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개발업자의 아스콘 매립 인지 뒤 설계변경 통해 양성화 계획…‘폐기물 관리법’ 규정 위반 소지
사천시 배춘리 736-9 일원에 자리한 해당 유통단지는 당초 자동차정비공장과 자동차매매상사가 영업 중에 있었던 곳으로 건축물은 철거됐으나, 기존에 설치된 아스콘포장은 철거하지 않았다. 동일한 대지에 있는 시설물을 모두 철거해야 하지만 금전적 문제로 철거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관할 지자체는 건축물에 대해서만 철거 신고를 받는다. 함께 설치된 아스콘 포장은 신고 대상이 아니다. 사업자가 자진 철거해야 하는 대상인 셈이다. 문제는 사업자가 건물만 철거했다는 점이다. 아스콘 포장이 이뤄진 면적은 약 6784㎡에 이른다. 두께 10cm만을 기준으로 삼아도 추정되는 아스콘 총량은 최소 1600톤이나 된다.
개발업자 A 씨는 “환경부가 2005년 8월 발간한 ‘사업장폐기물 관련 질의회신 사례집’을 근거로 기존 아스콘 포장을 합법적으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A 씨가 사례집 내용을 잘못 해석한 부분이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A 씨는 사례집에 명기된 ‘기존 도로의 아스콘을 그대로 두고 흙 쌓기를 하면 하부의 아스콘 도로는 폐기물에 속하는지’와 관련한 질의에 대한 회신인 ‘철거 또는 굴착되지 않은 구조물에 대하여는 폐기물 관련 법령의 적용을 받지 않음’을 두고 합법적인 매립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건설폐기물의 처리 등에 관한 업무처리지침’에 따른 것으로 해당 지침 제16조 ‘공사안전 및 국도건설공사 설계실무 요령 등 관련 건설기준 등에 따라 필요에 의해 철거 또는 굴착되지 않은 구조물은 폐기물로 보지 않으므로 폐기물 관련 법령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라는 조항에 근거하고 있다.
단순히 규정만 살피면 아스콘을 철거·굴착하지 않을 시엔 매립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으나, 여기에서 매립하는 장소가 도로인지 대지인지가 중요하다. 관련 규정은 도로에 해당하는 것으로 대지는 적용되지 않는다. 대지에 포장된 아스콘은 폐기물로 처리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사천시는 적극 행정을 통해 합법적인 길을 열어줬다. 사천시 관계자는 “기존 아스콘 포장을 ‘지반 안정화’를 위해 존치하는 방향으로 설계를 변경하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사천시와 개발업자가 피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환경부가 아스콘 포장을 폐기물로 분류한 점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폐기물관리법 제2조 제1호에서 폐기물이란 ‘사람의 생활이나 사업활동에 필요하지 아니하게 된 물질’로 정의하고 있다. 건설폐기물의 처리 등에 관한 업무처리지침에 따라 기존 구조물 외에 당해 공사를 위해 직접 설치한 구조물, 아스콘 포장, 폐자재 등 철거로 인해 발생되는 폐기물은 건설폐기물로 분류된다. 특별한 이유 없이 시공 편의성 및 폐기물 처리 회피를 위해 구조물을 존치하는 행위는 폐기물관리법 제13조 등의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환경부의 입장에도 사천시의 설계 변경 방침을 굽히지 않았다. 사천시 관계자는 “기존 구조물의 필요성에 대한 타법 저촉 여부, 관련 기관 협의 조건, 안정성 여부, 시공사가 정한 시공방법 등에 따라 이같이 결정했다.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환경전문가 B 씨는 “기름 성분이 다량 함유된 아스콘은 발암물질로 분류되고 있다. 굳은 상태에서는 발암물질이 외부로 나오지 않지만, 흙 속에 묻을 경우 서서히 분해되는 과정에서 토양을 오염시키므로 심각한 환경문제로 대두될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정민규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