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구 재개발현장 협력업체 대표 태풍 속 타워크레인 농성 벌인 까닭

공사계약 해지 통보받고 한 달 넘게 고공시위…“생존권 위한 투쟁”vs“추가 공사비 요구 지나쳐”

[일요신문] 부산 남구 소재 주택재개발정비사업 공사현장의 타워크레인에서 해당 현장 협력업체 대표가 원청사에 공사대금 지급을 요청하며 한 달 넘게 농성을 벌이고 있다. 특히 농성 기간 동안 남부지방을 강타한 힌남노와 난마돌 등의 강력한 태풍에도 불구, 타워크레인에서 버텨온 것으로 전해져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대연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공사현장(왼쪽)과 타워크레인 농성 중인 협력업체 대표(오른쪽 원안). 사진=하용성 기자

해당 현장에서 원청사로부터 철근콘크리트공사를 맡은 협력업체 대표 A 씨는 지난 8월 30일 타워크레인에 스스로 올라갔다. 농성이 한 달이 넘게 이어지면서 현재 A 씨는 기력이 거의 소진된 상태다. 열흘 이상 음식과 휴대전화용 보조배터리를 전달받지 못해 통신이 두절되고 기력이 크게 쇠약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아내 B 씨는 “남편이 9월 22일 식사를 한번 가지고 간 것을 제외하면 9월 18일부터 지금까지 열흘 이상 식사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남편이 기력이 떨어져 음식이 전달되는 16층까지 이동하지 못하는 것 같다. 건강이 제일 걱정되기 때문에 통화라도 하고 싶은데 원청사 측이 남편에게 배터리가 전달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A 씨는 2020년 12월부터 대연4구역 현장의 공사가 4개월 지연되면서 자재비와 물류비가 늘어나자 원청사인 C 건설사 측에다 추가 비용을 요구했다. 추가 공사비는 수십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C 건설사와의 협의는 잘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지난 6월 공사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이에 A 씨는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농성에 돌입했다.

특히 A 씨가 타워크레인에 올라가기로 정한 날은 초대형 태풍 ‘힌남노’가 국내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보가 된 시점이었다. 가족과 동료들이 위험하다고 말렸지만 A 씨는 고공농성을 강행했다. 이후 난마돌이 닥친다는 예보에도 A 씨는 타워크레인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이와 관련 아내 B 씨는 “남편이 공사비를 달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으나 원청사가 묵살했다. 공사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4대 보험에서 압류가 들어왔다. 아파트도 자재업체에 압류당했다. 더는 견딜 수 없고 최후의 수단이라고 생각해 남편이 목숨을 걸고 타워크레인에 올라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C 건설사는 A 씨가 요구한 추가 공사대금이 지나치게 많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C 건설사 측은 여러 채널을 통해 “A 씨의 추가 공사대금 요구가 과도해 타협점을 찾던 중 A 씨가 공사를 중단해 하청계약을 해지했다. A 씨의 안전을 위해 경찰, 소방당국 등과 협의하고 있다. 매일 드론을 띄워 타워크레인 안에 있는 A 씨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배터리를 주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A 씨가 휴대전화로 공사 현장을 찍어 언론사 등에 제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용성 부산/경남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