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6일까지…‘대구 자매·우호협력도시 문화예술교류 프로젝트’ 展 개최
- 이기석 대구시 국제통상과장 "깊이 있는 문화예술 교류¨대구-해외자매·우호협력도시 관계 발전할 것"
[일요신문] 대구, 중국, 일본, 베트남, 태국 청년작가들이 사진으로 만난다.
'대구 자매·우호협력도시 문화예술교류 프로젝트(E.x.changeⅠ-seed)展'이 이달 16일까지 대구예술발전소 제1전시실에서 올려진다.
이번 전시는 대구시와 자매·우호협력 관계를 맺은 중국 닝보시, 일본 고베시, 베트남 호찌민시, 태국 방콕시 총 5개국 도시의 청년 작가가 참여했다. 지난해 '국경없는여행전'은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여행'에 초점을 두고 16개 도시가 동참했다. 이번 전시의 초점은 대구와 해외 청년 작가들의 교류다. 직접 만나지 않고 작가들이 각 도시에서 사진을 통해 감정을 담아내 교환하는 콘셉트로 기획됐다. 심도있는 작품성을 선보이기 위해 6명으로 국한 한 것이다.
전시는△주이프엉(Duy Phuong·베트남) △구리무네 미사토(Misato Kurimune·일본) △나라팟 사카르톤삽(Naraphat Sakarthornsap·방콕) △정약항(Ruoheng Ding·중국, 닝보) △김용태(한국, 대구) △김현수(한국, 대구) 작가의 작품으로 선보인다.
큐레이터는 송호진씨와 송무경씨로, 김용태, 김현수 작가도 직접 전시회에 방문해 작품을 한다.
- 주이프엉(Duy Phuong·베트남) "트리안 호수, 인간·자연·기억 희미하게 반사돼"
베트남 호치민 출신의 '주이프엉' 작가는 'Holding Water'라는 제목의 작품을 냈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베트남 남부 트리안 호숫가의 풍경과 주민들의 삶을 찍은 사진이다.
어릴적 물에 강박관념이 있었던 작가는 어느새 트리안 호수 속 흐름에 몸을 맡기며 주민들의 운명과 삶, 꿈과 희망인 동시에 절망을 느꼈다고 한다.
현재 호수에는 댐이 들어설 예정이다. 작가는 지금까지의 생활방식을 고수하려는 기존 주민 그리고 새로운 삶을 꿈꾸며 호수를 떠나는 청년 등을 목격했다. '젊음은 손에 담긴 물 같아 움켜쥘수록 손가락 사이로 빠져 버리니 움직이지 말고 내버려두어라'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고 한다.
- 구리무네 미사토(Misato Kurimune) "빠르게 흐르는 시대, 놓칠지 모를 아름다움"
일본 코베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구리무네 미사토' 작가는 'Lost Idea(실종된 아이디어)'라는 작품을 선보였다. 잡지 사진 위로 깨트린 유리조각을 배치한 파격적인 작품이다.
깨진 유리 사이로 비춰진 굴절된 사진은 정확히 보여지지 않는다. 일시적인 패션 정보가 담긴 잡지 사진에 또다른 생명을 불어넣고 새로운 시각을 부여한다. 작가는 정보 홍수의 시대에 '유행이 무엇인가, 지나치게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떠나가버릴지도 모를 진정한 아름다움'을 담고 싶었다고 한다.
구리무네는 주로 사진 위 그림을 그리는 혼합매체를 사용해 아름다움, 존재, 시간, 생명의 본질에 대해 묻는 독특하고 심오한 세계관을 담는 작가로 주목받고 있다.
- 나라팟 사카르톤삽(Naraphat Sakarthornsap) "차이 그리고 다양성"
태국 방콕 출신의 '나라팟 사카르톤삽' 작가는 'Justice for My Mung Beans(녹두에 대한 나의 정의)'라는 작품을 냈다.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이 녹두씨를 키워 자라는 정도에 따라 점수를 주었다고 한다.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몇 번이나 새 녹두를 심었다. 성장과정은 똑같은데 완벽히 키워내지 못하면 '0점'을 받는 평가방식. 작가는 여기서 차이와 다양성을 배우고 이해하는 기회를 놓쳤음을 깨닫게 된다.
