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닮은 까칠녀?” 영부인 뿔났다
▲ 로이터/뉴시스 |
# 워싱턴이냐, 기러기 가족이냐
하지만 미셸의 이런 바람은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우선은 오바마가 극구 반대했다.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2년 가까이 집을 떠나 객지 생활을 했던 오바마가 더 이상 딸들과 떨어져 지낼 수 없다며 반대한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미셸의 마음이 바뀐 것은 부시 부부의 초대로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였다. 당시 백악관을 둘러본 두 딸이 백악관을 무척 마음에 들어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딸들의 모습을 본 미셸은 그제서야 워싱턴으로 이사를 오기로 마음 먹었다.
# 남편에 대한 불신
“오바마는 반드시 큰 일을 할 사람이다.” 오래 전부터 오바마의 가족들과 친구들, 그리고 지인들은 미셸에게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었다. 그리고 2003년 12월, 오바마가 자신의 여동생의 결혼식에서 축사를 발표할 때에도 사람들은 “그는 언젠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런 이상은 매일 부닥치는 정치적 문제들 때문에 종종 깨지곤 했다. 다시 말해서 미셸은 종종 자신의 남편이 얼마나 ‘평범한 사람’인지를 명확하게 깨닫곤 했다.
백악관에 입성한 후에도 미셸은 때때로 남편이 실제 대통령이 됐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워했다. 하루는 한때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앉았던 집무실 책상에 앉아 있는 오바마의 모습이 비현실적으로 보였는지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당신이 거기서 뭐하고 있는 거예요? 어서 일어나요!”
# 결혼 생활의 위기
오바마 부부의 결혼생활이 가장 위기를 맞았던 때는 2000년 무렵이었다. 당시 오바마는 4선 현직의원이었던 바비 러시 일리노이주 연방하원의원에게 도전장을 내밀고 후보 경선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그것도 득표 차가 절반이나 났을 정도로 무기력한 패배였다.
당시 갑자기 출마를 결심했던 까닭에 오바마는 허둥지둥했고, 모든 사람들이 그의 도전을 경솔하다고 여겼었다. 미셸 역시 이런 그를 지켜보면서 자신의 남편이 얼마나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인지를 깨닫게 됐다. 당시 그녀는 남편이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일을 벌이고 있다고 생각했으며, 한 가지 일만 안정적으로 하길 간절히 원했다.
# <보그> 표지모델 논란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09년 초, 미셸은 패션지 <보그>로부터 표지모델 제의를 받았다. 패션지 모델로 나선다는 것은 영부인에게는 이례적인 일이었지만 미셸은 이를 흔쾌히 수락했다. 이에 대해 미셸은 지금까지 패션 잡지의 표지모델로 흑인 여성이 등장한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백악관은 이런 미셸의 결정에 회의적이었다. 경제위기가 심각한 마당에 고가의 명품들로 가득 찬 잡지에 모델로 등장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할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셸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녀는 “반드시 2만 달러(약 2300만 원) 하는 비싼 옷을 입고 <보그> 표지에 등장할 필요는 없지 않는가”라며 “미국의 모든 흑인 여성들에게 흑인 여성도 <보그>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 매사추세츠에서의 분노
2009년 암으로 세상을 떠난 에드워드 케네디 전 연방상원의원의 공석을 두고 벌어진 보궐선거는 당시 민주당에는 매우 중요한 선거였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민주당의 참패였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민주당의 텃밭이라고 일컬어지는 매사추세츠에서 공화당의 스캇 브라운 후보가 당선됐던 것이다. 이로써 민주당은 37년 만에 매사추세츠 의석을 공화당에 내놓게 됐다.
이에 미셸은 오바마에게는 물론 보좌관 모두에게 화를 단단히 냈다. 그녀는 “왜 브라운을 우습게 봤냐” “왜 최악의 시나리오를 미리 예상하고 대비하지 못했냐”면서 다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 미셸 VS 백악관
백악관에 입주한 후부터 미셸은 대통령 보좌관들과 끊임없이 마찰을 빚어왔다. 사실 이는 그다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힐러리 클린턴 역시 그랬으니 말이다.
하지만 캔터는 책에서 다소 거북한 에피소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어 미셸의 심기를 건드렸다. 가령 람 이매뉴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미셸의 비서진에게는 일언반구 없이 미셸의 스케줄을 임의로 짜놓았다거나, 미셸의 비서실장에게 오전 7시 30분에 진행되는 회의에 참석할 것을 요청했지만 퇴짜를 맞았다는 일화 등이 그것이다.
로버트 깁스 전 대변인의 경우에는 미셸의 경솔한 발언 때문에 노발대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에서 출간된 책에서 미셸이 “백악관에서의 생활은 지옥과도 같다”라고 말했다고 언급한 부분이 문제였다. 깁스가 사실 여부를 추궁했지만 미셸 측은 이렇다 할 해명을 하지 않았고, 이에 화가 났던 깁스의 입에서는 영부인을 비난하는 험한 말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셸 역시 보좌관들의 능력에 의구심을 품으면서 만족하지 못했다. 그녀는 보좌관들이 실수를 너무 많이 저지른다고 생각했다. 특히 대통령이 발표하는 성명서나 대외적으로 전달하는 메시지에 문제가 있다고 여겼다. 무엇이 우선순위인지가 명확하게 전달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건겅보험개혁이 난항에 부딪치고 남편의 지지율이 급락하자 미셸은 자신이 직접 국민들 앞에 나서길 원했다. 하지만 오바마 보좌관들의 강력한 반대로 이는 실현되지 못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