 총 58명의 인력을 증원한다는 방침이다. 재외공관에는 고위직 3명과 8등급 3명, 5등급 32명, 4등급 16명 등 총 54명의 인력을 늘리고, 국립외교원에 외교안보연구소를 설치하면서 이에 필요한 실무인력 4명(6등급 1명, 5등급 2명, 4등급 1명)을 새롭게 증원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역시 조직개편을 통해 총 14명의 인원을 증원키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중소서민금융정책관이 신설되고 서민금융팀이 서민금융과로 확대 개편되면서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전자금융 안정성 확보가 화두가 되자 금융 IT 보안 강화, 금융정보 분석 강화 등을 맡은 전문인력 증원도 추진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의약품 품목허가나 의료기기 제조허가에 대한 사전검토 제도 도입에 맞춰 세포유전자 치료제과와 첨단의료기기과를 신설하고, 이에 필요한 인력 18명을 증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림청은 해외산림자원 공급 및 산림탄소배출권 확보, 글로벌 산림외교활동 전개를 위해 조직을 개편하고 6명의 인력을 증원할 예정이다. 이에 따르면 산림 외교를 맡을 해외자원협력관을 신설하고, 6명(고위공무원단 1명, 4급 1명, 5급 3명, 6급 2명)을 증원해 국제협력팀을 새롭게 만든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현재 정원 내에서 9급 99명을 감축하는 대신 7급 99명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인력이 늘어나지는 않지만 사실상 ‘승진분’을 만들어놓겠다는 계획인 셈이다.
해양경찰청은 최근 들어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이 급증하고 있는데다 이청호 경사 살해사건에서 드러났듯이 중국 어민들이 흉포화하고 있어 인력과 장비 증가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도 해양경찰청 인력을 400명 가까이 늘린다는 방침이다. 우선 새로 도입되는 함정과 헬기 등 신규 장비에 필요한 86명을 늘리고, 전투경찰순경(전·의경의 법적 명칭) 감축에 따른 대체인력 215명도 증원하는 대신 전화상담원 29명을 감축키로 했다. 이와 함께 불법 조업 중국어선 단속 강화를 위해 해상특수기동대 인력 102명(경위 24명, 경사 24명, 순경 54명)을 지방해양경찰관서에 증원시킨다는 방침이다.
해양경찰청을 제외한 다른 부처의 공무원 수 증가에 대한 외부 시각은 곱지 않다. 정부 조직은 일단 커지고 나면 다시 줄이기가 쉽지 않은데다 수요에 맞춰 기존 조직이나 기능에 대한 조정을 하지 않고 숫자를 늘리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명박 정부는 들어서면서 ‘작은 정부’를 지양한다며 여러 부처를 통폐합, 12부 4처 2청이던 정부부처를 9부 2처 2청으로 줄였다. 여기에 공기업을 개혁한다며 공공기관 인력 감축을 추진해왔다. 그런데 정책을 마무리해야 할 시점에 오히려 일을 벌이고 조직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공무원 수 늘리기는 매번 정권 말기가 되면 해오던 일상적인 일이다. 힘이 빠질 것을 우려한 정권들이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공무원들의 지지를 유지하기 위해 조직을 불려온 것이다. 김영삼 정부 말에 56만 1952명이었던 국가공무원 정원은 김대중 정부 말에는 57만 6223명으로 늘어났고, 노무현 정부 말에는 59만 169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노무현 정부에서는 철도청이 공사로 민영화되면서 공무원 신분을 잃은 이가 2만 9756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증가폭이 가장 컸다.
김대중 정부 말에는 정보통신부가 우편물 증가를 이유로 406명을 늘렸고, 특허청은 특허심사인원 부족을 근거로 89명을 늘렸다. 또 부패방지위원회와 인권위원회를 신설하면서 각각 139명과 176명을 신규채용했다. 문화관광부와 여성부, 관체청, 기상청 등도 정권 막판에 인력을 늘렸다.
노무현 정부 때는 이보다 심했다. 복수차관제 도입에 각종 위원회 설치되면서 2002년 말에 106개였던 장·차관 직위가 정권 말에는 136개까지 늘어났다. 외교통상부는 노무현 정부 마지막 해에 대사관과 총영사관 신설을 이유로 외교관 197명을 늘렸고, 국세청은 근로장려세제 업무에 필요하다며 1998명의 자리를 추가 확보했다. 재정경제부와 복지부, 교육인적자원부, 금융감독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도 정권 말에 몸집을 불렸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경험상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정부 조직을 개혁한다며 부처를 통폐합하는 경우가 많았다. 각 부처들이 다음 정권에서도 이러한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 보고 우선적으로 인력을 늘려놓기 위해 몸집불리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특히 정권 말이 되면 믿을 수 있는 것이 공무원들뿐이다 보니 각 부처의 인력 증원 요청을 거부하기 힘든 것도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어느 정권에서나 나타는 일이지만 이번에는 총선이 4월에 있어서인지 조직 개편을 내세운 인력 증원이 다른 때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서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