작품은 녹두 씨 서른 개의 발아과정을 담았다. 직접 녹두씨를 사서 온도, 습도, 물, 햇볕 등 동일한 조건으로 키웠다. 씨앗마다 성장속도는 달랐다. 성장이 멈춰버린 씨았도 있었다. 처음에는 모두 똑같아 보였지만 싹이나고 자라나면서 살아있는 생명체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장에서 찍어내 똑같은 공산품이 만들어지고 불량은 버려지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 정약항(Ruoheng Ding, Ningbo, China) "손 뻗어도 잡을 수 없는 청춘, 격동치는 허상"
중국의 정약항(한국이름) 작가는 'With You'라는 작품을 선보였다. 자신이 제일 진실되고 열정있었던 '청춘'을 담았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잡을 수 없는 젊은 날의 추억이 되었다. 작가는 우울함의 그림자가 욱신욱신 죄어왔다고 했다. 모든 수줍움이 격동치는 허상으로 드러나는 것 같은 내면이 작품에 묻어난다.
송무경 어시스턴트 큐레이터는 "전시를 하면서 '관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결국에는 같이 하고 싶지만 다른 존재로 부딪친다. 결국 개개인일수밖에 없는 것을 작품으로 담으신거 같다"고 말했다.
- 김용태 작가 "움츠리고 소심하고 까다롭게 예민한 나, 그것도 나 자신이다"
대구 김용태 작가는 'IM'이라는 작품을 내놨다. 혼합 재료로 만든 종이들이 여러 형태로 자연스럽게 말려져 있다. 따스한 브라운 계열의 톤을 중심으로 조명에 따라 때로는 밝게 다른면은 다소 진하게 눈에 들어온다. 단면적인 사진을 넘어 입체적인 작품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김 작가는 내성적인 성격으로 쉽지 않은 학창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뚱뚱한 아이'로 놀림받던 시선들이 쌓이면서 스스로 더 움츠러들게 됐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외향으로 자신을 판단하는 것에 대한 상처가 쌓였을 것이다.
'IM' 작품은 사람들 앞에서 나서기 힘들었던 스스로에 대한 고민과 한 존재에 대한 분위기를 빚어낸 것이다. 시대가 만든 미의 기준과 맞지 않더라도 매력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현 한국 저변에 깔린 루카즘(Lookism)과 외모지상주의. 진정한 미(美)는 내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스스로의 자신감과 믿음일 것이다.
- 김현수 작가 "정형·획일화된 현대인 삶"
학업을 위해 대구로 온 김현수 작가에 눈에 들어온 것은 '조형수'였다. 대구는 다른 도시보다 조경이 뛰어나다. 작품은 모두 대구에서 흔히 볼수 있는 조형수이다. 정면에서 촬영하되 빛의 색감을 조금씩 달리했다. 김 작가는 인공적으로 잘려진 무수한 조경수를 보며 자연과 사뭇 다른 간극을 느꼈다고 한다.
자연(自然)은 어떠한 손길도 닿지 않고 의도되지 않은 '저절로 그러함'이다.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 자연은 단정하지만 대체적으로 비슷하다. 본연이 가진 자연스러운 모습은 찾을 수 없다. 현세대 획일화된 자연 속에서 개인의 모습보다는, 암묵적으로 '동시대의 인공'을 요구하는 모습을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송호진 큐레이터는 "그간 코로나19로 정체된 문화예술 교류를 높여 도시 간 네트워크를 재구축할 것"이라며 " 청년 작가들이 동시대를 함께 바라보는 시각과 사진 매체 확장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석 대구시 국제통상과장은 "지난해 전시를 통해 사진이 국제교류에 있어 효과적인 매체라는 것을 확인했기에 사진전을 개최하게 됐다"며 "작가 중심으로 전환함에 따라 보다 깊이 있는 문화예술 교류가 이뤄지고, 나아가 대구와 해외 자매·우호협력도시 간 굳건한 관계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 자매·우호협력도시 문화예술교류 프로젝트(E.x.changeⅠ-seed) 전'은 대구시가 주최하고 대구예술창작집단 'KNOCK'가 주관하는 사진전이다. 'KNOCK'은 대구를 기반으로 20·30대의 젊은 기획자와 예술가를 주축으로 전시, 공연, 행사를 자체 기획해 활동하는 예술단체다.
'E.x.change'는 각 도시의 작가들이 각자의 위치(x-axis)에서 감정(emotion)을 교환한다(Exchange)는 뜻이다. 국제교류(International Exchange)의 '교류(Exchange)'를 내포하고 있다. '씨앗(seed)'는 첫 번째로 '시작'을 의미한다.
남경원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