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석’ 가려 ‘첨단전자부품’ 올인
▲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KTB네트워크의 권성문 사장. KTB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벤처업계의 현주소를 짐작할 수 있다. | ||
벤처캐피털은 기술과 아이디어가 뛰어나 사업성은 있지만 자금동원력 등 경영능력이 부족한 업체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 금융기관이 안전성을 투자의 기준으로 두는 것과는 다르다.
1999년 이후 벤처 열풍을 타고 벤처캐피털은 급속히 늘어난 바 있다. 1999년 한국종합기술금융을 인수한 권성문 대표는 KTB네트워크를 ‘벤처풍향계’로 불릴 정도로 대표적 벤처캐피털 업체로 자리매김시켰다. 지금까지도 살아남은 업체들 중에서는 가장 큰 규모다.
증권가 일각에선 KTB네트워크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보면 90년대 말 1차 벤처 붐 이후의 벤처 역사와 현재 벤처 붐이 어디에서 대박이 날지알 수 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2차 벤처 붐이 일고 있는 현 벤처업계의 주소는 어디일까.
올해 KTB네트워크가 상장한 업체는 코스닥 15개, 나스닥 2개, 홍콩 1개다. 내년 1월에도 1개 기업을 코스닥에 상장할 예정이다.
코스닥에는 손오공, 비아이엠티, 인프라밸리, 에스엔유프리시젼, ADP엔지니어링, 진화글로텍, 엠에이티, 해빛정보, 솔리테크, 온타임텍, 씨디네트웍스, 실리샌드, 엘오티베큠, 하나마이크론, 성일텔레콤이 있다. 바이오니아는 내년 1월 상장 예정이다. 이 외에도 그라비티와 포커스미디어를 나스닥에 상장시켰고, 차이나 파라다이스를 홍콩에 상장했다.
올해 상장된 업체들의 경우 반도체, 무선통신, 디스플레이 업종이 두드러졌다.
반도체 재료 및 반도체 장비 관련업체인 비아이엠티, 엘오티베큠, 하나마이크론은 반도체 특수로 주목을 받고 있다. 비아이엠티는 바이오업체 출자로 바이오산업에도 진출하고 있고 하나마이크론은 USB드라이브용 반도체 패키지에 진출하고 있다. 엘오티베큠은 반도체 소자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DMB서비스가 개시되고 차세대 와이브로가 국제표준으로 인정받는 등 이동통신 관련 업체들이 주목받고 있다.
인프라밸리는 텔레매틱스, DMB에 필요한 이동통신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로 KTF의 협력업체다. 온타임텍은 SK텔레콤의 준, KTF의 핌, 지상파 DMB의 무선VOD 등 스트리밍 솔루션을 공급하는 업체로 코스닥 강세와 함께 최근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콘텐츠 전송 서비스 및 IT 컨설팅 업체인 씨디네트웍스도 최근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실리샌드는 디지털 솔루션과 SDP칩을 생산하는 업체다.
한편 PDP, LC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들도 눈여겨볼 만하다. 에스엔유프리시젼은 TFT-LCD 측정장비 생산업체, ADP엔지니어링은 LCD모듈을 고정시키는 전자합착기를 생산하는 업체, 성일텔레콤은 LCD모듈 생산 및 테스트라인을 공급하는 회사다.
해빛정보는 디카열풍에 힙입어 주목을 받는 업체. 광픽업부품, 카메라폰용 IR필터와 광섬유를 생산하고 있다.
그 외에 엠에이티는 대기환경 오염방지 장치 개발업체로 교토의정서의 직접 관련주로 최근 주가가 급등했다. 진화글로텍은 플라스틱 사출성형기 전문업체로 업계4위를 차지하고 있다.
완구제조업체였던 손오공은 게임개발업체로 탈바꿈했다. 내년 코믹레이싱게임 ‘컴온베이비’를 출시할 예정이다. 넥슨의 카트라이더를 겨냥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올해 그라비티를 나스닥에 상장시킨 주역이 KTB네트워크였다. 온라인 게임 라그나로크를 개발한 그라비티는 이후 일본의 소프트뱅크에 매각돼 또다시 주목받았다. KTB네트워크는 2001년 옥션을 미국의 이베이에 매각해 큰 차익을 얻기도 했다. 올해에는 국내에 매각했을 경우 2백억∼3백억원의 규모에 그쳤을 잡코리아를 해외에 매각해 1천억원을 받는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권 사장이 KTB네트워크를 인수한 뒤 ‘투자의 귀재=권성문’을 알린 데는 옥션의 성공이 한몫했다. KTB는 옥션과 잡코리아를 제외하곤 주로 첨단 전자산업 부품쪽에 치중한 셈이다. 이는 벤처 거품이 꺼진 후 살아남은 NHN, 엔씨소프트, 다음 등 1차 벤처 붐 태동기에 투자받은 인터넷 기업들의 옥석 가리기가 지난 5년여 동안 진행됐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난해 KTB네트워크가 코스닥 등록 업무를 맡았던 회사는 5개 업체다. 브라운관 부품 및 PDP파우더 생산업체인 휘닉스피디이, 산업폐기물 매립·소각 대행업체 코엔텍, PDP, LCD, 휴대폰 EMI 차폐용 전자재료 전문업체인 대주전자재료, DMB·와이브로 중계기 업체인 C&S마이크로웨이브, 선박용 엔진벨브와 형단조 제작기업인 케이에스피가 있다. 디스플레이, 이동통신, 환경, 조선업종에 고루 분포된 것이 특징.
한편 1999년 KTB네트웍스가 출범한 이후 처음 상장시킨 벤처업체들은 상당수가 폐지되거나 업종을 바꾸거나 다른 업체에 합병되었다. 1999년 상장업체(코스피, 코스닥 합계) 24개 업체 중 다산씨앤드아이, 세원텔레콤, 세종하이테크, 한아시스템, 기라정보통신은 내부 부실과 경영 파행으로 상장폐지됐다. 디지털임팩트, 와이티씨텔레콤, 웰링크는 각각 엔터테인먼트 업체인 엔터원, 나코엔터테인먼트, 지세븐소프트로 탈바꿈했다.
KTF는 코스닥에서 거래소로 옮겼고, CCTV업체인 유니모테크놀로지는 최근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2000년 이후 주가가 폭락하고 벤처열기가 수그러들면서 KTB네트워크도 쇠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올해 코스닥을 비롯한 주가가 다시 상승세를 타면서 KTB네트워크도 기를 펼 수 있게 되었다.
지난해까지 7백억대의 대규모 주가 감액 손실로 떠안았던 적자를 올해 떨어내고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상황. 또 지난해 5개로 저조했던 벤처기업 IPO(Initial Public Offering: 주식공개상장)도 올해 19개로 늘었다. 지난해 2천1백20원으로 마감한 KTB네트워크 주가는 현재 세 배 이상 오른 6천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상장시킨 업체]
코스닥(15곳)
반도체 재료 및 장비 관련
비아이엠티 엘오티베큠 하나마이크론
이동통신 관련
인프라밸리 온타임텍 씨디네트웍스
실리샌드 솔리테크
디스플레이 관련
에스엔유프리시젼 ADP엔지니어링
성일텔레콤
기타
해빛정보 엠에이티 진화글로텍 손오공
나스닥(2곳)
그라비티 포커스미디어
홍콩(1곳)
차이나파라다이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