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20일 방송되는 KBS1 '한국인의 밥상' 581회는 '가을의 전설 발 없는 맛 천년을 간다' 편으로 꾸며진다.
속담은 선조들의 생활 밀착형 조언이다. 특히나 의식주에 관한 속담은 세월이라는 빅데이터가 도출해낸 결론이나 마찬가지다. 절기에 따라 어떤 음식을 먹어야 탈 없이 미식을 즐길 수 있는지 수많은 사람의 경험으로 검증된 믿을만한 '꿀팁'인 것이다.
조상님들이 말로 남긴 가을 제철 음식을 찾아본다. 또 속담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오며 세태에 따라 끝없이 모습을 바꿔온 시대의 단상이기도 하다. 그럼 후대에 전해줄 이 시대의 지혜는 무엇일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통해 미래를 들여다본다.
서해안의 보고 천수만은 이름처럼 수심이 얕고 조수간만의 차가 커서 물고기들이 산란하기 좋은 내해다. 일평생을 천수만에서 보낸 박성옥 선장에게 천수만은 그물만 던졌다 하면 온갖 바다 것들을 올려보내 주는 고마운 바다다. 가을 물이 잔뜩 오른 바다 것 중에서도 단연 가을의 맛을 자랑하는 것은 가을 전어다.
겨울이 오기 전 몸에 지방을 저축하는 가을 전어가 어찌나 고소한지 값을 생각하지 않고 사들인다고 해서 전어(錢漁)가 되었단다. 오죽했으면 가을 전어 굽는 냄새에 그 옛날 며느리들이 발길을 돌렸을까. 그런데 박성옥 선장에게는 속담이 그저 옛말이 아닌 모양이다. 배 위로 통통한 전어가 올라오자 도시에서 온 며느리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그의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그가 향한 곳은 도시에서 온 작은 아들 박정기 씨 부부의 횟집. 타지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정기 씨는 고향에 돌아온 뒤로 갓 잡은 신선한 해물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게 됐다며 웃음 짓는다. 덩달아 즐거워진 것은 며느리 혜진 씨의 입.
도시에서 자라 생선이라고는 시장에서만 구경한 혜진 씨는 시아버지가 손수 잡아 구워주는 전어구이의 맛에 푹 빠졌다. 잡자마자 얼렸다가 굽는 것이 박선장의 새아가 입맛 잡는 비법이다. 시어머니 표 전어통젓으로 전어의 진한 맛까지 터득하니 어느새 혜진 씨, 도시 며느리가 아닌 서산 며느리가 다 됐다. 전어 대가리만큼이나 깨가 쏟아지는 '시월드' 며느리 사랑을 맛본다.
한편 이날 방송에는 경기 고양시 아욱국, 충남 보령시 떡매 치는 가을, 충북 보은 대추 등을 소개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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